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종철 사건 청문회? 박상옥 후보자 청문회?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요청서가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도착한 지 72일만인 지난 7일, 전격 개회됐다. 개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막상 뚜껑을 열자 난데없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올인했다.
이날 여야 청문위원들은 약속이나 한듯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른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청문회'라는 말이 나올 법할 정도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사건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됐는지, 당시 수사 검사였던 박 후보자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했는지 등에 대한 질의로 점철됐다.
박 후보자는 해당 사건 당시 박종철군을 고문하는 과정에 참가했던 경찰관 2명과 3명을 추가 기소하는 과정에서 검사로 참여했다. 당시 그는 신창언 형사2부장과 안상수 검사(현 창원시장) 아래 막내 검사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청문위원들은 박 후보자가 박종철군의 치사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담당검사로서 능동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1차 수사 중 고문했던 2명의 경찰관 구속 과정에서 현장검증(남영동 대공분실)시 피의자를 대동하지 않고 조사하는 등 수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새누리당은 당시 박종철군을 조사하던 경찰이 치사사건을 심장마비로 은폐하려 했던 것을 검찰이 끈질기게 수사해 물고문으로 인한 질식사로 밝혀낸 것이 본질이며 이 부분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회선 청문위원은 이날 사건 초기 경찰이 박종철군의 시신을 화장하려던 것을 제지하고 부검장소를 경찰대 병원에서 중앙대 용산병원으로 바꿨으며, 부검에 경찰을 입회시키지 않도록 한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증인으로 출석했던 새누리당 전 의원 출신인 안상수 창원시장(당시 1·2차 수사 담당 검사)은 "당시는 안기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때였다. 무엇이든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는 지금의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안 시장의 이 같은 증언은 당시의 검찰이 그만큼 권력에 자유롭지 못했다는 에두른 표현이면서도 결국 박 후보자의 당시 수사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 쯤으로 해석될 수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옛속담이 오버랩되는 것은 억지도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법에 의해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등의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국정수행 능력 및 자질 검증을 위한 최소한의 검증장치다.
이를 위해 국회에 후보자의 요청사유서 및 국회의장의 추천서 외에도 학력은 물론 경력 사항, 병역사항 신고사항, 재산신고 사항, 최근 3년간의 소득·재산세 납부실적, 범죄경력 사항 등에 관한 증빙서류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국정수행이나 해당 업무에 대한 자질 여부는 물론, 병역·납세 등의 기본적 4대 의무 위반이나 위법 행위 등이 있었는지 송곳 검증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단골메뉴처럼 등장했던 위장전입 문제나 탈세, 병역 문제 등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박 후보자가 그만큼 '청백리'로 살아왔고 도덕성 등에 대한 결함이 없는 경우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날 여야 청문위원들은 '박종철 치사사건'에만 매달렸다.
아예 작정하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만을 타깃으로 정한 듯한 인상이 강한 건 기분 탓일까?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