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 22’ 주제로 K예술의 저력을 보여주는 전시회로 성장
뉴질랜드 한인미술계를 대표하는 재뉴미술인협회(회장 최소영) 주최 제22회 정기전시회의 막이 올랐다.
재뉴미술인협회는 지난 10월 14일 토요일 오후 3시 마이랑이 아트센터에서 ‘K-ART 22’라는 주제로 정기전시회 오프닝 행사를 열었다.
오프닝 행사에는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과 가족들, 교민단체 임원들, 미술계 인사 등이 대거 참석해 개막을 축하했다.
이번에 출품한 전시작가는 최소영 협회장과 황윤수 총무, 김미라 회계담당, 김태준 감사 등 18명의 협회원이자 교민 작가들이다. 수채화, 아크릴화, 펜슬화, 설치미술 등 총 64점의 작품들을 구성해 이전보다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K-ART 22’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전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문화, 소위 말하는 K문화에 발맞춰 초석부터 단단하게 다져진 K예술의 저력이 살아있음을 미술작품을 통해 보여주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오프닝 행사에선 먼저 황윤수 협회 총무가 참석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오늘 전시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작품설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들은 슬픔과 기쁨을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어떤 기쁨인지, 어떤 슬픔인지 작가들과 많은 대화 나눠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영 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2002년 교민잡지에 미술전시 광고가 나왔었는데, 그때 제가 우연히 작품을 출품했다. 작은 전시회였고 한국인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기획한 미술전시였다. 그 전시회를 계기로 이후 하나 둘 한인들이 모여 전시를 하게 됐고, 이것이 재뉴미술인협회의 시작이었다. 벌써 20년이 넘은 일이다. 역사가 있는 만큼 우리 협회도 발전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최 협회장은 “이번 전시주제가 K-ART인데, K라는 글자를 접할 때마다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든다. 우리 미술도 이같이 활성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하면서 충분히 즐기고 감상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뉴미술인협회(NZ Korean Artists Society Incorporated)는 2002년 오클랜드에서 창단되었다. 현재 22명의 한인작가들이 협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자의 장르로 꾸준히 예술작품 활동을 펼치며 예술을 향한 의지와 격려, 그리고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작품활동을 통해 승화시키고 있는 미술단체다. 해마다 정기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로 22년째다.
전시회는 10월 14일부터 29일까지 마이랑이 아트센터(20 Hastings Road, Mairangi Bay)에서 개최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9시30분~오후4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전10시~2시까지다. 단, 29일 마지막 날에는 오전 중에만 관람이 가능하다.
다음은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의 작품감상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회에서 만난 몇몇 작가들과 나눈 대화를 소개해본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출품작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최소영 작가: 한국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이민 후 여행하면서 자연에 영감을 받아 인상주의파 위주의 풍경화를 오일로 그렸습니다. 2005년 첫 개인전을 개최했고, 이후 풍경화에서 추상화로 조금씩 옮겨가다 지금은 아크릴 추상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도 아크릴과 미디움을 섞어서 재미있는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황윤수 작가: 저는 홍익대 회화과 졸업 후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이수)를 거쳐 몇번의 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민을 기점으로 이전 작품에서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추상적 접근으로 평명 추상회화를 작업했고, 이후에는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오직 연필(4B, 5B)만으로 그린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김미라 작가: 현재 웨스트하버에서 작은 화실을 운영하고 있고요, 그림 같은 풍경의 뉴질랜드에 빠져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꿈꾸던 그림 그리며 살기에 잘 맞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저의 그림에는 아름다운 뉴질랜드 자연이 많습니다. 종종 인물화를 그리기도 하지만요.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작품은 남섬 트랙킹할 때 캠핑하며 행복했던 추억을 캔버스에 유화로 담았습니다.
-한임정 작가: 주로 유화물감과 아크릴물감으로 작업하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작품의 소재를 정합니다. 이번 전시작품의 타이틀은 15℃입니다. 15℃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입니다. ‘My favorite things'의 상징적 의미기도 하죠. 이번 전시에는 저희 집에 자주 놀러오는 고양이를, 바다 소라를 그린 작품도 있습니다. 출품은 안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오징어다리를 그린 작품도 있답니다.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구체적인 것들을 일상의 반복 속에서 찾아가다 알게 된 것들 중 하나입니다.
-강동우 작가: 저는 이민2세로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자랐고,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실제로 미술공부를 하거나 작품활동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20대 중반이 다되어서 처음으로 연필을 잡게 되었는데, 이후 3년간 황윤수 선생님 지도 하에 미술공부를 하게 되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전시작품을 출품하며 연필작가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출품작은 연필로 사실적인 구상 정물화를 작업한 것입니다.
작품활동을 위한 구상은 어떻게 하는 편인지요?
-한임정 작가: 모든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품 구상을 하고, 소재도 표현방식도 모두 제각각 다릅니다. 제 경우 앞서 언급했듯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작품을 완성한 뒤에도 제 작품을 볼 때마다 기분이 절로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제 작업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과거 힘든 시기에 그렸던 ‘테이블과 스푼’을 소재로 한 그림이 한 점 있는데, 그 그림을 볼 때면 힘들었던 감정이 되살아나기에 더 이상은 우울한 감정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하나 완성하는데 보통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나요. 물론 작품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김미라 작가: 작품의 재료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달라요. 하지만 같은 재료를 써도 표현하는 화법에 따라 하루만에 완성되는 작품도 있고 수년이 걸리는 작품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필이 오면 제작 속도가 초자연적으로 빨라지기도 합니다.
작품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어떤 마음이 드는지요?
-강동우 작가: 어떤 큰 일을 마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요, 뭔가 마음이 후련해지고 뿌듯한 기분이 들면서 비로소 긴장이 풀립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고 있자면, 그렇게 들떠있던 기분이 금세 아쉬움으로 바뀝니다. 볼수록 아쉬운 부분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때문이거든요. 한마디로 시원섭섭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시를 앞두고 작업하실 때 힘든 점은 없었나요?
-최소영 작가: 저의 작업실은 집 게러지인데요, 제가 본업이 부동산 에이전트라 작업을 일정하게 하기가 어려웠어요. 느낌이 왔을 때 작업실에 박혀서 정신없이 하지만 또 다음날은 사무실에 나가거나 고객을 만나기도 하고, 그러다 또 느낌이 오면 작업실로 들어가고.
전시작품들 하단에 판매가격이 명시되어 있는데,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최소영 작가: 재료비와 작품에 들어간 시간, 아이디어 등 모든 항목들을 고려해서 작가가 전적으로 가격을 정합니다. 팔리지도 않은 가격만 제시하면 판매가 어려울 거고, 판매를 원한다면 수요에 맞는 가격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판매망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앞으론 온라인을 이용한 판매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전시회를 개최하기에 작품은 일상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대체로 만족스러운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최소영 작가: 저는 우리 협회원들이 비교적 만족스럽게 작품활동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파트타임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계신데, 저희는 1년에 한번 정기전을 개최하기에 그것에 갈급을 느끼는 작가들은 다른 소그룹전에 참여하거나 개인전을 합니다. 그게 또 맞다고 생각하고요. 저희 재뉴미술인협회라는 단체는 그 분들의 홈그라운드 역할을 하는 거지요.
이번 전시회를 관람하는 교민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미라 작가: 많은 분들이 오셔서 관람하실수록 하나의 문화공간이 형성되고 한인사회의 정체성에 공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작품을 보면서 향수나 그리움을 달랠 수도 있고 예술을 즐기는 여유도 가져보고 무엇보다 한인들 예술활동의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민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저희 작가들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보다 더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최소영 작가: 그동안 저희 협회는 지속적인 작품발표를 통해 한인 사회의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해오며, 이번 전시회 역시 K문화에 부응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어느 덧 22회라는 세월을 맞이한만큼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으로 20년 30년 이상 계속해서 미술전시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작가들에 관심가져주시고 이것이 우리 예술발전의 활성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글 박성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