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준표 '무상급식 중단과 비즈니스석'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지원중단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19일, 본회의를 열고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골자로 하는 '서민자녀교육비 지원 조례안'을 처리했다.
도의회는 이 조례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44표, 반대 7표, 기권 4표로 원안을 가결시켰다. 조례안에는 저소득층과 생활이 어려운 서민 자녀에 대한 학력 향상과 교육격차 해소 등의 사업을 담고 있다.
홍 지사는 올해 무상급식 지원 예산으로 편성됐던 643억원 전액을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홍 지사가 무상급식을 지원하게 된 배경으로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 부족'이었다. 그는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무상급식 체제는 우리나라에 맞지 않다. 서민복지 쪽으로 집중하는 것이 빈부격차가 큰 우리나라에선 더 합당한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무조건 무상급식을 하도록 하지 않고 이른바 '어려운 학생들'에게만 급식과 교육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도정을 이끌어가는 수장이 크고 작은 정책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여론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은 채 '독불장군'식의 강행 처리는 곤란하다.
실제로 이날 조례안 표결이 이뤄졌던 도의회 앞에서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학부모 등 500여명이 운집해 조례 제정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적잖은 갈등이 노출되기도 했다.
홍 지사에 따르면, 현재 경남도의 초중고 학생들은 640만명 정도인데 240만명 정도가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예산은 8배나 증가했다. 무상급식 대상인 학생들이 줄었고 교육청 예산은 8배나 증가했다는데도 홍 지사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선별적 급식'을 하겠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랬던 그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재정이 고갈되는데 미래세대에 빚을 지우면서까지 빚잔치를 하자는 무상복지정책을 바로잡고자 내 재량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상반된 발언하기도 했다.
우선 지자체단체장이 국가재정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며 지원학생수는 감소했고 오히려 교육청 예산은 증가했다는 본인의 워딩(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꾸는 것도 궤변에 불과하다.
더 아이러니컬한 부분은 대선(大選)과 관련한 발언이다. 그는 대선지지도가 올랐다는 주변 평가에 대해 "무상정책에 대한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연관시키는 것은 좀 그렇다"며 불쾌해했지만, 특성상 불특정다수가 보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국가재정 고갈'이라는 글을 기재해 '대선'에 염두하고 있음을 에둘러 나타내기도 했다.
'돈 없어서' 무상급식을 중단한다던 그는 지난 1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무상급식 설전' 이후 서울 일정을 위해 올라오는 비행기를 이코노미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으로 이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공무원여비규정상,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은 차관급 예우를 받기 때문에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는 있다.
비즈니스석 논란이 일자, 경남도 측은 "늘 비즈니스석을 이용하진 않는다. 지사님이 피곤하다고 할 때 비즈니스석을 예매해달라고 요청한다"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문 대표도 같은 항공편에 올랐는데 그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서울로 올라왔다.
경남도 측의 해명도 마뜩잖기는 매한가지다. 일반적으로 업무일정은 당일에 급히 변동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미 짜여진 일정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즉, 행선지나 교통수단 등은 며칠 전부터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홍 지사는 '며칠 전부터 피곤했었나보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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