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린' 5공 주역들 연금소송 속셈 [일요시사=사회팀]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국가를 상대로 미지급된 군인연금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돈이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자신들의 군사반란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아직 5공의 단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이다. 때를 맞춰 사회 각 분야에 숨어든 군사정권 잔존 세력들은 5·18을 폄하하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반란 수괴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후예들이 또 다시 뭉쳐 의뭉스러운 집단행동을 했다.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밀린 연금을 내놓으라며 생떼를 쓰고 있다. 지난 6일 국방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정호용 전 국방장관 등 12·12 군사반란 가담자 10명은 서울행정법원에 "군인연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국방부를 상대로도 "밀린 연금을 지급해 달라"며 민원 신청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내 돈 내놔" 정 전 장관과 더불어 소송인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최세창 전 국방장관, 황영시·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장기오 전 육군교육사령관, 장세동 전 3공수특전여단장, 허화평 전 보안사 비서실장, 허삼수 전 보안사 인사처장,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 신윤희 전 육군본부 헌병감이다. 이들 10인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쿠데타를 모의·실행한 주축으로 평가 받는다. 그동안 군 당국은 '내란죄 및 군 형법상 반란죄를 범해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는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군인연금법 제33조 제2항에 의거, 정 전 장관 등에게 연금을 지급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정 장관 등은 올 1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군인연금법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함께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사법부는 17년 전 '전두환(당시 보안사령관)이 주도한 군사쿠데타는 반란행위이며 국기를 유린한 범죄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은 5·18 특별법에 따라 12·12 군사쿠데타에 가담한 이들에게 반란죄 등으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5년, 나머지 범법자들에게는 3년6개월에서 10년 사이의 징역형이 각각 선고됐다. 그러나 이들은 대법원 선고가 있은 지 1년도 못 돼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당시 여론은 이들의 죄를 너무 일찍 사해줬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두환 핵심 측근 3인방(장세동·허화평·허삼수)은 석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엉뚱한 작당을 했다. 2003년 7월 서울행정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군사반란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군인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은 부당하다"며 "살인죄를 저질러도 50%의 연금이 지급되는 규정에 비춰볼 때 (연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건) 지나치게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해당 소송의 피고는 공무원 연금관리공단이었다. 전씨 측근들 5·18 앞두고 국가 상대 소송 쿠데타 정당화 작업 일환…분노하는 유족들 하지만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과 함께 연금관리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이 군인연금법 관련 조항을 내세워 연금의 50%만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일반범죄를 대상으로 하며 내란죄는 지급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무고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명예회복도 다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보위의 막중한 책임을 저버린 원고들에게 퇴직급여 청구권을 인정해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반란수괴인 전두환을 비롯해 헌정질서를 파괴한 원고들이 진실로 반성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꾸짖었다. 이보다 앞선 2003년 2월 정호용·최세창은 장 전 여단장 등과 별개로 연금소송을 제기했다. 논리는 3인방과 같았다. 그러나 법원은 "반란군에게 연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두 번이나 연이어 소송에서 완패한 셈이다. 그럼에도 신군부 세력은 벌써 세 번째 같은 소송을 진행 중이다.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브리핑을 통해 "후안무치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7일 국회 브리핑에서 "전두환 일당은 평생 속죄해도 그 죗값을 못 갚을 텐데 이제는 국민의 세금까지 탐하는 너무나 뻔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개탄했다.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함상훈)는 다음달 13일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 | | ▲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
재판결과는 단정 짓기 어렵지만 정 전 장관 등이 10여년 만에 소송을 건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승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돈이 아닌 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번 소송은) 사법 판결을 통해 5공에 관한 재평가를 받아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송 이사는 "이 사람들(정 전 장관 등)이 다시 모이는 것은 그동안의 5·18 왜곡이 충분한 효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즉 정 전 장관 등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번 소송은 자연스레 5·18 민주화운동의 역린을 건드린 일이며, 나아가 5·18 정신을 폄훼한 처사란 것이다. 정 전 장관(당시 특전사령관)은 5·18이 발발하자 휘하에 있던 3·7·11공수여단을 광주로 파견한 장본인이다. 또 최 전 장관(당시 3공수여단장)은 여단 병력을 끌고 내려가 시민을 상대로 발포를 하게 해 살인을 저지른 지휘자다. 황 전 총장 역시 광주로 내려가 "탱크로 밀어버려라" "저항하는 시위대를 죽여도 좋다"는 명령을 하달한 책임자다. 이밖에도 측근 3인방 등 당시 신군부 세력은 광주진압을 목적으로 긴급회의를 갖고 병력을 움직인 핵심 공범이다. 그런데 이들이 반성은 고사하고 연금 운운하는 것 자체가 광주항쟁 유족들에게는 상처란 것이다. 반성은 없었다 보수논객 지만원씨는 지난 8일 "5·18은 반국가 반란 폭동이고 북한 특수군 600명이 참전하여 30만 게릴라전을 지휘한 특수전쟁이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과거 신군부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지만 군사정권 잔존 세력들은 여전히 5·18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5·18을 왜곡하는 목소리는 어느덧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 60%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찬성 국민 60%가량이 5·18 기념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14∼15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에 찬성한 응답자는 59.8%로 나타났다. '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의견은 22.3%였다. 권역별로는 호남 및 수도권, 충청권에서 찬성의견이 각각 6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47.6%로 가장 낮았다. 7일 강운태 광주시장은 "국민 여론이 이러함에도 정부·여당이 국론분열 운운하며 기념곡 지정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