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가장 젊고 빛나는 순간을 노래하는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

시사인터뷰


 

[시사인터뷰] 가장 젊고 빛나는 순간을 노래하는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

일요시사 0 838

노래로 들려주는 인생이야기시니어들의 가슴 뛰는 도전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단장 신현국)의 평균 연령은 83세다. 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단원은 87, 가장 어린 단원의 나이는 75세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치면, 70대는 청소년기 80대는 풋풋한 성년이 되어 한창 꿈을 펼치고 열정을 더해 달릴 시기다. 그렇기에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은 지금 가장 젊고 빛나는 순간을 노래하는 셈이다.

지난 연말에는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의 열네 번째 정기공연이 있었다. 주제는 리멤버(REMEMBER)’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기자는 의미를 담았다. 우리 가곡과 동요, 고전무용 등으로 꾸며진 공연에 많은 교민들이 함께 즐기고 공감했다. 특히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는데 부모와 자식 간에 노래로 애틋한 감정을 교감하는 모습마저 또 하나의 공연으로 느껴졌다. 평소 대화가 부족했던 자녀들이 노부모의 노래를 듣고 공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데, 역시 노래는 세대 간 장벽을 허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공연을 위해 단원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10개월 이상 연습을 했다고 한다. 악보를 수백 번 이상 보고 또 봤을 정도로 열정을 원동력 삼아 공연준비를 했다. 공연에서 들은 이들의 음색은 고았고 화음도 조화로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악보를 모두 외워 노래를 불렀다는 점이었다. 이런 무대가 있기까지 얼마나 무던한 노력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시니어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기쁨과 아픔, 그리고 슬픔을 이해한다. 그런 마음을 담은 노래는 어느 정도의 음정과 박자만으로도 훌륭한 하모니를 이뤄낸다. 공연 후 아련한 여운이 남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현국 단장을 통해 아름다운 노년에 노래하는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이 2010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어떤 계기로 합창단이 결성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고국을 떠나 먼 타국생활에서 어르신들이 겪고 있는 무료함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향수를 달래려는 마음이 컸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재능을 발굴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활동을 통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노래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현재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은 23명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휘는 김은주, 반주는 백선희 님이 맡고 계십니다. 공연이 있을 때마다 모든 단원들이 10개월 이상 연습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공연 전 연습에선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는지요. .

합창이란 자체가 누구 한 사람이라도 두드러지면 안되잖아요. 서로 어우러져 한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처럼 우리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원들은 노래 속에 각자의 개성과 성격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발성연습을 중점으로 해왔습니다.

 

지금은 단원들의 실력이 뛰어나지만 처음 창단했을 당시에는 악보를 읽는데 어려움이 있다거나 개성있는 음색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하모니를 이뤄낼까 하는 여러 고민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은 신문광고를 통해 모집했어요. 40명이 넘는 분들이 응모했고 오디션을 통해 최종 28명을 선발했는데, 오디션으로 뽑힌 분들이라 노래실력은 검증된 셈이었죠. 다들 성품이 비슷해서 그런지 특별히 튀는 분은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껏 우리 합창단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합창단에 대한 열의와 애틋함을 갖고 연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단원들 덕분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공연준비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6년 전 호주 시드니에 초청공연을 갔을 때가 기억에 남네요. 일정에 여유가 없어서 당일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바로 공연을 해야만 했습니다. 각지에서 온 8개 합창단이 참가한 공연이었는데 다른 팀들은 대부분 40~50대 젊은 단원들로 악보를 보고 합창을 하더군요. 그런데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은 단복을 곱게 차려 입고 무대에 올라 악보없이 우렁차게 공연을 했습니다. 평균 나이 80세 어르신들이 그렇게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곤 갑자기 관람석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소리가 나더니 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순간 지켜보는 저도 감격스러워서 그때의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단장님께서 단원들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말씀에서도 느껴집니다. 이번 기회에 무지개 단원들 자랑 좀 해주세요.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은 뉴질랜드 교민사회의 대표적인 시니어 합창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평균나이가 83세로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열정이 가득하고 서로를 통해 얻는 에너지가 대단합니다. 수십 번 수백 번 악보를 외워 무대를 선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 모두가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과 관련해 희망하는 점이 있다면.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합창은 우리 노후생활에 활력을 주고 건강을 가져옵니다. 합창을 통해 얻는 기쁨과 마음의 평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짧은 시간에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바로 노래입니다. 함께 참여하셔서 좋은 추억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이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올 수 있는 바탕에는 단장님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리더가 되어 준 단장님께서 단원들에게 전하는 격려 한마디 남겨주세요.

해가 거듭될수록 우리 단원들의 나이도 더해집니다.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이 앞으로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전하려면 단원 모두가 자신을 잘 돌보면서 건강을 잘 유지하셔야 합니다. 노래를 통해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몸, 건강한 삶을 이어 나가시길 소망합니다.

합창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음악이라 생각합니다. 합창에서 전해오는 전율과 아름다운 하모니는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하모니가 따뜻한 사랑과 행복의 메시지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글 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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