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잉복지? 김무성 '눈 가리고 아웅'할 텐가 |
▲ '복지 과잉'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국민 나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김 대표는 5일,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복지·증세 문제를 두고 "지금부터 피 터지게 복지 논쟁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주최로 열린 제38회 전국 최고경영자연찬회에서 강연자로 나서 "복지수준의 향상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총이 주최는 연찬회 자리이니 만큼 증세와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한 것을 두고 '애교'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예산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국 2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기절초풍할만한 일이다.
OECD와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SOCX, social expenditure)의 비율은 10.4%로 OECD 28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게다가 2015년 들어 전년도보다 7.1% 오른 최저임금 수준이 시급 5580원이고, 정년 퇴직 이후의 노년층 인구 일부는 폐지 모으기 등으로 어렵게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지독한 현실감의 괴리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김 대표가 현재의 복지 상황이나 서민들의 실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복지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는 "과연 우리가 어떤 복지제도 유형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국민대타협을 해서 우리에게 맞는 복지를 해야 한다"며 '맞춤 복지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세금을 올리고, 복지를 올릴 것인가를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선별 복지를 해야 하는 것은 우파에서 주장하고, 보편적 복지를 해야한다는 것은 좌파에서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70% 이하만 해야 한다는 것이고, (좌파는)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줘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사례를 언급하며 "유럽도 마찬가지로 과잉복지 때문에 파탄해서 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 말은 사실과 다르다. 현재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복지가 잘 되고 있는 베네룩스(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3국 중 룩셈부르크의 경우만 봐도 대충 답은 나오기 때문이다.
이미 1인당 GDP가 5279만달러(2014년 기준)를 넘어선 지 오래고, 제조업 종사자들의 평균 임금이 720만원 정도(2008년 기준)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나라다. 그러면서도 국가예산의 30%를 복지 예산에 투입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는 사회 복지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 의료비·자녀 양육비·최저생활 재정 보조금 지급 등 국가 복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핀란드의 1/3에도 미치지 않고, 슬로베니아, 헝가리 등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김 대표의 말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복지가 잘 된 선진국들은 모두 국민이 나태해지고 부정부패가 만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성수 대변인의 "과연 이런 사고로 우리나라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맞닥뜨리게 될 현안들에 대해 올바른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대표의 유럽 국가들의 과잉복지로 망했다는 발언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껏 국민은 복지과잉이라는 것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으며 제대로 된 복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제 할일 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타박타박 받아가는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과잉복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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