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후 '친노 사정바람' 사정없이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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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후 '친노 사정바람' 사정없이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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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노무현 차명계좌’ 국민적 의혹 부추기는 내막

조현오 경찰청장이 시작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사정기관 수장으로서의 발언에 무게감이 실리는 형국이다. 정보가 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으로 쟁점화되면서 특검 도입이라는 섣부른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수면 아래에 묻혀 있던 ‘박연차 게이트’도 되살아나고 있다. 추석 이후 친노세력에 대한 사정 바람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조현오 경찰청장 ‘차명계좌’ 발언…꺼지지 않은 불씨
안희정·이광재 겨냥 “과거권력 뿌리 확 뽑아라”


‘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자살 직전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조현오 경찰청장의 발언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직 경찰청장이 최초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다. 노무현재단과 유족들은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조 청장을 고소했다.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여야 정치권도 예외 없이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연일 “차명계좌 존부에 자신이 있으니까 임명한 게 아니겠느냐”며 의혹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불리할 게 없는 싸움이라는 판단이다.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연찬회 뒤풀이 자리에서는 “만약 특검을 통해 차명계좌가 나오면 ‘노무현 신화’의 실체가 드러나버린다”며 “그 기반 위에서 정치하는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등 차세대 주자들의 존립 근거도 사라져 향후 10년의 권력기반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논란은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호재다. 차명계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말실수’로 끝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조 청장도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 묘소에서 무릎 끓고 사죄할 의사가 있느냐”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질의에 “그럴 생각이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면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을 비롯해 야권까지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조 청장은 인사청문회 이후 입을 닫고 있지만, 정치권으로 쟁점화되면서 여야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국회 예결특위 종합정책질의에서도 이슈가 됐다. 13일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 유무에 대해 질문했다. 답변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는 애매한 말로 되돌아왔다. 이 말은 오히려 논란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차명계좌는 다음달 4일로 예정된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다. 일부 여당의원과 야당의원들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전 부장은 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경찰청장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다”고 말해 파장을 키우기도 했다. 

라이트코리아, 비젼21국민희망연대 등 보수단체들도 14일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진실규명을 위해 특검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경찰청장이던 조 청장의 위치로 볼 때 전혀 근거없는 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는 국민적 의혹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여권과 보수단체들의 이 같은 불 지피기는 인사청문회와 유명환 외교부장관 딸 특채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국면을 돌파하는데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또한 안정을 찾아가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친노세력을 약화시키고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 잠룡으로 부각되고 있는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등을 침몰시킬 수 있는 호재라는 점도 여권이 불 지피기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친노 인사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는 1일 BBS 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검찰에서도 이미 밝혀졌듯이 차명계좌는 없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만든 허위사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국민참여당 천호선 최고위원도 지난달 31일 라디오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정권 차원의 의도”라고 비난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1일 특검을 주장한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을 겨냥해 “무책임한 정쟁을 유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조사의 시작은 박연차 게이트다. 이는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중단됐다. 그런데 관 속에 묻혔던 ‘박연차 게이트’가 되살아나고 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신한 비자금 불씨
관 뚜껑 열고 재점화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등 5개 시민단체는 13일 “라 회장이 2007년 4월 차명계좌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송금했고, 이는 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 검찰이 나서게 됐다. 특히 이번 수사는 형사부가 아닌 금융조세조사부에 배당되면서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섬에 따라 박연차 게이트가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에도 라 회장은 가야컨트리클럽 지분을 인수해 달라며 투자 명목으로 박 전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돈은 가야컨트리클럽 지분 인수에 사용되지 않고 박 전 회장 계좌에 그대로 남아 일부 금액이 유용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이 돈을 신한금융지주가 엘지카드 인수를 두고 정부측 인사에 대한 사례비라는 점에 의혹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내사를 종결했다.

라 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이 부분도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관계자도 언론을 통해 “수사를 어느 선까지 하겠다고 현재는 말할 수 없다”며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수사로 불 지핀 ‘박연차게이트’
관 뚜껑 열고 1년 전 환원…노 서거로 중단된 의혹 재수사

이에 앞서 대표적인 친노 기업인 문병욱 전 썬앤문 회장이 항소심서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10일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 14억8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문 전 회장은 2002년 10월부터 1년 동안 골프장 공사현장에서 건축자재 납품 대금을 정상 결제한 것처럼 꾸며 73억여원을 가로채는 등 회사돈 12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8년 3월 기소됐다.

문 전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재판부에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법정구속을) 미뤄달라”고 말했지만,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 대해 원칙적으로 항소심에서 법정구속을 한다”며 문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명계좌라 할 만한 것 없다
조 청장, 검찰 수사 진행 몰라

조 청장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재판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당시 검찰측 증거를 볼 때) 정 전 비서관 계좌는 노 전 대통령과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문화일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을 재판한 1·2심 재판부 판사 등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당시 수사 기록만으로는 정 전 비서관이 운용했던 차명계좌와 노 전 대통령과의 상관성을 확인할 수 없어 정 전 비서관 개인이 운영했던 차명계좌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이 경찰의 수장으로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겠느냐는 시선에 반해 조 청장의 말은 횡설수설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는 13일 국회 예결특위 종합정책질의 자리에 나와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한 언론을 통해 “주간지인지 인터넷 언론인지를 보고 한 말이다”고 말해 신빙성에 의구심을 던지게 만들었다.

또 경찰의 사기 진작을 위해 전직 대통령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이유에 대해 “기자들 앞에서 하는 발언과 내부 경찰들을 앞에 두고 하는 발언은 다르다”고 답변해 “공무원은 국민이 아니냐. 기자와 경찰들 앞에서 하는 말이 다르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검찰도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일단 부인하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홍만표 전 대검수사기획관은 언론을 통해 “차명계좌는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청장에게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을 알리거나 보고할 위치도 아니라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국민참여당 천호선 최고위원도 차명계좌 존재 여부에 대해 “우리 변호인들이 살펴본 검찰의 수사기록에는 차명계좌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며 “이것을 특검까지 끌고 가려는 자체가 노 전 대통령에게 의혹을 부풀려 뒤집어씌우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보수진영의 힘을 빌어 국민적 의혹으로 확대시키고 있고, 야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투명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 이후 특검을 통한 친노 세력 사정 칼바람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아직 특검 도입이 여야 간에 합의되진 않았지만, 도입될 경우 친노 세력의 도덕성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래저래 이번 추석 명절은 친노세력을 비롯한 정치권이나 검찰을 필두로 한 사정기관 역시 편안치 못한 연휴가 될 것으로 보여 이후 벌어질 예측불허의 상황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 호 (rombo7@ilyosisa.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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