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 '공공의 적' 된 사연
미운털 박힌 싸움닭 사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공공의 적'이 따로 없다. 지난해 말부터는 SK-Ⅱ와 비교 광고 건으로 소송 중이고, 최근 LG생활건강과 '광고 방해'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인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가 다음 타깃을 정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다. 정 대표로부터 서울메트로와의 독점 계약을 포기하라는 종용을 받았다는 것인데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의 서영필 대표가 경쟁업체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협박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서 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신 형식으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서울메트로와의 독점 계약 포기를 종용하는 협박전화를 받았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협박 전화"
서 대표는 2008년 미샤가 서울메트로 역사 내 네트워크형 화장품 전문매장 사업권을 따낸 후 정 대표가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2008년 미샤는 공개적인 전자입찰 온비드를 통해 메트로 내 60여 개의 매장을 낙찰 받았다"며 "매장을 낙찰 받은 후 미샤는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동일 역내에 동일업종이 입점해서는 안된다는 추가 협의를 이끌어 냈다. 이것은 결코 불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동일 업종이 입점해선 안 된다는 서울메트로와의 계약 내용이 불법이 아님에도 정 대표가 이 부분을 지적하며 협박하듯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점 조항을 풀면 두 업체가 다 해먹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정 대표가 했다"며 "이를 거절하자 정 대표가 '검찰 고발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샤와 협상 담당 메트로 직원이 검찰에 고발됐으나 조사결과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고 서 대표는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가 전화상에 검찰 조사 운운하며 위협했다는 것이 서 대표의 주장이다.
서 대표는 또 "서울메트로와 수의계약을 한 상가 운영업체를 통해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이 무단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조치가 없다면 영업방해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상가가 업종 변경을 할 때는 서울메트로와 협의를 거치도록 돼있으나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16곳은 절차도 없이 화장품 매장으로 변경돼 입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당초 서 대표가 개인 SNS에 올린 글에 대해 한 기업의 대표로서 상도의상 걸맞지 않은 처사이고,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자사에 밝힌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사는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고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사료돼 부득이하게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메트로 내 16곳 매장에 대해서도 상가운영업체와 정당한 계약을 통해 입점해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미샤-네이처리퍼블릭 특혜 의혹 진실공방
SNS 통해 잇달아 경쟁사 흠집내기 빈축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서 대표는 곧장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공식 보도자료가 발표된 날 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대표의) 부도덕하고도 협박적인 이야기들을 인정하는 것 아니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라"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미샤의 서울메트로 내 매장 입점 특혜 논란은 최근 열린 서울시의회 서울메트로 행정감사에서 불거졌다. 당시 서영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2008년 서울메트로가 네트워크형 화장품 전문매장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샤 브랜드에 독점권을 주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모지침서에는 역내에 다른 화장품 가게도 열 수 있도록 한 반면 계약서에는 다른 화장품 가게의 진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만큼 명백한 특혜계약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에이블씨엔씨는 '근거 없는 사실 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공식입장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이 같은 에이블씨엔씨 측의 입장에 대해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서 의원은 특혜 의혹을 악성 루머로 치부한 것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명백한 거짓이라며 공개적인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문제는 서 대표의 경쟁사 '흠집내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 대표는 지난 2월 에이블씨엔씨 제품소개 사이트인 뷰티넷에 업계 1,2위를 다투는 더페이스샵을 겨냥한 '나는 분노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서 대표는 더페이스샵을 운영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이 패션잡지와의 광고계약을 방해해 자사 광고가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측도 이번 네이처리퍼블릭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실 무근"이라며 서 대표의 주장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LG생활건강에 대한 무혐의 판결이 남으로써 서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노이즈마케팅?
3월에는 미샤의 1분기 매출이 더페이스샵을 앞서자 "미샤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더페이스샵이 못해서 얻게 된 반사이익"이라며 경쟁사를 자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미샤는 현재 고가 화장품 브랜드 SK-Ⅱ와 상표권 침해건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화장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미샤가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기가 힘겨워 보인다"며 "서 대표가 동일 업종 브랜드를 비방하는 방법으로 미샤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노이즈마케팅'을 즐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