얼라이언스 그룹, 재정 붕괴 위기 속 ‘생존 투표’ 돌입
얼라이언스 그룹, 재정 붕괴 위기 속 ‘생존 투표’ 돌입
100년 협동조합의 운명, 돈미츠 인수안에 달렸다
뉴질랜드 최대의 붉은육류 가공 협동조합인 **얼라이언스 그룹(Alliance Group)**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회사는 최근 주주들에게 “해외 투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재정 붕괴(financial collapse)가 불가피하다”며 긴급 경고를 보냈다. 전국의 농가 주주들은 이제 아일랜드 육류 대기업 **돈미츠(Dawn Meats)**의 구제금융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100년에 가까운 협동조합 모델을 유지할지를 결정하는 운명의 투표에 나섰다.
2억 달러 부채 시한 임박… “지속 불가능한 상태”
얼라이언스 그룹은 지난 2년간 약 1억 6,5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오는 12월 19일까지 6개 은행에 빚진 1억 8,800만~2억 달러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했다.
모스길(Mosgiel)에서 열린 주주 총회에서 마크 윈(Mark Wynne) 회장은 “지난 2년의 실적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지금 지속 불가능한 부채 구조에 갇혀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는 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양고기 가격 급락과 **도축장 과잉(capacity over-supply)**을 꼽았다.
돈미츠의 구제 제안… 협동조합의 종말인가, 생존의 길인가
현재 얼라이언스가 제시한 유일한 탈출구는 아일랜드 거대 육류 가공업체 돈미츠의 인수 제안이다.
돈미츠는 약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해 얼라이언스 지분 65%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이 자금은 대부분 은행 부채 상환에 투입될 예정이다.
남은 35%의 지분은 기존 농가 주주들에게 남지만, 협동조합 형태는 해체되고 비상장 주식회사 구조로 전환된다.
윈 회장은 1News 인터뷰에서 “이 제안이 부결될 경우 회사의 미래는 매우 암울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이사회 통제권이 은행으로 넘어가고, 주주들의 지분은 사실상 사라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농가의 고통스러운 선택… “현실적으로 다른 길은 없다”
얼라이언스 그룹은 전국 6곳의 공장에서 약 4,000명의 직원을 고용, 4,300명의 농가 주주로 구성돼 있다.
경제학자 **캠 배그리(Cam Bagrie)**는 “농가 입장에선 협동조합 정신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쓰라린 결정”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돈미츠의 인수 제안은 이미 **해외투자청(Overseas Investment Office, OIO)**의 승인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주주 투표다. 인수안이 통과되려면 찬성표가 전체의 75% 이상이어야 하고, 찬성 주주들이 전체 주식의 50% 이상을 대표해야 한다.
농업계가 숨죽인 채 기다리는 ‘운명의 날’
투표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생존을 넘어, 뉴질랜드 농업 협동조합 모델의 향후 방향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한 남섬 농가는 “우리가 100년 동안 지켜온 협동조합 정신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은행이 회사를 가져가는 것보단, 외국 자본이라도 들어오는 게 낫다”고 털어놨다.
뉴질랜드 농업계 전체가 지금, 얼라이언스 그룹의 ‘생존 투표’ 결과를 숨죽인 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