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코리안 라이더스(NZKR)
맑은 하늘, 붉은 빛깔 단풍으로 물든 가로수 길을 달리며 도로 위 로망을 실현하는 이들이 있다.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바이크 라이딩 클럽인 뉴질랜드 코리안 라이더스(이하 ‘NZKR’). 바이크를 좋아하는 한인 이민 1세대에서 시작한 NZKR 1기는 현재 청년층까지 합세해 다양한 연령층이 고루 라이딩을 즐기는 NZKR 2기로 이어져오고 있다.
‘자유롭고 즐거운 라이딩 생활’을 NZKR의 모토로 삼고 날씨가 좋은 날, 바이크를 타고 싶은 날, 그리고 사람이 그리운 날에 시간이 맞는 회원들이 모여 라이딩을 즐기곤 한다. 이들은 커피 한잔을 마셔도, 그저 라이딩을 즐기기만 해도 일상 속 탈출구를 만난 듯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천혜의 환경 속에서 즐기는 바이크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의 궁금한 이야기를 NZKR의 조정우 클럽장의 입을 빌어 들어보기로 했다.
교민 바이크 클럽이 이색적입니다. NZKR은 어떻게 결성된건가요?
바이크를 좋아하시는 이민 1세대 선배님들께서 하나 둘 모이면서 2000년대 초 창설된 것이 최초의 NZKR 1기입니다. 이후 1기 선배님들께서 결혼, 귀국 등의 이유로 떠나면서 잠시 주춤하다 새로운 세대를 기반으로 바이크에 관심있는 한인들이 다시 모이면서 NZKR 2기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어떤 분들이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지요.
저희는 연령, 성별, 직업, 바이크 기종에 구분없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고, 그저 바이크에 관심이 있거나 바이크 라이딩이라는 취미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에 힐링을 얻기를 원하시는 다양한 연령층의 교민들이 활동하고 계십니다.
함께 즐기는 바이크 라이딩은 어떤 점이 가장 좋은지.
아무래도 공통의 관심사로 모인 이들이기에 같은 취미활동을 하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이크에 관한 정보도 공유하고 라이딩 기술 향상을 위한 경험도 이야기하고, 무엇보다 외롭고 힘든 타지 생활 속에서 클럽활동을 통해 인생조언도 구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뉴질랜드여서 라이딩 하기 좋은 점이 있다면?
첫번째는 뉴질랜드의 빼어난 자연 풍경입니다. 어딜가도 환상적입니다. 가는 곳마다 그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또 감탄합니다. 두번째는 바이크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륜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뉴질랜드에서의 바이크 라이딩은 큰 레저스포츠고, 바이크 라이더를 바라보는 관점이 부정보다는 배려와 존중이 있습니다.
라이딩을 즐길 때 기분을 표현해본다면.
고된 일상에서 몸과 마음이 지칠 때 항상 저를 리프레쉬 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취미생활이 바로 라이딩이었습니다. 뉴질랜드의 멋진 풍경속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온몸으로 시원한 바람과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뻥 뚫린 도로를 달려나갈 때의 기분은 정말 어떤 표현으로도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에게 큰 힐링이 됩니다.
클럽에선 라이딩 외에도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룹 라이딩을 기본으로 간단한 커피모임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휴일을 이용해 풍경이 좋고 라이딩하기 좋았던 장소를 공유하고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담소를 나누기도 합니다. 각종 바이크 이벤트에 참여할 때도 있고, 바이크 정보/세차 등 메인테넌스를 함께 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재밌었던 일은.
바이크 인생 처음으로 레이스 트랙에서 라이딩 경험을 해보았던 것입니다. 바이크를 타는 라이더라면 특히 스포츠 바이크를 타는 라이더라면 레이스 트랙에서의 주행은 한번쯤 꿈꾸어 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미란다'로 단거리 투어를 가서 멤버들과 같이 식사도 하고 사진도 찍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비단 라이딩을 하는 순간 뿐만 아니라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게 보낸 그 시간이 가장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저희 멤버 중에 작은 오토바이 하나로 오프로딩 및 세계투어를 즐기시는 이순기 시니어 라이더 님이 계십니다. 어느 날 그분이 클럽 전체에 공지하시길, 노숙자들과 독거노인들께 무료급식을 하는 한국의 민들레식당을 돕기 위한 24시간 1000km 완주 라이딩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완주에 성공하면 소정의 금액을 해당 식당에 후원하자는 좋은 취지의 라이딩이었습니다.
웰링턴 국회의사당을 돌아 다시 해밀턴과 오클랜드로 복귀하는 장거리 투어였고, 계속되는 장시간 주행에다 밤이 될수록 시야도 좁아지고 기온도 많이 떨어져서 힘들었던 주행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는 못할 것 같지만 가는 장소마다 만났던 소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이순기 라이더 님과 함께 했던 추억, 완주 후 성취감, 후원을 통해 좋은 일을 했다는 보람까지 저희 모두에게는 정말 의미있는 도전으로 남아있습니다.
NZKR에서 추구하는 이상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자유로움! 그리고 힐링!
글 박성인 기자
사진 NZKR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