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전단지 근절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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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전단지 근절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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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자극적 전단지 배포로 성매매 부추겨
유해 전단지 집중단속 비웃듯 사방이 난리

유흥·밤문화의 메카 강남이 음란 전단지 비상에 걸렸다. 지난 8월 지역내 성매매 알선 전단지 및 명함형 광고물이 급증함에 따라 이를 집중 단속코자 ‘불법 유해 전단지 전담반’을 구성,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란 전단지가 여전히 판치는 이유에서다. 노골적인 여성 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전단지부터 업소명과 전화번호만을 적어 호기심을 부르는 전단지까지 그 모양과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청소년들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음란 전단지 단속 상황을 취재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과 총신대입구역 인근은 매일 밤 유해 전단지가 넘쳐난다. 키스방, 안마방, 이발소 등 퇴폐 업소가 유독 많은 탓에 나눠주는 사람은 보이지 않아도 전단지는 매일 길거리를 메우고 있다.

그래도 이곳은 약과다. 반라 상태의 노골적인 여성 사진이 첨부된 전단지는 그나마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명함 크기에 적힌 글씨는 키스방, 안마방이라는 문구와 전화번호가 전부다. 하지만 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작구에서 강남구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강남권 전단지 범람

‘강남 상위권 10% 미모' ‘명품관 24시 연중무휴' ‘단체할인' ‘개인 사생활 완벽보호' 등 다양한 문구로 선정성을 내비치는 전단지가 즐비하다. 이른 시간부터 뿌려진 전단지가 청소년들의 하교길을 방해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오히려 이 정도는 약하다는 표정이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역삼역 인근, 9호선 신논현역 주변 등은 이 같은 불법 전단지 배포가 특히 심하고, 강남구에만 전단지 살포를 통해 손님을 유인하는 업소가 35곳으로 전단지 종류만 6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는 지난 8월 유해 전단지 배포가 갑자기 증가하면서 지역내 불법 유해 광고물 수거 및 단속에 나섰다. 경찰의 손길만 기다리기에는 현실이 너무 절박한 나머지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유해 전단지와의 전쟁'을 직접 선포한 것.

당시 구는 신연희 구청장의 지시에 따라 ‘불법·유해 전단지 정비계획'을 세우고 집중 단속을 위해 ‘불법·유해 전단지 전담반’을 구성, 12월까지 상시 운영할 계획을 밝혔고 현재 운영중이다. 2개조 각각 8명으로 구성된 전담반은 월~금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대상 지역을 순찰하며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단속의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속 이후 지난 9월30일을 기준으로 21만1000여장의 전단지를 수거·압수했고 이중 대부분은 명함형 전단지였다. 또 전단지를 살포한 실제 업주를 찾아내 과태료를 물리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유해 전단지 살포는 워낙 뿌리가 깊어 근절까지 갈 길은 아직 먼 것으로 보인다. 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깔리는 전단지는 쉽게 줄지 않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구는 적어도 관내에는 불법 전단지를 더 이상 뿌릴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때까지 단속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피력했다.

진화 혹은 원점으로

강남 뿐 아니라 서울 여러 지역에서 음란 전단지가 판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국적으로 음란 전단지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각 지역별로 음란 전단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근절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특히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배포 방법이 교묘해지고 노골적인 여성 사진을 빼는 등 인쇄 디자인을 바꾸는 경우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 지난여름 광주에서는 낯 뜨거운 여성 사진이 인쇄된 음란 전단지가 상당 부분 모습을 감췄었다.

대신 새로운 디자인의 전단지를 배포하던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지니고 있던 전단지는 낯 뜨거운 반라의 여성 사진 대신 앞면과 뒷면에 ‘물음표(?)'와 ‘느낌표(!)'가 인쇄되어 있었고 해당 문자 아랫부분에 전화번호만 덜렁 쓰여있었다.
음란 전단지임을 숨기려는 의도로 제작된 해당 전단지는 노골적이진 않지만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손님 몰이에 앞장섰다. 노골적인 사진은 없지만 성매매 알선을 목적으로 제작된 만큼 명백한 단속 대상에 해당했다.

그런가 하면 음란 전단지를 배포하는 방식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1명이나 2명이서 오토바이를 타고 마구잡이로 전단지를 뿌리거나 홀로 걸어 다니며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에 전단지를 끼우거나 슬쩍 길바닥에 흘리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속의 위험이 있어 4인 1조로 전단지를 뿌리기도 한다. 선발대 2명이 먼저 50미터 가량 앞서가며 주변을 살피고 단속이 없다고 판단되면 뒤따르던 2명이 전단지를 뿌리는 방식이다.

지난 7월, 음란 전단지를 살포한 혐의로 붙잡힌 일당은 한술 더 떴다. 전단지의 대량 살포를 위해 조수석 바닥에 구멍을 뚫어 차량을 개조하고 그곳을 통해 전단지를 살포하고 다닌 것.
단속이 강화되면서 배포 방식과 전단지의 디자인 등은 변화하고 있지만 실제 뿌려지는 전단지의 양은 줄어들지 않는 등 진화와 원점을 반복하고 있다.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음란 전단지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음란 전단지 제작을 의뢰하는 업소 업주들은 평균 5만장 당 30만원에 음란 전단지 제작을 의뢰한다. 대부분 규모가 영세한 인쇄소를 선택한다. 그렇게 되면 인쇄소 업주들은 불법 전단지를 제작하면 처벌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반 광고문 단가의 4배에 달하는 음란 전단지 제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업주들은 전단지 배포자들에게도 좋은 하루 일당을 제시한다.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나 무직자들이 배포하기 때문에 이들 역시 불법인줄 알면서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근절은 힘들어?

뿌려진 음란 전단지의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 성매매 여성 1명 당 하루 10여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하고, 화대는 10여만원을 받아 업주와 여성이 절반씩 분배하더라도 투자비용보다 곱절이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비교적 싼 값에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도구로 이용되기 때문에 음란 전단지 근절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음란 전단지 배포로 적발된 인쇄업자나 광고주, 배포자 모두 벌금이 100만원 이하의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는 것도 음란 전단지가 근절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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