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급심사 도전… 태권도 수련생 이동연 씨
태권도로 장애를 이겨내고 있는 스물 세 살 청년 이동연 씨. 다운증후군이란 장애을 가진 이동연 씨는 지난 해부터 꾸준히 태권도를 연마해 오는 9월 첫 승급심사를 앞두고 있다.
태권도 띠는 순서대로 흰띠, 노란띠, 파란띠, 빨간띠, 검은띠로 나뉘는데 색깔마다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힘들고 어려워도 참아내는 인내, 어렵고 힘듦을 견디는 극기, 도전과 열정의 끈기 등 색깔마다 태권도의 기본정신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동연 씨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흰띠는 기본자세와 예의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가 이제 태권도의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고 태권도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는 의미인 셈이다.
다운증후군 장애의 신체적인 특징 중 하나가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져 신체활동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운동이던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노란띠까지 획득하는 기간은 두세 달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동연 씨는 열 달의 시간이 필요했다. 미루어 짐작건대 그가 현재의 수준에 도달하는 과정 속에는 엄청난 노력과 의지가 배어있을 것이다. 어쩌면 흔히 받는 승급심사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이동연 씨와 더불어 처음부터 지금껏 함께한 전청운 사범과의 수련과정을 본 이들이라면 두말없이 엄지를 치켜 세울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이동연 씨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전청운 사범과 오붓하게 그간의 수련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여러 운동 종목들 가운데 태권도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요?
동연 모> 어릴 적 동연이 누나와 동생이 태권도를 배웠는데 동연이가 그걸 보고는 배우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범님을 찾았지만 쉽게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전청운 사범님을 만나게 되면서 동연이를 흔쾌히 수련생으로 받아주셨어요. 눈으로 보고 익히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이라 생각해서 꼭 배워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전 사범> 태권도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집중력을 키워주고 규율과 자신감을 배우도록 유도해 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집단운동을 통해 사회적인 교류를 배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동연이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고 기쁜 마음으로 동연이를 맞이했습니다.
처음 이동연 씨가 태권도를 배우러 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동연 모>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처음에는 안하겠다고 많이 쑥스러워했어요. 태권도장에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해서 난감했지만 사범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며 친구처럼 대해주고 안아준 뒤로는 기분좋게 들어갔죠.
사범님도 동연 씨 첫 모습 기억하세요?
전 사범> 아주 반갑고 좋았어요. 태권도장이 낯설었는지 두리번거리면서 문 입구에서 망설이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태권도를 수련하는 동안에도 수줍어하거나 망설이던가요?
동연 모> 사범님께서 진심으로 따뜻하게 반겨주셨기 때문에 동연이가 쉽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늘 태권도 갈 때마다 도복도 잘 챙겨입고 즐거운 마음으로 도장에 갔어요. 무엇보다 도장분위기가 좋았어요. 그곳의 수련생들은 모두 친절했고 차별없이 대해줘서 동연이가 더욱 도장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전 사범> 생각보다 적응도 빨랐고 배우려는 의지가 보였어요. 기특한 마음에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배우면서 점점 더 흥미가 생겨난 것 같네요.
동연 모> 맞아요. 동연이가 태권도를 배우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많이 똑똑해지는 느낌도 들었어요.
동연 씨는 태권도 할 때 어떤 마음이 들어요?
동연> 기쁜 마음이 들고 저 스스로도 자랑스럽다고 느껴져요.
사범님께선 기존에 장애인들을 위한 태권도 수련활동을 하신 경험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동연 씨를 지도하는 동안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전 사범> 지도방법의 기본은 교육인 것 같습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합니다. 한국에는 장애인을 위한 사범 교육이 따로 있습니다. 저도 그 교육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실전에서 장애인들을 많이 만나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장애인 태권도협회 소속으로 봉사하면서 장애를 가진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지도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동연이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를 5년동안 가르친 경험이 있었습니다. 국기원 승급심사에서 1단을 취득하게 만들었어요. 그것도 일반 친구들과 같은 조건에서 승단심사를 본 것이었는데 말이죠. 기특하게도 ‘품새’라는 조금은 어려운 동작을 외우더라구요. 그래서 ‘이 친구들도 하면 되는구나’ 하는 가능성과 희망을 가지게 되었어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과 웃음입니다. 그리고 칭찬하는 것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합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저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이 친구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누가 나를 좋아하고 누가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일반 아이들과 동등하게 대하고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교육하며, 남들보다 조금 더 웃어주고 안아주면 이들도 분명 확실한 변화를 갖게 됩니다.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요?
전 사범> 매주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 한인회관에서 지도했는데, 사실 한인회관에서는 안정적으로 정해진 요일에 정해진 시간에 지도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어수선하고 불안했습니다. 지금은 안정적인 다른 장소로 이전하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교육에만 집중하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동연 씨를 지도했던 과정 속에서 울고 웃었던 기억들이 있다면.
전 사범> 동연이는 그때 그때 굴곡이 많았던 친구였습니다. 애기 같았어요. 중얼중얼 혼잣말도 잘 하고요, 가만보면 할 말이 참 많은 친구 같았습니다.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맑게 웃고 참 맑은 친구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태권도 교육은 모든 것이 반복이었습니다. 했던 것 또 하고. 그러면서 느리지만 배운 것을 하나씩 기억해내고 차츰 진도가 나가는 것을 보고 가끔 깜짝 놀라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되려 힘을 많이 얻었던 것 같습니다. 나름 의욕도 더 생기고 보람도 느끼고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동연이 부모님의 헌신과 사랑은 대단하다 느낍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길을 묵묵히 가고 계시는 그 분들의 인내심과 노력에 감동과 존경을 보냅니다.
어머님께서는 처음 시작하실 때 동연 씨가 승급심사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셨는지요.
동연 모> 사범님께서 사랑으로 이끌어주지 않으셨다면 불가능했으리라 생각 들어요. 사실 이 정도까지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너무 잘해줘서 저 자신도 놀랍고 무엇보다 동연이가 자랑스러웠어요. 승급심사까지는 생각도 안해봤어요. 그런데 도장에서 승급심사를 통과한 다른 수련생들에게 수여식을 하는 것을 보고 동연이가 부러웠나봐요. 동기부여가 됐던 거죠. 목표가 생겼던 것 같아요. 더 잘 할 수 있다는 목표와 기대감이요.
사범님께서도 예상하셨나요?
전 사범> 점차 나아질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동연이가 승급심사를 통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할 수 있다’고 얘기해줬고 도전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도전은 계속될 건가요?
동연> 물론이죠. 계속 할 거예요.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관장님과 저를 늘 따뜻하게 지도해주신 사범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글 박성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