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사회의 다음 세대를 잇는다(33.마지막) 국민당 국회의원 멜리사 리

시사인터뷰


 

한인 사회의 다음 세대를 잇는다(33.마지막) 국민당 국회의원 멜리사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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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사회 1.5세대의 든든한 맏언니로 우뚝 서

9월 총선에 4선 도전…“정치 지도자 양성에도 힘 보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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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사회 1.5세대의 든든한 맏언니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멜리사 리 국회의원.(로켓 공원 앞에서)

 

D-64.

 

52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날(7 20), 멜리사 리(한국 이름 이지연)의 지역구(Mt. Albert) 사무실을 찾았다. 국민당(National Party) 소속인 그는 현재 3선 의원이다. 이번 도전에 성공하면 4선 의원이 되어 비하이브(Beehive, 웰링턴에 있는 국회의사당 건물을 가리키는 단어)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게 확실하다.

 

그는 빵 한 조각과 식은 차(tea)로 점심을 때우는 중이었다.

 

“너무 바빠서 점심을 못 먹었어요. 죄송하지만 먹으면서 해도 될까요?” 

한편으로는명색이 국회의원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하느라 점심까지 거르는 모습에서프로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24d404ff313fbdf7b4dc687d62bf457a_1501111430_31.jpg 빌 잉글리시 총리와 함께. 


대한민국 밖 최초의 한국계 국회의원

‘대한민국 밖 최초의 한국계 국회의원.’

 

멜리사에게는 이런 말이 따라다닌다. 2008년 총선에서 그는 국민당 후보로 나서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노동당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헬렌 클라크 총리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뉴질랜드 정치계에서 한 별이 지고, 또 한 별이 뜬 선거였다. 적어도 우리 한인들에게는 멜리사가새 별이었다.

 

멜리사는 1966년생이다. 뉴질랜드 한인사회 1. 5세로는 몇 안 되는맏언니세대에 속한다.

 

1988년에 부모님과 함께 뉴질랜드로 왔어요. 벌써 30년이 다 됐네요. 그때 교민 가족은 손에 꼽을 정도였죠. 교회 모임이 끝나면 저희 집에 모여 식사를 같이하며 이야기 꽃을 나눴던 게 기억에 남네요.”

 

멜리사네 가족은 멜리사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말레이시아로 이민을 떠났다. 그 뒤 호주를 거쳐 뉴질랜드(오클랜드)로 왔다. 대학 전공은 커뮤니케이션. 전공을 살려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주로 아시아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이었다. 뉴질랜드 사회에 인지도가 넓어지면서 정치권의 구애가 이어졌다. 존 키 전 국민당 총리의 지원에 힘입어 무난히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 뒤 9년이 흘렀다. 그 사이 멜리사는 한인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크고 작은 행사 때 그의 당차고 밝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한국계 국회의원으로 한인들의 입과 귀가 되어주면서 제 역할을 다해 나갔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다음 해(2009), 멜리사는김치클럽을 결성했다. 다음 세대의 지도자 양성이 설립 목적이다. 멜리사 같은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한인 1.5세가 주축이 되어 있다. 한인 사회의 앞날이 이들 손에 달려있다고 할 정도로 현재 출중한 인재가 많이 활동한다.

 


24d404ff313fbdf7b4dc687d62bf457a_1501111463_5.jpg 황가레이 항구를 방문하고. 


차세대 정치 지도자 양성에 힘 보태고 싶어

“젊은이들이 정치에 좀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어요. 먼저 구의원이나 시의원에 도전해도 좋고요. 그렇게 경력이 쌓이다 보면 훗날 국회의원도 될 수 있어요. 이번 총선이 끝나면 다음 세대를 주 대상으로 한 정치 지도자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제가 국회의원을 평생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적극적으로 도와 드릴게요. 언제든 연락 주세요.”

 

멜리사가 정치를 하면서 얻은 기쁨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저를 롤 모델(삶의 본보기)로 삼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제일 기분이 좋지요. 한국학교나 오클랜드대학교 혹은 직장인들 모임에서 강의를 하면서 그런 기운이 전해졌어요. 여러모로 부족한 제 삶의 모습이 그들에게 좋은 쪽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4선 의원이 되어 앞으로도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성실하게 의정 활동을 해 나갈 거예요.”

 

뉴질랜드 지도자 무리 가운데 가장 핵심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바라본 한인 사회의 문제점은 어떤 게 있을까.

 

“한인 사회가 뉴질랜드 안에서 섬 같은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해요.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품고 사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국계 뉴질랜드 사람으로 현지 사회에 잘 동화되어 사는 게 중요하다고 믿어요. 다른 민족 사람들과도 두루 어울리고, 여러 봉사 활동에도 나서 뉴질랜드에서 꼭 필요한 한인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요.”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당이 이길 경우, 연달아 네 번째 정권을 이끌어가게 된다. 현재 여론조사로 보면 정권을 이어가는 데 별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당사자인 멜리사의 처지에서는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다.

 

같은 말과 문화를 공유한 동포로서 어쩌면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우호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다. 

“지난 9년 동안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제일 자랑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요? 왜 다시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24d404ff313fbdf7b4dc687d62bf457a_1501111506_01.jpg 한국전쟁 참전 용사(가운데)를 만나. 


“국민당, 뉴질랜드 경제 안정이 자랑거리

멜리사는 그 대답이라면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여 답했다.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은 경제를 안정, 발전시켰다는 거예요. 지구촌 금융 위기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어난 지진에 잘 대처했죠. 다른 나라에 비해 빨리 회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오늘의 경제적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해요.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되면서 일자리가 많이 생겼고요. 현재 한 달에 1만 명씩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어요.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경제가 잘 풀려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국민당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자부해요.”

 

이왕 도와주는 김에 제대로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데 왜 멜리사 리가 다시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멜리사는 내가 그 질문을 건네지 않았더라면 크게 섭섭해했을 것 같은 표정으로 답했다.

 

“정말로 열심히 일했으니까요. 특히 한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갔어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조금이라도 정치에 반영되도록 애를 썼어요. 자신 있게 최선을 다해 의정 활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멜리사가 전해준 의정 활동.

 

 뉴질랜드 국회는 보통 화요일에 시작해 목요일까지 이어진다. 회기 내내 기본이 그렇게 진행된다. 그 사이 대다수 국회의원의 하루 취침 시간은 다섯 시간 정도. 중요한 법안이 제출됐을 때에는 두세 시간 밖에 못 잔다. 멜리사도 마찬가지다. 그 밖에 지역구 행사, 전국구 행사 등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가야 할, 처리해야 할 일이 늘 쌓여 있다. 쉬운 말로 공복(公僕)이라는 사명감 없이는 감당하기 힘든 직업이다. 

“한 번도 국회의원이 된 걸 후회한 적이 없어요. 제 작은 힘이 뉴질랜드를 더 아름답게 바꿨다는 자부심이 있으니까요. 특별히 저는 한국계 뉴질랜드 사람으로서, 우리 한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또 한 차례 국회의원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한인들에게 다가가려고 해요.”

 


24d404ff313fbdf7b4dc687d62bf457a_1501111540_51.jpeg 뉴질랜드 한인학교 교사 연수에 자리를 빛내며. 


1세대와 2세대를 잇는 1.5세대의 맏언니

20대 초반(1980년대 말), 멜리사의 부모가 그래프톤 다리(Grafton Bridge) 옆에다서울무역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오클랜드 한인 사회에서 처음으로 식료품 가게(소매와 수입 병행)를 할 때 그는 듬직하게 제 자리를 지켰다. 영어로 해야 하는, 현지 사회랑 연결하는 일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그 뒤 1세대와 2세대를 잇는 1.5세대 맏언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한인 1.5세의 든든한 기둥인 멜리사 리.

 

그는 어느덧 고국을 떠난 지 40, 뉴질랜드에 온 지 30년 그리고 국회의원이 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누구보다 큰 목소리와 영향력으로 주류 사회에서 한국 사람의 역량을 뽐내고 있다. 지금까지 한인 사회가 배출한 인물 가운데 가장 파급력 있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인 사회의 빛나는 보물임이 분명하다.

 

오는 9 23() 52대 총선이 열리는 날이다. 멜리사 앞에 놓인 4선 도전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어쩌면 한인 사회의 관심과 지원에 달렸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내게 한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저는 그 무엇보다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어요. 그런 점에서 모든 한인이 투표에 동참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웃으며) 그 표가 저희 국민당과 멜리사라면 더 좋겠고요.”

 

여덟 달에 걸쳐 연재한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는 이 기획물의 마지막을 멜리사 리 국민당 국회의원으로 정한 것을 내 나름대로는 큰 의미가 있다고 자부한다. 부디 그가 4선 의원이 되어 뉴질랜드는 물론 한인 사회에 큰 도움이 되기를 빈다.<>

 

그 동안 이 연재물을 애독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_프리랜서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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