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우조선해양-조폭 상생 기막힌 사연
"고위임원이 두목 뒤 봐주고 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는 직원도 아니면서 직원보다 더한 행세를 하고 다니는 '조폭'이 있다. 직원들이 마시는 물을 6년간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는데 그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대우조선해양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조폭물'을 마시는 사연은 뭘까?
지난달 22일 기자에게 "대우조선해양의 총체적 비리를 제보하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정확한 이름과 신원은 밝힐 수 없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고위 임원(이하 A씨)이라고 했다. 그는 "지켜보는 눈이 많다"며 기자에게 부산으로 내려와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경남 진주로 약속 장소를 변경했다.
A씨를 만난 건 11월26일 오전 진주 시내의 한 모텔에서였다. 그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A씨는 "거제도에 와서 사람들에게 물장사에 대해 물어보면 혀를 찰 것이다"며 식수 공급업자 B씨의 행태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고위관계자 폭로
A씨에 따르면 B씨는 거제도 지역에서 '조폭'으로 통한다. B씨는 거제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다. 70세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형 오토바이와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위력을 과시한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 임원실도 제집 드나들 듯 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작은 요트도 소유해 재계 유력 인사가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하면 함께 탑승하기도 한다고.
B씨가 하는 일은 '물장사'다. 정수기 생수통을 납품한다. 납품 대상 회사는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각 부서에 생수통을 독점적으로 공급한다. 그가 '물장사'를 해 얻는 수익은 대우조선해양에서만 한 달에 5억여원, 해마다 6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B씨가 대우조선해양에 식수를 납품하게 된 계기는 뭘까? A씨의 주장에 따르면 B씨와 대우조선해양의 인연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대우조선해양이 운영하는 모 호텔 지하에서 불법게임장을 운영하다가 적발돼 구속됐다. 게임기의 메인 키판은 대우조선해양이 보관하다가 폐기했다. 약 4년 뒤 출소한 B씨는 대우조선해양 측에 키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키판을 돌려받지 못한 B씨는 '먹고 살 길을 마련해 달라'고 대우조선해양에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B씨의 요구를 받아들여 식수 공급 루트를 뚫어줬다. 이때부터 B씨는 6년여간 대우조선해양 각 부서에 식수를 납품해왔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에는 B씨의 횡포를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다. 한 내부관계자는 "B씨가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하거나 방해를 하는 인사가 있으면 간접적으로 위협을 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협박성 문자를 보내거나 출·퇴근시간 임직원들의 집 앞에 건장한 청년들을 대동하고 찾아가는 등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며 "이런 이유로 회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우려한 한 임원이 식수 공급 업자를 바꾸려 시도했지만 윗선의 개입과 B씨의 위협에 흐지부지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6년전부터 생수 독점공급…연 60억원 수익
회사건물서 게임장 운영 인연 "윗선 비호"
대우조선해양 내부 사정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B씨가 식수 공급을 시작할 때의 사장과 현재 사장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B씨와 대우조선해양의 부적절한 관계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며 "사장급이 아닌 또 다른 고위직 임원이 B씨를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고 전했다.
불법게임장 사건이 터졌을 때의 대우조선해양 수장은 남상태 전 사장, 하지만 지금은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고재호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이끌고 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고위 임원 D씨의 총애를 받고 있다. C상무가 식수 공급 업자를 바꾸려고 했을 때도 D씨가 직접 나서서 C상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D씨는 고 사장의 최전방 '행동대장'으로 알려져 있다. D씨는 서울과 거제도를 오고가며 홍보, 대관, 대민, 대언론 업무를 담당한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에서 자금 담당 업무를 맡다가 개인 사업을 이유로 회사를 떠난 뒤 남 전 사장의 부름을 받고 복귀했다.
B씨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받고 있는 특혜는 식수 독점 공급만 있는 게 아니다. B씨의 사무실은 옥포조선소 인근의 복합업무단지인 오션프라자 근처 공터에 위치해 있다. 오션프라자는 지난 2011년 초 설립된 2개동 규모의 신규 R&D 센터다. 한 동은 협력사 엔지니어들이 모여 근무하고 또 한 동은 대우조선해양 엔지니어들이 근무한다. 건물 모든 곳에서 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하고 해외 R&D 담당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첨단 영상회의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A씨는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공터에 간이 건물을 지어 불법으로 점유하고 B씨가 사무실로 쓰고 있다"며 "그런데도 말 한마디 하는 임직원이 없다. 아니 말을 못한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내부선 '쉬쉬'
대우조선해양 측은 B씨와 식수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회사 차원에서 식수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며 "식수 계약은 각 부서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강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폭' '특혜' '비호' 등 일련의 의혹에 대해서는 "사측에서는 처음 듣는 얘기다. 관련 부서에서도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했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대우조선해양이 식수 계약을 단체계약이 아닌 개별계약 방식으로 체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문제는 개별계약의 대상이 B씨가 운영하는 업체밖에 없다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