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영선 사면초가 내막
▲ 지난달 2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과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대국민호소문을 발표 후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원숭이 나무 위에 올려놓고 안팎에서 흔들흔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고 있는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박 위원장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이하 세월호법) 협상안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당이 두 차례나 거부하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게다가 박 위원장이 승부수로 꺼내든 강경투쟁 카드도 안팎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박 위원장이 자신의 리더십을 둘러싼 위기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세월호법 논란으로 국회가 꽉 막힌 가운데, 사태 해결에 나섰던 새정치연합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수습에 실패하며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세월호법 협상안이 세월호 유가족과 당내에서 두 차례나 거부당하며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박 위원장은 마지막 제안으로 ‘3자 협의체(야권+여권+세월호 유가족)’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새누리당으로부터 거절당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벼랑 끝 비대위원장
당장 당내 일각에서는 ‘박영선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으로는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박영선 사퇴론’은 지난달 26일 당 의원총회에서 8월말까지 매일 오전에는 국회 예결위장 의원총회, 오후에는 예결위장을 중심으로 농성을 벌이기로 하는 등 대여 강경투쟁으로 기조를 정하면서 일단 봉합됐다.
대여 전면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적전분열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박 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당이 아예 붕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이 아니어서 박 위원장이 세월호법 정국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의 거취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박 위원장의 배수진을 친 강경투쟁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은 의총에서 직·간접적으로 박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한 중진의원은 “비대위가 할 일이 태산인데 세월호법 문제에 막혀 앞으로 못 나아가고 있다”며 “비대위원장-원내대표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십에 한계를 드러낸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직함을 거둬들이고 새 비대위원장을 선출해 당 재건 업무 등은 별도로 맡겨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강경투쟁 기조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중도성향 의원 15명은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강경투쟁론에 직접적인 반기를 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초선의원은 “강경파들의 눈치를 보며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강경투쟁을 못 마땅해 하는 의원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국회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법 논란 협상·수습 실패…위태로운 정치적 입지
불안한 리더십…사퇴론 봉합 강경투쟁 카드도 효과 의문
박 위원장의 오락가락 행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강경파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지난 5월 원내대표경선에서 강성 이미지에서 벗어나 타협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법 협상을 타결 지으면서 타협론자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협상안이 두 차례나 세월호 유가족과 당내에서 외면받자 다시 대여 강경투쟁 모드로 급선회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온건론이든 강경론이든 직을 걸고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최소한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소리는 들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오락가락하는 정치인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러는 사이 새누리당도 박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며 협상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세월호법 해결을 위해 여야가 어렵게 합의를 이뤘지만 두 차례 모두 새정치연합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로 무산됐다”며 “세월호법 파행 정국의 책임은 전적으로 새정치연합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월호법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오늘의 파행정국을 만든 것은 박영선 위원장”이라며 “박 위원장은 먼저 국민들과 새누리당에 사과부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박 위원장이 안팎에서 비판을 받으며 ‘불안한 리더십’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박 위원장이 계파색이 옅어 온몸을 던져 그를 엄호할 확실한 당내 우군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미 전략홍보본부장, 강래구 조직사무부총장, 박범계 원내대변인 등 3인이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이들만으로 박 위원장을 엄호하기는 무리라는 것.
이처럼 박 위원장의 리더십이 상처투성이가 되면서 수면 아래에서는 차기 당권 싸움이 벌써부터 가시화될 조짐이다. 이는 조기 전대 요구론과 맞닿아 있다.
조기 전대 실시?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위원장이 여야가 합의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켜내는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하는데 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박 위원장 체제 비대위 활동을 최소화하고 조기 전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흔들기’가 안팎에서 시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자신의 리더십을 둘러싼 위기 국면을 어떤 전략으로 돌파해 나갈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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