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ON 극단’ 제임스 단장
“(점점 울먹이며) 난 솔직히 아빠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어. 아빠가 화낼 자격이라도 있는 사람이예요? 엄마가 누구를 가슴에 품고 살았건, 엄마가 진정 사랑한 사람이 누구 건, 엄마가 죽을 때까지 자리를 지킨 건 아빠 옆이라구요. 아빠가 지은 이 집. 이 집에서 단 한발자국도 안 나가고 엄마는 자릴 지켰다고요!”
한인 연극모임 COMMON 극단에서 연습 중인 대본의 일부다. COMMON 극단의 연극은 누구나 한번쯤 공감할 만한 생활 속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오클랜드 북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COMMON 극단은 지난 해 11월 창단됐다. 한국서 16년간 극단에서 연기 경험을 쌓아온 제임스 리가 단장으로 나섰고, 현재 10여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직은 취미활동으로 하는 소규모 연극모임이지만 올 연말 교민들을 초청해 선보일 만한 연극을 올리기 위해 극본을 공모하고 연기 연습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한번도 연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교민들도, 그저 호기심에 문을 두드린 교민들도 처음 도전해보는 연극에 신이 난 모습이었다. 독특하게도 본 극단을 창단한 제임스 단장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이자 연기자다. 어찌 보면 전혀 상관관계가 없을 듯한 그의 직업과 극단 활동. 어떤 계기로 연기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COMMON 극단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요.
모임의 시작은 지난 해 11월이었고요. 뉴질랜드 교민들 중 연기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찾다 보니 취미로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에서 단원들의 투표로 COMMON이라는 이름의 극단을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극단명은 ‘누구나 편히 오세요. Come on, 우리 함께 COMMON 일상의 삶을 연기하자’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본래 직업이 프로그래머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요. 현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전공 중에 연기수업이 있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연기학원에 따라다녔어요. 그때 계기로 연극을 접했고요. 그 이후로 직장인 극단을 했습니다.
지금껏 프로그래머와 극단 활동, 두가지를 병행하신 건가요?
한국에서 16년간 극단에서 단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한국에는 직장인들이 일을 마치고 모여서 연극을 하는 모임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요. 근로자 연극제라고 노동부에서 진행하는 대회가 있을 정도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취미로 연극을 즐깁니다.
제가 속했던 극단은 창작극을 위주로 하는 극단이었고요. 거의 매년 한 편씩 연극을 올렸습니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극단활동을 꾸준히 하다 뉴질랜드에 왔습니다.
COMMON 극단에서 현재 활동하는 단원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세요?
한인 교민사회에서 연기와 연극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하고 있습니다. 주로 직장인 및 성인들이십니다. 연령대는 다양한 편이고요, 거의 다 연기를 처음 해보는 분들이세요. 오셔서 같이 연습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모두들 재미있어 하세요.
모임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요.
매주 연습실을 대관해서 연기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기본적인 연기에 대한 정보는 전달하고 있고요, 발성도 하고 몸도 풀고 대본을 보고 연기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 있는데요. 그곳에서 연습할 대본을 올려두고 녹음본을 공유하는 온라인 스터디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은 격주로 토요일 저녁 7시 30분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갖고 있습니다.
연기의 매력을 정의한다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학창시절 고민이 많고 사람에 대해, 사회에 대해, 자신에 대해 알고자 고뇌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연기를 접하고 무대에 오르고 극을 여러 사람과 나누며, 나름의 삶에 대해 정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연기의 매력이 그렇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삶을 이야기하는, 내 삶을 되돌아보는, 그리고 때론 누군가의 삶을 다시 살아보는 과정을 겪으며 실제 자신의 삶에 비춰보고 나름의 답을 찾아볼 수 있는 제 3자의 입장이 아닌 자신이 그 대본 속의 삶을 살아보는 것이 무척 흥미롭고 매력있습니다.
앞으로 연극모임이 어떻게 이어져 나가길 바라시는지?
저희는 순수 아마추어 취미 극단입니다. 아마추어는 순수하게 연기에 대한 열정을 마음껏 알아보고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떠한 외부적인 영향이나 수익적인 목적 등을 배제하구요. 남녀노소 누구나 연기에 관심있으신 분들이 더욱 많이 참여하시면 좋겠습니다.
올 연말 연극 공연계획 있으시죠?
연말쯤 공연을 올려보려고 계획 중입니다. 평소 재미있던 일, 감동적인 일, 분노했던 일 등 기억에 남는 이민사회에 관한 에피소드로 꾸며 볼 생각입니다. 연기나 연극은 삶이 그렇듯 나이가 상관없습니다. 최근에 작고하시기 전까지 드라마에서 출연하셨던 여배우님이 생각나네요.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평생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글 박성인 기자
사진 제임스 단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