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e Consulting 전경훈 회계사

시사인터뷰


 

Nine Consulting 전경훈 회계사

일요시사 0 1,542

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 14


 


국세청(IR) 세무 조사 전담 회계사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영어 연수 왔다가 오클랜드대학까지 마쳐올해 공인회계사(CA) 자격증 따



 

 나는 오클랜드에서 스무 해 가깝게 비즈니스(책방)를 했다. 그때 제일 귀찮은 게 세무 관련 일 처리였다. 나름대로 시간에 맞춰 서류를 준비한다고 했지만, 가슴 한 쪽은 늘 꺼림칙했다. 어딘가 빼먹은 게 있는 것 같았고, 무언가 잘못될 것 같은 불안도 느꼈다. 뉴질랜드 실정을 잘 몰라서였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죽음, 또 하나는 세금이다. 주급 혹은 월급을 받는 사람이야 해당 사항이 없겠지만 크고 작은 비즈니스를 하는 교민의 경우, 어떻게 하든 처리해야 하는 게 바로 세금 문제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회계사(accountant). 뉴질랜드 한인 사회에 많은 회계사가 있지만, 이 연재물에 가장 적당한 인물이 전경훈 회계사라는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그가 보여준 성실성과 자부심 때문이었다.

 

대학 한 학기 만에 영어 문제로 휴학 결심

 경훈은 2004 1월 오클랜드에 왔다. 신분은 어학 연수생.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 3학년까지 다니다 영어 실력과 견문을 넓힐 겸해서 따듯한 남쪽 나라로 온 것이다. 일 년간의 어학연수 과정을 끝내고 새 문을 두드렸다. 그다음 해, 스물다섯 나이에 오클랜드대학 상대(Bachelor of Commerce) 새내기 대학생이 됐다.

 “한국에 있을 때 회계학을 공부했어요. 나름 그쪽 분야는 제가 잘 알아 자연스럽게 상대에 입학하게 되었죠. 그런데 한 학기를 못 버텼어요. 네 과목 중 한 과목은 불합격했고, 나머지 세 과목도 겨우 합격선을 넘었어요. 무엇보다 영어 때문이었죠. 성적표를 받자마자 휴학을 결심했어요. 그게 제 현실이었어요.”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 강의를 녹음까지 해가면서 듣고 또 들었지만 영어의 벽은 두꺼웠다. 경훈은 독한 결심을 했다. 삶의 모든 안테나를 영어에만 집중해 나갔다. 다행히 한 학기 뒤 영어 문제가 해결됐다. 그의 말 못할 고생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같은 처지에 있는 후배들에게 그가 줄 수 있는 도움말은 무엇일까? 수많은 유학생이 뉴질랜드 대학에 입학하거나 편입을 하지만 실제로 학위까지 따거나 아니면 좋은 학점을 받기는 상당히 어렵다.

 “책상에 앉아 하는 영어 공부는 한계가 있다고 봐요. 언어는 많이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몸에 익어야 하죠. 좀 더 많은 사람과 부딪혀 가면서 실생활 영어를 습득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제 경우, 술집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러면서 영어의 벽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내성적인 성격이 활발한 성격으로 변하기도 했고요.”

 

내 가족·친척·친구 비즈니스로 생각해

 그다음 학교생활은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나아갔다. 영어 때문에 겁먹을 필요도 없었고, 학점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2학년이 되면서 회계(accounting)와 금융(finance)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무사히 학교를 마친 뒤 경훈은 2008년 캔톤 챔버에 들어가 회계 업무를 봤다.

 경훈은 그곳에서 4년을 일하다 키위 회계 회사 졸리 던칸 앤 웰스’(Jolly Duncan & Wells)로 옮겼다.(몇 달 전 Nine Consulting으로 스카우트 됨) 본격적인 회계사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사장은 경훈을 보자마자 고용 제의서(Job Offer)를 내밀었다. 그가 미더웠고, 그와 함께 회사를 키우고 싶었다.

 “한국 손님이 약 40%, 나머지는 다른 민족 손님이에요. 처음에는 많이 미숙했지만, 이제는 경력만큼이나 자신감이 붙었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다짐이 하나 있어요. 모든 손님을 제 가족, 친척, 친구의 비즈니스로 생각해 일처리를 하겠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한 건의 불만(complain)도 없었어요. 손님을 잘 만난 제 복이기도 하지요.”

 나도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가 있어 조금은 껄끄러운(?) 질문을 던졌다.

 “교민 사업체 가운데 더러 국세청(Inland Revenue)의 세무 조사를 받아 파산 지경까지 갔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대비하면 될까요?”

 경훈은 자기가 꼭 해주고 싶었던 도움말이라는 듯 길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중 일부다.

 “국세청에서 어느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 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충분한 내사를 해왔다는 점을 뜻하지요. 그때는 정말 신중하게 대처해서 현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해요. 전문가와 깊이 있는 회의를 해서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아. 알고 했느냐 아니면 모르고 했느냐가 중요하기는 한데, 그쪽(국세청) 전문가들이 사정을 다 알거든요. 가령 식당을 예로 들면 현금 수입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돼요. 또 거래 패턴이나 성향을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아요. 쉽게 말해 국세청 직원(세무 조사 담당)귀신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한국 손님은 일 년에 얼마’…회계사 고충도 있어

 경훈은 최근 여섯 달 사이, 열 건이 넘는 국세청 세무 조사 건을 처리했다. 100% 경훈의 승리였다. 더러는 추징액이 줄어들었고, 또 더러는 철창 신세를 면했다. 경훈을 중심으로 한 세무팀이 손님 처지에서 성심성의껏 일 처리를 한 덕분이었다.

 “힘든 일이긴 하지만 큰 보람이 있어요. 제 꿈을 굳이 얘기하자면, 국세청(IR) 세무 조사 전담 회계사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조금은 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이에요. 만에 하나 그런 문제가 생긴다면 먼저 저를 찾아 주세요. 언제든 제 능력을 다해 손님을 도울 마음이 있으니까요.”

 한국 손님을 대상으로 일을 하면서 겪는 고충은 무엇일까?

 “현지 회계 회사는 타임 시트(Time Sheet, 일을 위해 투자한 시간) 기준으로 수임료를 청구하지요. 반면에 한국 손님은 무조건 일 년에 얼마하는 식이에요. 일이 많든 적든 상관 없이 그렇게 원하지요. 문제는 받는 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런데도 한국 정서를 잘 알기에 최선을 다해 맞춰 드리려고 노력해요. 이 자리를 빌려 회계사의 고충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경훈은 회계사 일이 재밌다고 했다. 긍지도 느낀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 조금은 의심이 갔다. 어쩌면 내 편견일지 모르지만, 날마다 비슷한 자료와 똑같은 숫자를 보며 일한다는 게 지루하고 짜증이 날 것 같았다.

 “손님들이 주신 자료를 검토하면서 뉴질랜드 경제 동향을 읽고 있어요. 어떤 비즈니스가 잘 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알게 되죠. 저는 그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훗날 제가 제 사업을 하게 된다면 무엇보다 값진 것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늘 행복하게 일을 할 수가 있어요.”

 

재뉴상공회의소·재뉴여성회에 재능 기부도

 경훈이 생각하는 회계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회계사는 디자이너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람마다 체형이나 체구가 다르듯,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예요. 누구는 어떤 옷이 어울리고, 또 누구는 어떤 옷이 맞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저는 손님 개개인 비즈니스에 맞는 옷(회계 정보와 도움말)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해요.”

 경훈을 인터뷰하면서 이런 회계사가 교민 사회에 힘을 실어주면 교민 경제가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적잖은 시간을 교민 비즈니스는 물론 교민 사회에 보탰다. 재뉴여성회가 주최한 세미나나 재뉴상공회의소 모임에도 재능을 기부했다. 그 밖에도 하이웰 채리터블 파운데이션(Hiwell Charitable Foundation) 회계 고문, 한국 고용노동부가 위촉한 케이 멘토’(K-Mentor)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더 많은 시간을 기부하지 못해 미안해했고, 앞으로는 그 미안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안에 현실로 옮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글 앞머리에서 언급한 전경훈이 이 연재물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이유다.

 경훈은 올해 5월 공인회계사(Chartered Accountant) 자격증을 얻었다. 세무사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만큼 책임 또한 더 커졌다. 뜻깊은 부담을 온전히 손님들 비즈니스 향상에 쓰겠다고 밝혔다. 믿고 쓸 수 있는 회계사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회계사 전경훈. 그는 말투도, 생각도 건강하다. 웃음마저 그렇다. 늘 긍정적으로 산다는 그는 뉴질랜드가 더할 나위 없이 살기 좋다며, 자기 능력을 잘 살려 교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나는 물었다. ‘혹시 빼 먹고 못 한 말이 있느냐.

 그는 자그마한 노트를 꺼냈다. 노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하나, 목표를 세우고 끝없이 노력하자.

 , 중간에 포기하지 말자.

 , 자신을 사랑하고 끝까지 믿자.

 ,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지 말자.

 다섯,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중요성을 늘 간직하자.  

 이 글의 끝을 전경훈의 5대 신조로 대신한다. 굳이 뱀의 다리(사족, 蛇足)가 필요 없어서다.

_프리랜서 박성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