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성장 카페베네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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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성장 카페베네 빛과 그림자

일요시사 0 1389 0 0

‘멀리’ 숲 못보고 ‘눈앞’ 나무만 본다

[일요시사=경제1팀] 바퀴벌레 만큼이나 매장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의미로 일명 ‘바퀴베네’로 불리고 있는 카페베네. 론칭 4년 만에 전국에 800여개의 매장을 개설한 카페베네의 단기 성장률은 가히 ‘서프라이즈’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장기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매출과 가맹점과의 상생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베네의 고속성장과 그 이면을 집중 조명했다.

1년 만에 100여개, 2년만엔 400개 돌파, 4년 만에 800개 이상 매장 증가.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 ‘카페베네’의 초고속 성장속도다. 오죽하면 일각에선 카페베네의 ‘무서운 번식력’을 바퀴벌레에 빗대 ‘바퀴베네’라 부를 정도다.
 
“많아도 너무 많아”
베네의 무서운 번식력

카페베네는 브랜드를 통해 커피, 와플, 젤라또, 베이커리류, 기타 커피관련 제품 판매를 주력사업으로 영위하는 프랜차이즈 전문 업체. 2008년 4월 직영 1호점 매장을 오픈할 때만해도 ‘카페베네’가 해외브랜드인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높은 벽을 뛰어 넘을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확장전략과 스타마케팅을 발판으로 카페베네는 론칭 4년만에 전국에 800여개의 매장을 개설, 국내 1위 커피전문점으로 우뚝 올라섰다.

올 들어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직영 1호점을 개장한데 이어 중국에 3개 매장을 동시 오픈하고, 동남아지역은 물론 중동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출시한 제2브랜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는 론칭한 지 채 1년도 안 돼 약 50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올 연말까지 80곳, 2013년 연말까지 1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난 8월 초에는 세 번째 브랜드인 드러그 스토어 ‘디셈버24’ 1호점을 오픈했고 최근에는 네 번째 브랜드로 베이커리를 선택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이르면 내년 초 베이커리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2년 만에 업계 선두…매출 절반이 인테리어 수익
다이어리·자서전 판매 강요…가맹점 등골만 ‘쏙’

카페베네는 12월 현재도 커피전문점 매장 보유 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단기간 내 급성장을 이뤄낸 김선권 대표에 대해서는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여러 가지 불편한 진실들이 있다.

지나친 점포확장으로 일부 가맹점들이 기존 가맹점과 상권이 겹치면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가 하면 본사가 ‘인테리어 공사비’ 등에서 폭리를 취하며 가맹점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카페베네 본사는 가맹수익과 더불어 ‘인테리어 공사’에 따른 수익으로 막대한 영업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 1679억원 중 843억원(50.2%)이 가맹점 인테리어공사 및 설비집기 판매로 이루어진 매출로 드러난 것이다.

이 가운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인테리어 관련부문의 영업이익률이 무려 26.9%에 이르는 반면 커피판매부문에서는 오히려 81억원의 손실을 봤다. 타 커피전문점의 영업이익률이 보통 7∼10% 수준임을 감안할 때 본업보다 인테리어 장사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에도 카페베네는 올 초부터 아예 본사에 ‘건설사업부’를 만들어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전담시키고 있다. 타 커피전문점에 비해 인테리어 비용도 비싸다.

‘속 빈’고속 성장에
점주들 ‘등골 브레이커’

카페베네에 따르면 매장 개설에 필요한 인테리어 비용은 132㎡(40평형)를 가정해서 3.3㎡당 250만원이다. 반면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업체인 투썸플레이스는 3.3㎡당 인테리어 비용이 196만원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에 비해 카페베네 인테리어 비용이 27% 정도 비싼 셈이다.

인테리어 시공 방식도 다르다. 다른 커피전문점들이 MDF 원목 등 폐목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카페베네는 값비싼 고가의 원목을 다량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맹점수를 많이 늘려 인지도를 높인 뒤, 막대한 인테리어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본사가 기형적 수익으로 배불리는 반면 가맹점주들은 ‘울상’이다. 가맹점 수가 많아지면서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줄고 ‘바퀴베네’라 불리며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는 와중에 본사 측이 2013년 신년 다이어리 및 지난달 16일 출간된 김선권 대표의 자서전 등의 판매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카페베네 가맹점대표 동반성장위원회’카페 에서 한 점주는 “다이어리, 자서전 등을 무자비하게 판매 강요하고 있는데 각 가맹점들에게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지 괘씸하다”며 “점점 본사가 가맹점들의 손해를 불러오게 하는 요인들을 알게 모르게 기묘한 방법으로 강요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점주는 “카페베네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닌 개인 자서전을 서점이 아닌 매장에서 팔 생각을 하냐”며 “판매금액에 대한 추후 로열티 부과문제와 마진율도 거의 없다. 나중에 각 점주들이 물게 될 부가세, 종합소득세를 생각해보면 정말 이익금 제로를 넘어서서 마이너스인데 내가 지금 그 책을 팔게 생겼냐”고 하소연했다.

매출 바닥 치는데
자서전 판매 강요

또 다른 점주 역시 “자서전인지는 한권도 팔리지 않는다”며 “자서전 거치대라고 거창하게 테이블에 담요에 유난을 떨면서, 정작 판매하는 것을 지대로 알리지도 못하는 판매대를 만들다니….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하는일 마다 어쩜 이리도 빈구석이 많은지….매출은 바닥을 치고 이제 직원들까지 걱정하는 말을 하는 판이니 창피하기까지 하다”고 털어놨다.

설상가상으로 본사역시 매출 정체와 함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올해 상반기 850억원 매출액에 6억5700여만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했다. 

작년 상반기 매출액 842억원에 비하면 다소 늘었지만 새로 론칭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의 매출이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이 정체되면서 수익성 역시 악화됐다.

카페베네는 또 미국과 중국, 필리핀 등에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블랙스미스, 디셈버24 등 새로운 브랜드를 잇따라 론칭하면서 부채도 크게 늘었다.

매출 정체·경영실적 악화에 올 상장 무산
“문어발식 확장경영이 자초한 결과”

6월말 기준 카페베네의 총부채는 1385억원으로 작년 연말의 654억원에 비해 두배로 늘어났다. 작년 연말 249%이던 부채비율도 578%로 치솟았다. 총부채 중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도 682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부채가 늘어나면서 금융비용도 지난해 상반기 9억40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4억9000만원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경영이 악화되면서 올해 상장을 목표로 했던 카페베네는 아예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증시 관계자들은 “카페베네의 상장철회는 일단 실적 부진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여기에 가맹점 수가 워낙 많고 재계약이 순조롭지 않다는 점도 상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문어발식 무분별한 확장경영이 자초한 결과”라며 “이는 곧 부실경영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확장경영
‘부실’의 단초

또 다른 전문가는 “카페베네의 성장은 고정 소비자를 거느린 커피의 소비특성과 불황기 창업수요에 힘입은 커피전문점의 공격적인 확장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며 “이제는 오히려 가맹점주들이 성공적으로 카페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균일한 커피 맛과 품질, 메뉴개발, 매장 서비스와 운영지원 등에 더욱 힘써야 할 때”라고 전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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