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싣고 ‘멈춘’ 구급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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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싣고 ‘멈춘’ 구급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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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차량 운전사뿐 아니라 인근 차량 차주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해당 차량이 구급차일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구급차의 1분1초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차 발주 구급차에 문제가 생겼지만 차량을 고칠 수도, 교환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구급차는 의료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제작된 긴급자동차를 말한다. 이 같은 이유로 구급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구급차 운행 중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출고된 지 9년이 지난 구급차의 운행을 금지시켰다. 또 이송 중 처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급차 내에는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위험천만

이는 2015년에 만들어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과 ‘구급차의 기준 및 응급환자 이송업의 시설 등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내용이다. 9년이 지난 구급차의 운행 금지를 비롯해, 구급차 최초 신고·허가는 3년 이내 차량만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구급차의 운행 연한을 초과할 경우 ‘자동차 관리법’의 검사를 거쳐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안전 문화 확산 기조에 맞춰 구급차 차체뿐만 아니라 내부에 탑재되는 장비까지 시의성 있게 개선하는 개정안으로 구급차에 대한 안전성과 이미지를 제고, 응급의료 이송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응급환자 이송업을 하기 위해선 ▲구급차 환자실의 길이는 운전석과 구획 칸막이에서 뒷문의 안쪽 면까지 250㎝ 이상이어야 하고 ▲간이침대 매트리스의 끝에서 뒷문의 안쪽 면 사이에는 25㎝ 이상의 공간이 있어야 하며 ▲구급차 환자실의 바닥에서 천장 안쪽 면까지의 높이는 특수 구급차는 150㎝ 이상, 일반 구급차는 120㎝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처럼 구급차를 운행하기 위해선 필수로 선행돼야 할 조건들이 있다. 이런 조건을 다 갖췄다고 해도 구급차 운행을 위해 해당 보건소에 구급차 운용에 관한 서류를 제출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급차를 운용하고 있다면 운용 일지도 작성해야 하고, 민간 구급차라도 응급 구조사 2명이 환자와 함께 탑승해야 한다.

특히 민간 구급차는 중증·긴급 환자가 멀리 있는 병원으로 이송될 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있을 때는 확보한 요소수를 민간 구급차에 우선 배분했고, 2021년에는 집에서 치료 중인 코로나19 확진자 중 병원에 이송돼야 할 환자를 빠르게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민간 구급차의 협조를 받았다.

9년 이상 구급차는 운행 금지
해당 차량 구매 후 바로 고장

민간 구급차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런 민간 구급차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됐지만 고장 난 불량 구급차 때문이다. 

A씨는 민간 구급차 사업을 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9인승 차량을 구급차로 신차 출고했다. 이후 A씨가 구급차 운용 지역의 구급차 운행 허가를 받아 해당 차량을 민간 구급차로 사용했다. 

하지만 차량을 사용하자마자 문제가 생겼고, A씨는 구매 차량을 구급차로 사용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고 후 한 달도 안 된 차량에서 문제점이 계속 발생됐기 때문이다. 차량 문제는 일반 차량이라도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데 A씨의 차량은 더구나 구급차였다. 자칫 주행 중 문제 발생 시 환자들의 안전까지 위험해진다.

A씨의 차량에서 발생되는 증상은 ▲차량 출력 저하 ▲엔진 부조 현상 ▲가속 불량 ▲변속 시점 딜레이 현상 ▲운행 중 차량 울컥거림 ▲배기가스 저감장치(dpf) 경고등 점등 계속됨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드르륵 거리는 브레이크 디스크 불량 등이 있었다.


급기야 사고가 날 뻔한 위험천만한 일도 발생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10시47분 의식이 없어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남성 환자 한 명이 구급차에 실렸다. 탑승한 응급 구조사는 환자에게 안전 조치를 했다. 구급차와 환자가 착용하고 있는 산소호흡기를 연결했고, 구급차 내 침대에서 환자가 떨어지지 않게 점검했다.

차량이 출발하고 있던 순간이었는데, 이때 차량 엔진이 꺼졌다.

곧 차량 엔진이 켜지긴 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운행 중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이 멈추지 않은 부분이다. 해당 문제로 인해 A씨는 불안한 마음에 차량을 사용할 수 없었고 자동차 수리소에 맡겼다. 

수리해도 “문제 없다”
본사 “법적으로 해라”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수리를 받은 뒤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A씨는 다시 구급차로 사용했다.

그러나 다시 엔진이 멈추는 현상이 재발됐다. 이번에도 응급환자 및 중증환자 이송 도중에 차량이 멈췄다. 차량이 멈추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급발진 가능성도 있는 만큼 A씨는 해당 차량을 구급차로 사용할 수 없었다. 

A씨는 자동차 교환·환불을 요청했다. ‘자동차 관리법 제47조의 2’에 따르면, 국내서 판매한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내)에 같은 증상의 중대한 하자가 발생해 2회(일반 하자는 3회)이상 수리했으나, 같은 증상이 재발한 경우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자동차 제작사에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다.

기준은 ▲2019년 1월1일부터 계약 후 판매된 차량 ▲안전이 우려되거나 경제적 가치가 현저하게 훼손되거나 사용이 곤란한 자동차가 해당한다. 

하지만 A씨는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A씨 차량은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지속적인 문제가 있었고, 수리도 5회 이상 진행했다. 그러나 차량의 서비스센터는 계속해서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했을 뿐이다. A씨를 당황스럽게 한 것은 차량 본사 측의 태도였다. 차량 본사 측 관계자는 A씨에게 “법적으로 하라”고 말했다.

A씨는 “일반 차량도 아니고 응급환자 이송을 하는 구급차인데 무조건 정상이라고만 한다. 이런 상황에 마음 졸여가면서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리, 교환, 반품이 다 불가능하다. 이런데 법적으로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일촉즉발

한편 해당 차량 본사는 전자제어 유압장치(HECU)의 내부 합선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 변속기 제어장치의 안전모드 관련 소프트웨어 설계 오류로 오일펌프 불량 시 변속이 되지 않는 가능성이 발견됐다. 총 17만7681대 차량이 자발적으로 시정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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