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 5개월 성적표
혹시 했는데 역시…의욕만 앞선 혁신
[일요시사=경제1팀] 취임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며 출근 저지까지 받았던 '신동규호'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취임한지 150일이 넘었지만 경영혁신은 아직 뒷전이다.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가 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경영도 부실하다. 이 와중에도 제 식구 챙기기는 여전하다. 비리 직원에 월급까지 주니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2차례 출근 저지를 받았던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3일로 취임 150일을 맞았다. 신 회장은 취임 한 달만인 지난 7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8월에는 경영혁신체제를 가동하는 등 경영고삐를 죄면서 경영혁신과제에 집중했다. 취임 100일 관련 행사까지 하지 않을 정도였다.
내홍에 '비틀'
문제는 내실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농협의 도덕적 해이는 도를 넘어섰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HN농협은행은 연평균 1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636억7300만원 규모이며 지난 4년간 내부직원의 횡령과 유용으로 인한 금융사고는 300여 건에 이르렀다.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무려 500억여원에 달했다.
시재금을 횡령해 6개월간 정직처분을 받은 직원에게는 매월 기본금의 90%인 166만원 휴직급여를 지급했으며 입영통지와 함께 병역휴직을 낸 직원은 군 제대까지 1000만원에 달하는 휴직급여를 수령했다.
김승남 민주통합당 의원은 "농협 내부 직원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과 농어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며 "근무기강을 바로 잡아 내부 직원의 불법해우이가 원천적으로 있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협은행은 교통사고 합의금도 지원했다. 출근 중 안전거리 미확보로 앞차를 추돌해 운전자가 다치는 접촉 사고를 낸 직원에게는 합의금 500만원을, 또 다른 교통사고를 낸 직원에게는 150만원의 합의금을 지원했다.
최근 5년간 임직원 자녀에게 지원한 학자금은 1284억원에 달한다. 취학 전 자녀에게도 월 13만원씩 지원해 149억원을 썼다. 농협은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면서 연말정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연 900만원까지는 일반 경비로, 초과 금액은 사내기금으로 지원하는 편법마저 동원했다. 농민 자녀를 위해 지급한 장학금은 최근 5년간 176억원에 불과했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교통사고 가해자 직원의 합의금까지 지급한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과도한 휴직급여 지급과 상식 밖의 과잉복지는 농민과 조합원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일은 신 회장 취임 전 발생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신 회장 취임 후인 지난 10월 국감에서였다. 경영혁신을 주창해왔던 신 회장에게 적잖은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다.
부실경영 지적…과도한 임직원 챙기기 구설
부랴부랴 희망퇴직 대폭 늘려 '몸집 줄이기'
잘 나가는 대기업 부럽지 않은 직원복지를 해 온 농협은행의 자본건정성은 결코 대기업 수준이 아니다. 농협의 신경분리 후 탄생한 농협금융의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 악화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 총자산의 82.0%, 순이익의 84.9%(6월 말·연결기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산규모 약 198조의 핵심 계열사다. 현재 농협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1.23% 수준이다. 은행지주사 평균인 12.91%보다 1.7%포인트 낮다.
가계 대출 연체율은 2007년 0.61%에서 지난 2분기 1.13%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은 0.75%에서 1.84%로 2.5배 가량 늘었다.
부동산 PF대출에 따른 부실 경영도 심각한 수준이다. 농협의 부동산 PF대출은 올해 8월 말 기준 4조1154억원으로 시중 5대 은행 중 최고 수준이다. 연체금액은 5931억원으로 신한·국민은행의 2배, 우리은행의 3배, 하나은행의 25배에 이른다.
지난 2분기 국민·신한은행이 1조27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우리·하나은행도 영업이익을 낸 것과는 다르게 농협은행은 7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순익 1조원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농협'하면 떠오르는 상품도 없다. 지난 5일 농협금융은 신 회장이 취임 직후 "농협 하면 떠오르는 대표상품이 없다. 자회사별로 대표상품을 출시하라"는 주문에 따라 농협카드·NH농협캐피탈이 선두 격으로 포인트 특화카드인 'New Have 카드'와 리스 상품인 '나눔리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시장상황이 녹록치 않고 농협금융이 대표상품의 타깃층으로 잡은 젊은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농협금융은 희망퇴직 규모를 대폭 늘려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 6월27일 취임사에서 신 회장이 "농협금융을 '덩치만 큰 곰'이 아닌 '덩치도 크고 날렵하기까지 한 곰'으로 만들겠다"고 말한 것과는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지난 21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임직원수를 감축하고 조직을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82명인 임원수는 최대 10% 정도, '고액 연봉'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비상임이사는 25명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익성 악화
희망퇴직 대상자의 규모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정년을 앞둔 직원들만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에는 근속연수 제한을 낮췄다. 농협금융 측은 희망퇴직자를 예전보다 200∼300명 정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550명 이상의 직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신경분리 이후 업무 중복으로 효율성이 떨어졌던 부서에 대한 조직 통폐합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등 본부 인력 상당수도 영업현장으로 내보낼 방침이며 재충전 휴가의 의무사용이나 상여금의 실질적인 축소 등 예산을 줄일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