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박범계 의원
10년 공백 깨고 정치 꿈 활짝
[일요시사=정치팀]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자녀 취업특혜, 대기업 협찬, 업무추진비 사적유용, 항공권 깡..."
위에서 나열한 사항들은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져 나온 의혹들이다.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이 후보자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빗발쳤고, 의혹 검증에 나선 의원들은 일약 ‘청문회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남다른 활약으로 주목을 받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박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누가 뭐래도 '친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현직 판사 자리까지 버리고 정치에 입문했던 그였다.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특정업무경비 전용 의혹 등을 최초로 제기하며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그의 행보는 원조 청문회스타인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친노라는 딱지는 박 의원에게 큰 자산이자 굴레였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노무현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친노 책임론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지난 대선 패배로 친노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박 의원은 친노 위기론을 뛰어 넘고 비욘드 노무현이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박 의원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 2002년 현직 판사였음에도 돌연 노무현 대선 캠프에 참여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 사법연수원 시절 자치회에서 펴내는 잡지의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당시 사법연수생들이 뽑은 '존경하는 법조인' 2위에 오른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그의 인생역정을 듣고 존경심을 품게 됐다. 그런데 지난 2002년 대선에서 386세대의 대표주자였던 김민석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화가나 노 전 대통령을 돕기로 마음먹고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판사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도 있는데?
▲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3.5%였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거나 지지율이 상승 추세였다면 권력 지향적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순수한 마음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사표를 내니까 대법원장께서도 "당선 가능성도 없는 사람 왜 도우러 가느냐"고 말했다.
- 대선 승리와 함께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으나 다음 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등 약 10년 간이나 정치적 불운을 겪었다. 19대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 대전이 고향은 아니지만 공천 탈락 등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한번도 대전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봉사했다. 10년간 초심을 잃지 않고 늘 한결같았던 점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 이번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항공권 깡' 의혹이나 특정업무경비 사적 전용 의혹 등을 밝혀내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이 같은 의혹을 파헤칠 수 있었던 비결은? 청문회 이후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는지?
▲ 처음부터 특정업무 경비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닌데 청문회를 준비하다 보니 이상한 점들이 많았다. 임기를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예금증가액이 너무 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조사해보니 이런 문제들이 있었다. 인기는 실제로 좀 실감한다. 지역구 주민들이 좋아하신다. 이전보다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아졌다.
-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가 외국과 비교해 너무 사생활 캐기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가?
▲ 우리나라는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있는 듯하다. 부동산 투기, 병역 회피, 세금 탈루, 위장전입 등등의 잘못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왜 하필 그런 분들을 공직자 후보로 지명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 본 청문 기간 후보자의 능력 검증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는 후보 지명단계에서부터 예비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청문회서 남다른 활약…청문회 스타 노무현 닮은 꼴
친노 위기론 넘고 ‘비욘드 노무현’ 될까? 기대 증폭
- 박 의원께서는 대표적인 친노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노는 계파로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금까지 친노로서 누릴 것은 다 누려놓고 이제 와서 친노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친노가 없다고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그때의 발언은 일종의 바람,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나는 친노가 정치기능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대의 측면으로 친노를 비판하는 분들도 정치적 이용을 위해 친노를 비판하지 않았으면 한다. 친노로서 무언가를 누렸다는 것을 비판의 요소로 삼는다면 달게 받아들이겠지만 지난 10년간 나는 누린 것이 없다.
- 지난 대선의 최대 화두는 '정치쇄신'이었다. 그럼에도 국회는 지난해 새해 예산안에서 국회의원 연금 등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박 의원께서도 찬성 의원 중 한 명인데 정치쇄신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 현재 국회쇄신특위의 야당 간사를 맡고 있다. 정치쇄신안은 임시국회가 돌아오면 제일 먼저 처리할 생각이다. 이번 국회에서 쇄신안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회의원 연금의 경우 폐지 법안이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헌정회 회원들에 대한 지원법이 살아있는 한 집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특사를 강행한 것을 두고 비판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해 측근 특사를 단행했는데.
▲ 이 대통령의 특사와 노 전 대통령의 특사는 큰 차이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특사를 단행했던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경우 이미 형 집행을 거의 다 마친 상황이었다. 반면 천신일 회장,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단행한 특사였다.
-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다.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중점 법안이 있다면?
▲ 시대적 화두는 검찰개혁이다. 현재 계류 중인 중수부 폐지, 공수처 신설, 검찰 차관급 간부 축소화, 수사권 검경 간 적정 배분 등을 세밀히 검토하고 추진해 나가겠다.
- 정치 입문 후 가장 보람을 느끼는 활동은 무엇이었는가?
▲ 정치 입문 후 두 번의 청문회에서 큰 활약을 펼친 것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 청문회를 통해 부적절한 후보자가 임명되는 것을 막아냈다. 또 작년 국정감사에서 우수한 활동을 펼쳐 시민사회가 주는 상과 당에서 주는 상을 모두 수상한 일도 있었다.
- 마지막으로 정치활동을 함에 있어 기본 원칙이 있다면?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신'이다. 정치인이 소신을 지킨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겠다. 또 앞으로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개개인들이 전문성을 갖춰야만 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박범계 의원 프로필
▲ 서울지방법원 판사
▲ 전주지방법원 판사
▲ 대전지방법원 판사
▲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위원
▲ 청와대 법무비서관
▲ 법무법인 정민 대표변호사
▲ 민주통합당 대전광역시당 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