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억대 굿판’ 미스터리 진실공방 전말
골칫거리 정수장학회 거액 살풀이로 해결?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12월19일)가 채 1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정수장학회’가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원정맥연구소 대표인 원정스님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해 억대 굿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 이를 시작으로 박 후보 측의 반박과 고소, 여기에 네티즌 제보사진까지 더해지면서 진실 공방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해 1억5000만원 상당의 굿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원정맥연구소 대표인 원정스님. 그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의혹을 처음 폭로했고, 이 글은 최근까지 트위터 등 SNS 상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관련 없다더니
거액 들여 굿?
당시 원정스님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가 잘 해결되라고 거액의 굿을 했다”며 “굿 경비는 1억 5000만원. 굿당 현장에 참여했다는 초연스님에게 직접 들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의혹이 진실로 판명될 경우 막판 대선 판도에 끼칠 영향은 크다. 박 후보가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던 ‘정수장학회’를 위해 굿판을 벌인 셈이 되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에 의한 강탈’이 문제가 돼 왔던 정수장학회는 줄곧 박 후보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해왔다. 박 후보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의 실소유주이자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그러나 재단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이사장직을 사임했고, 이후 박정희 의전공보관 출신이자 박 후보의 사조직인 미래연합 운영위원이었던 최필립 전 리비아 대사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수장학회는 박 후보가 사실상 실소유자라는 의혹을 아직까지 떨치지 못하고 있다.
원정스님 “박, 1억5000만원짜리 굿 했다”주장
대도 조세형 전 부인 초연스님에게 직접 들어
정수장학회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자 박 후보는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수장학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언했다. 정수장학회 논란의 핵심은 설립 기반이 된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 재산이 군부세력에 의한 ‘강제헌납’이었는지, 김씨의 ‘자발적 기부’였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지난 10월 말,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탈이 아니라 김지태씨가 자진 헌납했다”며 “김씨는 4·19 때부터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랐고 그 후 5·16때 부패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처벌받지 않기 위해 먼저 재산헌납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당초 ‘최필립 이사장 사퇴촉구’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등을 예상했던 국민 실망은 극에 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도대체 왜 기자회견을 한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을 정도다.
이렇듯 ‘정수장학회 문제’는 여전히 풀지 못한, 박 후보의 네거티브 단골 이슈이다. 그런데 이번 원정스님의 의혹 제기로 과거 박 후보의 기자회견이 ‘대국민 사기극’으로 판명될 경우, 대선 판도를 뒤흔들 가장 강력한 변수가 되고도 남는다.
자세한 정황을 듣기 위해 원정스님과 직접 전화통화를 나눴다. 원정스님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시민캠프 홍보단 소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연스님이
직접 굿에 참석?
원정스님에 따르면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굿’에 직접 참석했다고 밝힌 초연스님과의 만남은 ‘대도 조세형’을 통해서라고 한다. 지난 6월 경 대도 조세형과 만남을 계기로 며칠 후 면목동에 위치한 구룡사를 찾아 초연스님과 첫 만남을 갖게 됐다.
원정스님은 “초연스님과 앉아서 몇 시간 얘기를 나누던 중 ‘박근혜 정수장학회 굿’이야기를 듣게 됐고, 대선 후보가 고액의 굿을 벌인 점 등이 놀라워 내색을 않고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원정스님은 초연스님에게 “얼마주고 했냐, (면목동 구룡사는 빌딩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했냐, 박근혜가 참석했냐, 그 자리에 있었냐” 등을 물었고 이에 대해 초연스님은 “1억5000만원 주고 했다, 구룡사가 아닌 굿당에 가서 했다, 박근혜도 왔고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원정스님은 또 “굿을 한 시기는 시간이 지나 가물가물하지만 지난해 가을쯤이었던 것 같다”며 “박 후보와 초연스님과의 인연은 잘 알 수 없지만 초연스님은 박 후보 지지자 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도 조세형 역시 ‘여풍당당 박근혜’를 펴낸 출판사에서 자서전을 준비하는 등 친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전했다.
‘정수장학회 억대 굿’의혹의 발원지인 ‘초연스님’은 대도 조세형의 전 부인으로 이혼하고 출가 후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승적 받은 인물이다. 대도 조세형과의 사이에 아들 한 명이 있고, 조세형과는 지난 2009년 2월 이혼했다.
초연스님과 인터뷰를 다룬 한 매체에 따르면, 초연스님은 17세가 되던 해 신을 받아 잠시 방황을 했다. 그러나 이내 정상생활로 복귀해 대학을 졸업하고 섬유산업의 본고장인 대구에서 여성 CEO로 활약했다. 섬유사업에 이어 사출금형 전문기업을 운영하면서 1998년에는 강남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이 무렵 남편 조세형을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이후 조세형이 일본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2004년, 초연스님은 절도에 연루 돼 곤욕을 치렀다. 우여곡절 끝에 신을 모시게 됐고 현재는 한국불교 조계종에 출가한 상태다.
캠프 “사실무근”
원정스님 고소
현재 구룡사는 원정스님이 초연스님과 만났던 중랑구 면목동에서 자리를 옮겨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해 있다. 논현동으로 이전한 이유는 늘어나는 신도들과 기도도량 확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박 후보 측 국민행복캠프는 원정스님이 제기한 “정수장학회 관련 1억5000만원 굿판”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박 캠프는 “초연스님과 직접 통화를 했다”며 “초연스님이 박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인 것은 맞지만 박 후보와 굿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일 새누리당은 ‘억대 굿’ 의혹을 제기한 스님을 허위사실 공표죄 및 후보자 비방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 캠프는 “원정스님이라고 밝힌 인물은 문재인 후보 선대위 시민캠프 홍보단 소속”이라며 “초연스님은 원정스님이라는 분을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고 고발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박 캠프의 반박과 관련해 원정스님은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초연스님이 한번 만난 나를 기억 못할 순 있지만 초연스님으로부터 박 후보가 굿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들었다”며 “지난 6월 초연스님의 사찰을 직접 방문했고 당시 방문 전에 본인이 전화를 걸었던 통신기록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혹 사진·동영상 트위터 통해 확산
캠프 “비방”…허위사실 혐의로 고발
이어 원정스님은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권자로서 내가 들은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물을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 중요한 것은 초연스님이 말을 했냐, 안했냐가 아니라 박 후보가 굿을 했냐, 안했냐로 흘러가야 한다”며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정수장학회’, 그리고 그 ‘정수장학회’ 해결을 위해 대선 후보가 억대 굿을 하고, 그간 했던 기자회견 등이 ‘대국민 사기극’이 될 수도 있다면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정스님은 선관위 조사에 대해 “의혹에 대해 내가 허위사실 유포를 했다면 진실이 무엇인지 사실을 밝혀야 당연한 것 아니겠냐”면서도 “선관위 조사를 받기 위해 가던 중 선관위로부터 ‘새누리당이 검찰에 고발했으니 올 필요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선관위가 박 후보 용역업체가 아닌지 다시 한 번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원정스님은 당시 박 후보가 굿을 하는 현장을 촬영한 사진 또는 동영상 제보자를 찾는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상태다. 이에 네티즌들의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제보 사진 및 영상들에는 한결같이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대형 영정이 등장한다. 박 후보가 직접 현장에서 절을 하거나 무언가를 올리는 사진도 있다. 그러나 이 사진들은 의혹과 관련된 굿이 아닌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신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원정스님은 확인되지 않은 굿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다.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이 굿 사진은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 앞에 제사상을 차리고 굿을 벌이는 장면이다. 굿당 밖을 보면 마치 사찰을 연상케 해 의혹을 키우고 있지만 이 현장에 박 후보가 직접 참석했는지 여부는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네티즌 제보 잇달아
“진실은 알 수 없다”
이에 원정스님은 “네티즌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1억5000만원 굿’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글도 있다.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우상화’에는 127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며 “서울 광화문 역사박물관 내 박정희 기념관은 타 대통령 기념관보다 면적이 40%나 넓다고 하는데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도 이런 식의 폭력적인 우상화가 계속되는데 당선이 되고 나면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끝으로 원정스님은 이번 진실공방에 대해 “내가 사과를 할지, 박 후보가 국민에게 사과한 뒤 나에게 사과를 할지 진실은 조사하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