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기원’ 수능선물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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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기원’ 수능선물 변천사

일요시사 0 1707 0 0

▲'잘 찍어라?' 이색적인 합격기원 도끼 선물

아직도 엿 먹어라? 주고도 욕 먹어요

 

[일요시사=사회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싶은 주변 이들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는 말보다는 선물로 그 마음을 대신 한다. 80년대 학력고사 시절부터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대입시험과 함께한 수능선물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7일 시행된다. 매해 이맘때면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는 다양한 선물들이 어김없이 쏟아진다. 찹쌀떡부터 스마트 시계, 수능대박 기원 콩 등의 이색선물까지 수험생에게 ‘힘을 주는 선물’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대를 타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입학 학력고사’로부터 비롯됐다. 1984년부터 시작된 학력고사는 가고 싶은 대학에 먼저 지원한 후 시험을 보는 방식이었다. 학력고사 시절에는 대학입학 지원자들에게 ‘원하는 대학에 붙어라’는 의미에서 엿과 찹쌀떡이 유행했다. 실제로 엿은 다른 음식들에 비해 쉽게 소화돼 수험생의 뇌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좋다는 장점과 가격이 저렴해 더욱 인기를 끌었다. 때문에 시험 당일 학부모들이 수험장 교문에 엿을 녹여 붙이거나 엿통을 멘 선배들이 수험장에 들어가는 후배들에게 엿가락을 물려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1994년 학력고사가 폐지되며 ‘수능시험’이 도입됐다. 선지원 방식의 학력고사와 달리 시험을 본 후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의 수능은 고득점을 맞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찹쌀떡과 엿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험을 잘 보라’는 마음을 재미있게 표현한 상품들이 쏟아졌다. 수험생에게 포크, 성냥, 휴지, 거울, 껌 등에 의미를 부여해 선물하는 것이 유행했다. 휴지, 테이프는 ‘잘 풀어라’, 성냥은 ‘시험에 확 붙어라’, 포크나 모형도끼 ‘답을 잘 찍어라’ 등을 의미했다.

80년대 “붙어라”무조건 엿·찹쌀떡
90년대 “잘 찍어라”포크·도끼 유행
2000년대 웰빙열풍 아로마·베개 등장
최근엔 스마트 시계·3D 방석 인기몰이

이후 매년 ‘수능 한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능을 앞두고 급격히 추워지는 날씨와, 긴장감 때문에 더욱 추위를 느끼는 수험생들을 위한 손난로, 무릎담요 등 보온 선물들이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웰빙열풍이 불며 수능 고득점과 수험생의 심리적 안정을 동시에 생각하는 선물들이 인기를 끌었다. 다크 초콜릿의 인기로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기분 전환도 되는 초콜릿 선물과 수험생의 건강을 생각한 비타민 등의 건강식품이 대표적이었다. 또 수능 전날 숙면을 위한 아로마, 숙면베개, 수면양말 등도 인기를 얻었다.


그래도 인기있는 아이템은 뭐니뭐니해도 찹쌀떡이다.
▲그래도 인기있는 아이템은 뭐니뭐니해도 찹쌀떡이다.


경기 불황으로 힘들었던 2008년에는 수능선물에도 ‘저렴’과 '복고’바람이 불었다. 고가품보다는 80년대 유행했던 낱개 엿과 찹쌀떡 등이 다시 인기를 찹쌀떡이 초콜릿을 제치고 수능선물 1위를 재탈환하기도 했다.

매년 시끌벅적했던 수험장이 신종플루의 공포로 써늘했던 2009년에는 수험생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홍삼 제품, 손세정제, 마스크 등이 각광받았다. 이외에도 숙면유도 음악과 학습 파일을 편안하게 청취할 수 있는 ‘골전도 베개’ ‘이어캔들’ 등 수험생들의 숙면, 체력, 집중력을 보강하는 선물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실용성 위주로

2010년대에는 ‘실용적’이면서도 ‘스마트’한 수능선물이 눈길을 끌었다. 그 중 가장 핫했던 제품은 스톱워치, 알람, 계산기능이 내재된 ‘수능 시계’였다. 과목별 남은 시간을 표시해주는 기능이 착안된 수능 시계는 효율적인 시간분배가 중요한 수험생에게 인기를 끌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 반 만에 7000여 개가 판매되며 지금까지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거의 선물들과 더불어 실용적이거나 응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정성어린 이색선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장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3차원 입체구조 원단의 ‘3D 공부방석’나 콩 위에 원하는 메시지를 새긴 뒤 콩을 자라게 하는 수능대박 기원 메시지콩, 식용 네잎클로버 등이 새로운 수능선물 문화를 만들고 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험생 받고 싶은 선물은?
“엿·떡 지겹다”

수능 이후 해방감을 맛보고 싶어하는 수험생들과 자녀가 대학생활을 통해 성숙해지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심리가 반영된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한 백화점에서 고3 수험생 550명과 수험생을 둔 학부모 320명을 대상으로 “가장 받고 싶은 선물과 가장 주고 싶은 선물”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남자 수험생들의 31%는 노트북과 태블릿PC를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꼽았다. 현금(25%), 캐주얼 의류, 신발(19%), 최신 스마트폰(13%)과 배낭여행(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외모를 가꾸는 데 관심이 많은 여학생들은 명품지갑이나 가방(29%)을 꼽았고, 이어 피부관리·화장품(25%), 캐주얼 의류·구두(19%), 다이어트식품(15%), 공연티켓(7%) 순으로 답했다.

미용과 스마트기기에 관심이 많은 수험생 자녀들의 마음과는 달리 많은 부모들은 수험생에게 정장과 구두(34%)를 사주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어 도서(27%), 가방(14%), 노트북(12%), 스마트폰(10%)을 꼽았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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