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골프 인생 첫 홀인원 스토리
골퍼라면 누구나 단 한번의 샷으로 홀컵에 골인하는 짜릿함을 꿈꿀 것이다. 홀인원은 골퍼들의 꿈이자 기쁨이다. 홀인원은 실력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운만 따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기에 ‘선택받은 자만이 홀인원을 할 수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프로선수의 홀인원 확률은 3,000분의 1정도, 일반인은 1만 2,000분의 1정도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무리와이 골프장에서 교민 신원수(1947년생) 골퍼가 홀인원(Hole in one)을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2023년 11월 16일 무리와이 골프장 3번홀
신원수 골퍼는 무리와이 골프장 3번홀(블루티 기준 168m)에서 홀인원을 했다. 그는 “18홀 중 가장거리가 긴 파3에서 홀인원을 성공했다. 긴 거리임을 감안해 7번 우드를 선택했고, 샷을 치기 전 가만 둘러보니 너무 우측으로 치면 그린으로 흘러내려올 것 같았다. 직선으로 칠 수도 있고 우측으로도 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약간 우측으로 쳤다. 그 샷이 홀인원으로 연결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공이 그린벽을 맞고 10m정도 옆으로 굴러 내려오더니 홀컵으로 깔끔하게 들어갔다. 한국에선 일명 ‘벽치기’라고 한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내 생애 첫 홀인원(Hole in one)
사실 처음에는 홀인원을 한 줄도 몰랐다고 한다. 같이 있던 지인들이 “형님, 홀인원하신 것 같습니다.” 외치는 소리에 어리둥절한 채 서있었다. 주변에서 홀인원을 했다는 소식을 종종 접했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듣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직접 홀컵으로 다가가 공을 보는 순간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좋은 기운을 느낀 것인지 그날따라 날씨도 좋고 몸도 가벼웠다.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시원해서 라운드하기 좋은 느낌도 들었다. 초반부터 기분좋게 시작해서 시종일관 즐겁게 라운드했는데, 게임 초반 3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면서 그의 골프 인생을 통틀어 잊지 못할 날이 됐다.
홀인원 후 그의 홈클럽인 노스쇼어 골프장으로부터 100불 상당의 바우처와 함께 홀인원을 기념하는 트로피를 받았다. 홀인원을 직접 목격한 김장수, 이상철, 김태빈 등 함께 친 지인들과 맛있는 커피로 축하파티를 대신했다.
홀인원을 기록 후 아이언 이글(Eagle)
홀인원을 한지 두 달 만에 사우스헤드 골프장 1번홀 135m에서 이글(Eagle)을 기록했다(김장수, 이상철, 권우철 등 동반 라운딩). “내 나이에 드라이버 샷을 치고 아이언(7번)으로 미들홀에서 이글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젊었을 때야 드라이버 거리가 잘 나오니 쉽게 할 수도 있겠지만, 77세란 나이에 아이언 이글을 성공했다는 자체가 매우 값진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퍼터 이글이 아닌 ‘아이언 이글’을 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는데, “아이언으로 이글하는 게 진짜 실력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 나이에 아이언 이글을 하는 건 드문 일이다. 거리가 나와야 아이언 이글이 가능한데, 당시 내가 장타를 쳤기 때문에 세컨샷을 아이언으로 쳐서 이글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홀인원은 운이 따라야하지만 이건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36년 골프인생에서 아이언 이글은 두번째다. 내 골프인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보람이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난 홀인원보다 이게 더 기쁘다.”
골프는 나의 인생
그가 골프에 입문한 건 1988년이다. 36년 골프 인생을 살면서 한번도 골프를 멀리한 적이 없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골프광으로 살아왔다. 한때는 오전 18홀 오후 18홀 하루 두번 골프장을 돌며 종일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일찍 해가 지는 계절에는 그린 30m 전방에서 홀컵 주변에 라이터로 불을 켜놓고 공을 친 적도 있었다. 드라이버 240m 최장기록을 세울만큼 골프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지만 생각보다 운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만족할 만한 점수가 나올 때까지 하루 세 곳의 골프장을 돌며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골프장에 머물렀다. 골프 실력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도 있었지만 답은 연습뿐이었다. 결국 홀인원은 적당한 행운과 전략적으로 공략할 준비가 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었다.
앞으로 또 다시 행운이 찾아올까
골프 입문 36년만에 기록한 홀인원, 또 다시 행운이 찾아올까. 보통 홀인원을 하면 3년 이상 일이 잘 풀린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한번 더 기대해도 좋지 않을지 물었다. “구력이 오래됐는데 홀인원을 한번 해봤으니 더 이상 욕심은 없다. 아는 후배가 홀인원을 두 번하는 걸 본 적은 있는데 글쎄, 또 올 것 같진 않다. 이제는 건강상 이틀에 한번 정도 골프를 치는데 앞으로 건강관리를 잘 해서 더욱 행복한 골프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는 게 내 바람이다.”
글 박성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