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스무 해, 남십자성예술단 신현국 단장 인터뷰

시사인터뷰

창단 스무 해, 남십자성예술단 신현국 단장 인터뷰

일요시사 0 1707 0 0

문화·예술 단체는 관객들의 박수로 빛이 납니다

2008년부터 단장 맡아 공연 이끌어…‘한국 문화 전도사자부심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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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청년신현국 단장, 그는 청바지와 티셔츠가 잘 어울리는 아주 예술적인사람이다.


빛바랜 청바지에 빨간색 티셔츠가 잘 어울렸다. 한눈에 봐도 예술적인사람으로 느껴졌다. ‘일흔 청년신현국 남십자성예술단(이하 남십자성) 단장.

<일요시사>는 남십자성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신 단장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음악 사랑, 한국 문화 사랑을 외쳤다. 스무 해가 넘는 뉴질랜드 이민 생활도 그러했다. 음악과 예술을 떼놓고 살 수 없었다. 그의 헌신으로 뉴질랜드 한인들은 물론, 키위와 다민족 나라 사람들이 삶의 여유를 누렸다. 그 얘기를 들어본다.

 

KBS PD 출신…‘이산가족 찾기프로도 관여

신현국 단장은 한국방송공사(KBS) PD 출신이다. 1975년에 입사해 1994 9월 뉴질랜드로 이민 오기 전까지 한 직장에서 일했다. 거의 스무 해에 가깝다. KBS에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조연출). 1983년 당시 이산가족은 물론 전 국민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 한국 방송 역사 아니 세계 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프로그램이었다.

신 단장은 주로 교양 프로를 담당했다. KBS 대표 교양 프로 가운데 하나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오랫동안 연출했고, 1988년 올림픽 때는 제주도 성화 중계방송을 진두지휘했다. 그다음 해에는 KBS어린이합창단을 이끌고 일본 순회공연을 다녀왔다. 이때부터 어린이들과 연을 맺은 셈이다.

() 프로덕션.’

이름마저 예술적인이 프로덕션은 신현국 단장이 1996년에 만들었다. 한국 문화를 현지 사회에 소개하고 한인들에게 문화 향수를 달래주겠다는 뜻에서 세운 것이다. 그해 10월 첫 작품이 나왔다. ‘한국 가곡의 밤이라고도 할 수 있는 행사를 통해 신현국이라는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다. 

노스쇼어 타카푸나에 있는 브루스 메이슨 센터(Bruce Mason Centre)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센터 개관 기념 공연을 저희가 한 것이지요. 뉴질랜드에 한국의 노래와 문화가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 인연 덕인지 남십자성 공연도 10회에 가깝게 그곳에서 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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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단장(뒷줄 가운데)과 남십자성 단원들이 행사를 앞두고 함께 자세를 취했다.


신 프로덕션, ‘한국 가곡의 밤해마다 열어

신 프로덕션은 그 뒤 해마다(2003년까지) 가곡의 밤 행사를 열었다. 엄정행, 박인수 씨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성악가들이 뉴질랜드를 찾아 한인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해 주었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별 도움이 안 되는, 오로지 신 단장이 한인들의 문화 활동을 격려해 주기 위해 연 음악 잔치였다.

그 무렵 신 단장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합창단이 한인 사회에 선을 보였다. ‘남십자성소년소녀합창단’, 오늘의 남십자성예술단 전신이다. 초대 단장은 유시몬 씨, 지휘는 박성열 씨(현재 뉴질랜드예수찬양교회 목사)가 맡았다. 1997 4월 남십자성은 남태평양에서 예술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단원이 60명이나 되었습니다. 1, 2부로 나눠 팀을 꾸릴 정도였지요. 오디션을 거쳐 단원을 선발했어요. 한인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였으니 당연히 문화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었지요. 벌써 20년을 맞았다니 정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네요.”

신 단장은 남십자성 창단 뒤 조금은 거리를 두었다. 개인 사업과 신 프로덕션 일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2005년 다시 적극적으로 나섰다. 잔심부름은 물론 공연 연출도 신 단장의 몫이었다. 2008 3 6대 단장으로 취임하면서 남십자성은 제2의 도약을 하게 됐다.

예술 공연은 공연장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시설과 장비가 공연에 맞게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온 뒤로 정기 공연을 브루스 메이슨 센터에서 했어요. 남십자성이 어린이 합창에서 예술단으로까지 발전했는데 이름에 걸맞게 공연도 멋진 곳에서 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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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열린 정기공연 포스터 모음.


원석에서 보석으로’…두세 달 지나면 가능

단원들의 나이는 9살부터 14살까지. 초등학교 고학년생에서 칼리지 저학년생들이 주를 이룬다단원은 형식적으로는 오디션을 거쳐 선발하지만 실제로는 초보자들을 다 받아준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두세 달만 지나면 실력이 확 달라진다. 거친 원석에서 빛나는 보석으로 변하곤 한다. 신 단장의 지도와 담당 교사들의 헌신이 그렇게 만들어 준다.

남십자성은 일 년에 한 번 공연하고 끝나는 그런 단체가 아니다. 한 해 스무 번이 넘는 공연을 한다. 부르는 곳도 다양하고, 가는 곳도 여러 곳이다. 쉽게 말해 한국 문화의 전도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어린 단원들은 매주 한 차례 모여 4시간이 넘게 연습을 한다.

지금까지 300회가 넘는 공연을 펼쳤습니다. 한인 단체가 요구하는 공연은 물론 키위 사회와 다민족 사회가 불러주는 모임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출연했습니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때로는 어린 학생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개해 줄 수 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동안 남십자성이 펼친 공연은 ▷광복절 기념 음악회(1998 8) ▷웰링턴 한국 대사관저 한국의 집개관 기념 음악회(2000 10) ▷뉴질랜드 TV 1 출연(2002 1) ▷재뉴여성회 주최 경로잔치 공연(2004 11) ▷필리핀 고아원 기금 마련 찬조 공연(2006 11) ▷코리안가든 준비 행사 초청 공연(2009 8) ▷양로원 위문 공연(2011 2) ▷뉴질랜드 초등학교 축제 초청 공연(2013 2) ▷재뉴홍콩인의 밤 초청 공연(2016 2) 등이다. 한 마디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면 남십자성의 별()도 늘 함께 빛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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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설화 주제 뮤지컬 해보고 싶어

신 단장은 이번 남십자성 정기 공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또 다른 20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 주제를 감사’(Thankful)로 정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또 스무 해를 돌아보면서 지난 일들에 감사하겠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남십자성에 관심을 가져줄 모든 분에게 미리 감사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축제의 장이 될 게 분명하다. 공연장 좌석을 1,200석에서 980석으로 줄일 계획이다. 대신 그 좌석은 무대 공간으로 꾸민다. 이번 공연에서 눈 여겨 봐야 할 특별 무대는 사물놀이. 신 단장은 한국 문화를 제대로 맛보는 황홀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거기에 더해 힙합, 탭 댄스, 캐럴로 만든 뮤지컬이 관객들 흥을 돋게 할 예정이다. 할머니들로 이루어진 무지개시니어중창단의 찬조 공연도 마련되어 있다.

손자 손녀뻘의 아이들과 늘 호흡을 같이 하는 신 단장의 꿈은 무엇일까?

흥부전 같은 한국 전통설화를 주제로 한 뮤지컬을 해보고 싶습니다. 한 시간 반이 넘는 대작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겠지요. 어린 학생들에게는 한국의 전통극을 알려주고, 어른들에게는 맘껏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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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청년’, “예술은 늙지 않는다보여줘

어떤 사회에서든 한 단체가 20년 넘게 이어져 오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게 문화나 예술 단체라면 더 힘들다. 지원과 관심이 다른 단체에 견줘 현저히 적어서다. 돈도 생기지 않고, 명예도 그리 높지 않다.

그 단체의 명운을 쥐고 있는 것은 관련자들의 헌신과 대표자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남십자성의 역사를 말할 때 신현국 단장이라는 존재는 누구보다 뜻깊게 대접받아야 한다고 본다. 스무 해 전에 문화를 사랑하는 동지들과 뜻을 모아 세웠고,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단장으로 헌신 봉사해 온 그의 삶을 뉴질랜드 한인 역사는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 단장이 내게 한 말이 슬프지만 가슴 속으로 진하게 다가왔다.

문화·예술 단체는 관객들의 박수로 빛이 납니다. 금전으로 후원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많이 참석만 해주셔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특별히 다음 세대를 책임질 어린 단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애써 한국 문화를 알리겠다는 그들에게 1세대 어른들이 당연히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남십자성예술단 신현국 단장.

그는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일흔이 된다. 하지만 겉으로 보면 세월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비결은 예술은 늙지 않는다에 있을 것이다. 아니 예술가는(예술을 사랑하는) 늙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게 맞다.

일흔 청년신현국 단장의 잘 어울리는 청바지와 티셔츠가 그걸 말해 준다.

_프리랜서 박성기

사진_레이휴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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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십자성예술단

 

창단 20주년 기념 정기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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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17 12 4() 저녁 7

▣ 장소: Bruce Mason Centre(Takapuna)

▣ 단장: 신현국

▣ 지휘: 김은지(남십자성), 김은주(무지개시니어중창단)

▣ 반주: 김수정, 문혜원

▣ 교사: 염미애(사물놀이), 이거해(북난타, 부채춤), 리나 채(힙합), 한기경(캐럴), Chloe Hurtley(탭 댄스)

▣ 단원: ▷권경신 ▷권제니 ▷권회민 ▷김민서 ▷김부경 ▷김서영 ▷김수현 ▷김유민 ▷김지우 ▷박서빈 ▷박성원 ▷박준수 ▷박지후 ▷배윤지 ▷배은빈 ▷손지애 ▷손지원 ▷손지호 ▷신유빈 ▷오민서 ▷이설 ▷이유미 ▷장연두 ▷정예닮 ▷최현선 ▷하다현 ▷한서영 ▷홍다은 ▷홍지선 ▷홍지연(가나다 순, 모두 30)

▣ 찬조 공연: 무지개시니어중창단

▣ 특별 출연: 해나 리(전자 바이올리니스트) 

▣ 문의: 027 734 9998, 027 471 5156


[이 게시물은 일요시사님에 의해 2017-11-20 03:09:13 교민뉴스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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