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13 Willis Podiatry 홍웅택 발 전문의사

시사인터뷰


 

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13 Willis Podiatry 홍웅택 발 전문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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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 제2의 심장’, 무릎 아래 문제는 빠삭하게알지요

2년 전 개업해 오클랜드에만 다섯 곳…“한인들 편하게 찾아오세요

 

이민 초창기, 잘 아는 사람이 내성발톱’(Ingrown Toenail)으로 고생을 했다. 발톱을 깎을 때마다 모서리가 살을 파고들어 어려움을 겪었다. 동네에 있는 가정의(GP)를 함께 찾아갔다. 가정의는 발톱을 이리저리 보더니 아무래도 전문의한테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발톱 아니 발만 전문으로 돌봐주는 의사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포디아트리스트’(Podiatrist), 발 전문의사.

 그로부터 스무 해가 지나 나는 발 전문의사를 만났다. 취재 목적이었다. 그런 별난’(?) 직업의 소유자가 한인 1.5세라는 게 내 취재 욕구를 자극했다. 시간을 어렵게 잡아 그가 일하는 병원을 방문했다. 그의 이름은 홍웅택. 나이는 30대 중반이다.

 


어렸을 때 꿈은 고고학자과거 흔적에 흥분

 웅택은 1995 10월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행 이민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서 중학교 2학년을 다니다 왔다. 짐작하다시피 영어가 문제였다. 평소 활발하던 성격이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3년이 지나서야 귀가 뚫렸고, 다시 2년이 흘러 말 문이 활짝 열렸다. 키위 사회에 동화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의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일까?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박물관에 가서 유물이나 뼈 같은 것을 보는 게 즐거웠어요. 과거의 멈춰 선 시간이나 흔적을 보며 흥분을 느꼈어요.”

내가 꿈을 물어본 이유는 그의 표정이 너무 순수해 보여서다. 어릴 적 꿈을 이루기에는 조금 나이가 들었고, 꿈조차 기억하지 못하기에는 조금 나이가 적었다. 지금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도, ‘그 어느 한때 내가 그 꿈을 꾸었었지하며 살아야 하는 게 사람이다.

웅택은 20대를 오로지 공부만 하며 지냈다. 딱히 박사나 학자를 꿈꾼 공부 벌레여서가 아니었다. 더 나은 적성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그 헤맴은 결과적으로 그의 삶을 더 성숙하게 했다. 1년산 포도주보다 10년산 포도주가 값이 많이 나가듯 그의 오늘은 더할 나위 없이 값지다.

 

서른 늦은 나이에 AUT 발 전문의 학과 입학

우선 그가 거쳐온, 그 무엇을 이루고자 애써 온 20대를 간략하게 적어보면 이렇다.

남섬 더니든에 있는 오타고대학에서 바첼러 오브 사이언스’(Bachelor of Science), 오클랜드대학에서 바첼러 오브 사이언스, 조종사가 되기 위한 항공 조종 교육, 검안사(Optometrist), 척추교정사(Chiropractic), 마사지 교육….

이런저런 공부를 했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조종 교육을 빼고는 다 사람 몸과 연관된 공부였다. 더러는 학위를 받았고, 또 더러는 중간에 그만두었다. 어쩌면 그만둔 것이 아니라, 한 단계를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계단 역할이라고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조종사 공부를 할 때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아쉽게도 학교가 없어지는 바람에 파일럿이 되지는 못했지만 미련은 없어요. 의사가 되기 위해 오대 문을 다시 두드렸어요. 서류 심사에는 통과했는데 인터뷰에서 떨어졌어요. 그때는 가슴 아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오늘의 나를 만들기 위한 시련이었다고 믿어요.”

2011년 그는 나이 서른에 AUT 발 전문의(Podiatry) 2년 과정에 입학했다. 뉴질랜드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곳이다. 1학년 과정은 건너뛰었다. 그동안 공부한 과목과 겹쳐 학교에서 면제해 주었다. 그쪽 지식(과학, 의학 쪽)이 출중해 그다음 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알바니, 엡솜, 팬뮤어 등 다섯 곳에 문 열

웅택은 알바니에 있는 발 전문의 병원에 취직했다. 거기서 2년을 보냈다. 양로원에 가서 노인들 발 건강도 챙겼다. 경력이 늘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정부와 계약을 맺어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자격증을 얻었다. 2015년 자기 이름을 내걸고 병원 문을 열었다. ‘Willis Podiatry.’(웅택의 영어 이름은 Willis) 병원은 알바니(Albany), 아본데일(Avondale), 오니헝아(Onehunga), 엡솜(Epsom), 팬뮤어(Panmure) 등 오클랜드 전역에 걸쳐 있다.

발 전문의사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요. 첫째는 일반 병원에서 보내주는 환자를 치료해주는 일이죠. 주로 당뇨병과 관련된 환자예요. 둘째는 저같이 개인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고요. 저는 정부에서 주는 일을 맡아 하고 있어요. 역시 당뇨병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마지막은 럭비나 하키 같은 심한 운동을 하다가 다친 환자를 도와주는 일이에요. 보조기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하죠.”

내가 무식해서 그랬을까? 나는 발 전문의사가 당뇨 환자를 돌본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웅택은 당뇨 환자는 발을 유독 신경을 써서 살펴야 한다고 알려줬다. 발에 통증이 있거나 불편하면 상태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그동안 1천 명이 넘게 환자를 만났을 거예요. 그 가운데 90%가 당뇨 관련 환자였어요. 물론 정부에서 보내 주는 환자라 그럴 거예요. 그 밖에도 발과 관련된 사소한 수술을 하지요. 사마귀와 티눈을 없앤다거나, 내성 발톱을 조금 뽑아 다시 자라지 않도록 해주는 것들이에요.”

 

한인 발 전문의사는 3명뿐전국에는 300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발 전문의사는 약 300, 그 가운데 250명이 오클랜드에 있다. 한국 전문의는 웅택을 포함해 현재 3명에 불과하다. AUT에서 해마다 10여 명이 넘게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대부분이 일할 데 많고 월급 좋은 호주로 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젊은 친구들이 도전해 봐도 좋은 직업이란 뜻일까?

물론이죠. 더 많은 한국 사람이 발 전문의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격증을 땄다고 해도 당장 오클랜드에서는 취직하기는 힘들겠지만, 여러 길이 있는 만큼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우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는 것이 크게 다르니까 저랑 상의한 뒤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도움말을 알려줄게요.”

웅택은 웃음과 함께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기 일에 분명한 주관이 있다는 점을 느꼈다. 아울러 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 1.5세 젊은이로서 내 나름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전문의사를 만난 만큼 발과 관련된 전문적인 얘기를 좀 듣고 싶었다.

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교민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세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일과 연관된 질문을 하자 의자를 바투 끌어당기며 말을 이었다.

 “발이나 다리가 아팠다 안 아팠다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전에 한두 번쯤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지요. 그렇다면 제가 아니더라도 꼭 전문의를 찾았으면 해요. 사소한 거로 생각해 오래 두었다가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발바닥에 사마귀와 티눈이 있거나, 굳은살이 깊거나, 무좀이 있거나 하는 경우에 조금만 치료를 받으면 90% 넘게 고칠 수 있어요.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발 관련(사마귀 등) 치료법은 전문가 측면에서 볼 때 거의 다 잘못된 정보라고 생각해요.”

 

신발 가게 안에 발 전문병원 두고 싶어

웅택의 앞날 꿈은 무엇일까?

요즘 들어 많이 바빠졌어요. 손님이 늘어 저 혼자 감당하기에는 조금 벅차요.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려고요. 또한, 몇 년 내로 신발 가게를 차려 그 안에 발 전문병원을 두는 거예요. 일종의 숍 인 숍’(Shop in Shop)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발 건강이 신발과 연관된 만큼 좀 독특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웅택은 그러면서 교민들에게 한마디를 했다.

한국 분들은 발 전문의사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세요. 한국에 그런 분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제가 하는 일은 무릎 아래 문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아주 전문적인 일을 주로 하지만 보통의 한국 분들과 관계된 거라면 내성 발톱, 사마귀와 티눈, 무좀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가만히 두었다가는 바이러스 때문에 다른 곳이나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만큼 조금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봐요. 진료비가 아주 많이 드는 게 아니니까 편하게 찾아오세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드릴게요.”

내게 주어진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갔다. 예약된 환자가 곧 올 시간이었다. 나는 조금은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원래 의사가 되고 싶었다고 했는데…. 지금 발 전문의사로서 만족하나요?”

일 초의 흔들림도 없이 답이 나왔다.

물론이죠. 무릎 아래 문제는 제가 전문가잖아요. 제가 그쪽은 빠삭하게알거든요.”

웅택은 빠삭하게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강조했다. 그 당찬 말에 나는 ! 저 친구는 믿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단연코 말하지만 자기 일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건방진 게 아니라, ‘멋있는거다.

 

발과 관련해 내가 얻은 요긴한정보를 함께 나눈다.

하나.

발에는 모두 26개의 뼈가 있다. 양쪽 발을 합치면 모두 52개다. 그 가운데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걷기가 힘들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도 하는데, 통계에 따르면 사람은 평생 1,000만 번이 넘게 땅과 부딪친다고 한다. 60세까지 걷는 사람의 발걸음은 평균 16km.

 또 하나.

 발톱은 끝에 있는 하얀 부분을 1mm 남겨 두고 깎으면 좋다. 아프지도 않고, 바이러스에 감염될 염려도 없다. 인터넷에서 주운 얘기가 아닌, 발 전문의사 홍웅택이 한 말인 만큼 충분히 믿어도 좋다.

_프리랜서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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