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를 다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시사인터뷰


 

뉴질랜드를 다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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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를 다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한인 1.5세 안진 후보(Upper Harbour 지역구), 노동당 국회의원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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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1.5세 노동당 안진 후보는 뉴질랜드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다부진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 8 1, 노동당은 새 대표에 서른일곱 살의 젊은 일꾼 제신다 아던을 선출했다. 이번 총선을 선두에서 지휘할 그는 9년 동안 국민당에 내준 정권을 다시 찾아올 능력자로 인정받았다. 과연 노동당이 던진 승부수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다음 날, 오클랜드 서쪽 한 카페에서 한인 1.5세 출신으로 노동당 후보(Upper Harbour 지역구)로 나선 안진을 만났다.

 노동당이 결국 승부수를 던졌네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내가 던진 첫 질문에 안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노동당 안에도 보수와 진보가 있어요. 제신다는 진보를 대표한다고 봐도 돼요. 젊은 피가 중심이 되어 정권을 되찾아 오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거죠. 성공 여부는 유권자들의 관심과 투표에 따라 결정되겠지요. 저는 잘 되리라 믿어요.”

 제신다가 노동당의 새 대표로 뽑히자 그다음 날부터 후원금이 밀려들고 새 당원이 급증했다. 일단은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은 셈이다. 

 

ba0be2da115d1be35e11c86c718eafab_1502317840_76.jpg                                       산에 오른 뒤 두 팔을 벌려 만세를 외치고 있다. 


뉴질랜드의 각박한 현실 더 보기 힘들어

82년생인 안진 후보, 그는 올해 서른다섯이다. 제신다와 비슷한 나이다.

 그는 올해 초 노동당원이 됐다. 뉴질랜드의 각박한 현실을 더는 보기가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앤드류 리틀 전 대표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뉴질랜드를 바꾸는 데 작은 힘이라도 되어 보겠다고요. 제 정성이 통했는지 저를 국회의원 후보로까지 만들어 주었어요. 정치 초년생이지만 앞으로 최선을 다해 해보려고요. 교민 여러분도 많이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안 후보의 상대는 국민당 소속인 폴라 베넷(Paula Bennett) 현역 의원, 그는 현재 부총리로 일하고 있다. 안 후보에게는 벅찬 인물일 수도 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믿어요. 기존에 하던 눈에 보이는 선거 운동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저는 페이스북과 다른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관계망)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거를 치르려고 해요. 정치 신인이기는 하지만 젊은 피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안 후보는 일곱 살에 부모를 따라 한국을 떠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5년을 살았다. 거기서 한국학교에 다니며 한국 사람의 정체성을 지켜나갔다. 초등학교 교육을 중동의 한복판에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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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관계자들과 함께 자세를 취했다. 


변호사와 검사, 정책 보좌관으로 일해

그는 1996년 뉴질랜드로 이민 와 마운트 로스킬 그래마 스쿨(Mount Roskill Grammar School)을 거쳐 오클랜드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해 변호사가 됐다.

 대학을 졸업한 뒤, 여성 인권단체 샥티(Shakti)에서 사회복지사로 첫발을 내디딘 뒤 8년을 법률 쪽 관련 일을 했다. 변호사와 검사, 정책 보좌관 등의 일이었다.

 제가 이곳에서 중등학교와 대학 시절을 보낼 때 뉴질랜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어요. 바로 노동당이 집권했을 때였죠. 그런데 제가 사회생활을 할 때는 뉴질랜드가 점점 삭막해져 가고 있더라고요. 그냥 보기에 너무 안타까워 저도 인생의 승부수를 던졌죠. 정치로 나라를 좀 바꿔 보자고요.”

 안 후보가 생각하는 국민당 정부의 문제점은 이렇다.

 무엇보다 빈부 격차가 너무 심해졌어요. OECD 나라 가운데 뉴질랜드의 노숙자 비율이 제일 높아요. 또 유니세프(UNICEF)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뉴질랜드의 어린이 빈곤율이 28%나 돼요. 점점 살기 힘든 나라로 변했다는 뜻이죠. 그게 다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벌어진 일이예요. 이제는 정권을 바꿀 때가 됐다고 믿어요.”

 안 후보는 국민당 정부의 실정(失政)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그가 말한 것 중 하나는 국민당 정부는 내수의 활성화로 경제를 살리는 게 아니라 이민에만 의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택 마련이나 의료 혜택, 교육 기반 등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것들을 너무 망가트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민 언론에 대한 불편함(?)을 살짝 보였다.

 교민 신문이나 잡지가 친() 국민당인 것 같아요.(웃음) 뉴질랜드 뉴스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국민당 뉴스를 전해주지 않나 생각해요. 조금은 국민당에 안 좋은 기사도 있는데 그런 거는 안 나오더라고요.”

 안 후보는 그 예로 국민당 정부는 빚을 줄였다고 하지만 개인 빚이 수입의 147%나 된다고 말했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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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하며. 


한인들, 주인의식 갖고 정치에 많은 관심 보였으면

안 후보는 오는 8 19() 저녁 7 30분 타카푸나에 있는 팔색 식당에서 기부금 모금 행사를 하고 한인 사회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릴 예정이다.

 아마 한인들이 제 이름이나 얼굴을 잘 모를 거예요. 사회 활동을 주로 현지 사회에서 해왔고 또 최근까지 웰링턴에서 변호사로 일해 왔기 때문이에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인 사회와 좀 더 밀접하게 관계를 맺으려고 해요. 제가 어린 나이에 이민을 와 한국 문화와 습관을 잘 모르지만 한인 1.5세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요.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안 후보가 스스로 꼽은 장점이다.

 저는 대학을 마친 뒤 법 관련 일만 해 왔어요. 법의 중요성을 알고, 법이 어떻게 지켜져야 나라가 제대로 서는지도 잘 알아요. 결국 법을 만드는 사람은 국회의원이니까, 저도 국회의원이 되어 뉴질랜드를 제대로 된 나라로 만들고 싶어요.”

 안 후보는 이번 총선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계속해 정당 활동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역구(Upper Harbour)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노스 쇼어를 중심으로 안 후보가 가진 법 관련 지식을 최대한 좋게 쓰겠다고 말했다.

 지난 1970년대는 뉴질랜드의 황금기였어요. ‘남태평양의 스웨덴이라고도 불렸어요. 그만큼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라는 뜻이었죠. 저는 뉴질랜드가 다시 그런 명예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거고요.”

 안 후보가 한인들에게 부탁한 당부.

 무엇보다 주인의식을 갖고 사셨으면 좋겠어요. 뉴질랜드는 남의 나라가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잘 사는 나라, 보통 사람이 건강한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정치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 주시고요.”

 안 후보는 바쁜 선거 일정을 쪼개 인터뷰를 했다. 비록 한국말은 조금 어눌했지만 그의 뉴질랜드 사랑은 아낌없어 보였다. 뉴질랜드를 한 번 멋지게 만들어 보겠다는 젊은 피의 기백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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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인 사회의 귀한 인재힘 모아줘야

새는 두 날개를 펴 하늘로 오른다. 한쪽 날개로는 제대로 날 수 없다. 사람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가 있으면 좌가 있고, 보수가 있으면 진보가 있어야 한다. 그 한 축을 한인 1.5세가 맡았다는 것은 큰 뜻이 있다

 노동당 지지 여부를 떠나 안진 후보는 한인 사회의 귀한 인재임이 분명하다. 그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격려를 보내는 이유다. 부디 그의 정치 첫걸음이 의미 있는 열매로 나타나길 바란다.

 한편 52대 뉴질랜드 총선은 오는 9 23() 전국에서 치러진다. 안진 후보의 지역구는 오클랜드 Upper Harbour(Hobsonville, Whenuapai 지역 등).

 _프리랜서 박성기



안진 후보 주요 학력과 경력 

 

1982년 서울 출생 

1996년 뉴질랜드 이민

▶2000년 오클랜드 마운트 로스킬 그래마 스쿨 졸업 

2009년 오클랜드대학 법대 졸업 

2010년 여성 인권단체 샥티(Shakti) 사회복지사 

2011년 오클랜드 지방법원 검사 

2012년 오클랜드대학교 공법/정책 석사 

2013년 뉴질랜드 법무부 정책 보좌관 

 

 

노동당 주요 정책

 

▶저렴한 주택 건축, 부동산 투기 단속, 공공 주택 지원 

▶경찰 1,000명 증원 

▶오클랜드 시내-마운트 로스킬 경전철 건설 

▶실업 상태 젊은이에게 공공 일자리 6개월 제공 

3년 무상 교육과 훈련, 연수 시행 

▶예납세 기준 $2,500에서 $5,000으로 상향 조정 

▶청년 기업가 정책(Young Entrepreneurs Plan) 시행 

▶초·중·고 학교 기부금 폐지

  

안진 후보 연락처

모바일: 027 360 1923 

페이스북: www.facebook.com/jinanupperharb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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