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눈치 보는 최경환 딜레마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남들도 다 돌아간다는데…“나 돌아갈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에서는 친박 장관들의 여의도 복귀와 관련해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8월 복귀설’, 또 하나는 ‘12월 복귀설’이다. 이미 몇몇 장관의 경우 복귀가 기정사실화 됐다고 봐도 무방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고심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친박계 의원겸직 장관 5인의 거취에 대한 얘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가에서 나돌던 ‘8월 복귀설’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근 휴가철을 맞아 여의도가 조용하지만 청와대에서 나오는 뒷얘기는 무성하다. 의원겸직 장관들이 달력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7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개인정치 불가’를 주문했지만, 장관들의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붙들어놓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정가
8월 복귀설
박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국무위원들께서도 국민을 대신해서 각 부처를 잘 이끌어주셔야 한다”며 “여기에는 개인적인 행로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고 1차 경고를 날렸다. 지난달 21일에는 “모든 개인적인 일정은 내려놓고 국가경제와 개혁을 위해서 매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2차 경고장을 던졌다.
그러나 일부 친박 장관들의 8월 복귀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월부터는 정기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복귀 시점을 잡는다면 8월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아니면 국회가 종료되는 12월이 적기다. 그래서 8월·12월 복귀설이 정가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그중 정가 복귀는 8월이 가장 최상이라는 얘기가 많다. 공직선거법을 봐도 12월 복귀를 예상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2016년 4월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1월14일(선거일 90일 전)까지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어쩌면 선거준비 없이 바로 실전에 돌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관들 다수가 내년 1월14일까지 공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전 새누리당 관계자 중 한 명은 “(박 대통령의 발언 중) 2차 경고에서 좀 더 순화적인 표현을 썼다”며 “어느 정도 장관들의 사정을 봐주기 시작한 것 같다”는 해석을 달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의원겸직 장관들의 여의도 복귀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는 가운데 줄사퇴로 번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박근혜정부가 국정동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한 명의 장관이 관가에 남아 장관직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전문가들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꼽는다.
12월 복귀설
복귀 시동
나머지 장관들의 복귀를 암시하는 듯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들려온다. 대표적으로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있다. 김 장관은 대표적으로 8월 중 여의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이다. 지난 7월14일 김 장관은 박 대통령이 1차 경고를 했음에도 기자들 앞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1월14일까지 공직을 수행한 후 출마하겠다는 뜻이었다고 말하며 수습하고 있지만 정가에서는 8월 중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지역구의 반응이 좋지 못하다는 소문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 지역지의 소식에 따르면 김 장관의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에서 ‘반 김희정’ 연대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소문들이 김 장관의 마음을 조급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8월 복귀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황 부총리의 8월 복귀 움직임도 이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유력인사들의 출마 소식에 계획된 것보다 장관직 퇴임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중이다. 송일국·송영길, 두 송씨 성을 가진 유력인사들의 출마소식이 황 부총리 측을 긴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부터 떠돌기 시작한 배우 송일국의 인천 연구수 출마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가시화 되는 모양새다. 송일국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원겸직 장관 8월·12월 ‘복귀설’ 솔솔
황우여·김희정·유기준·유일호 8월 복귀?
송영길 전 인천시장 또한 경계대상이다. 최근 중국에서 돌아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연수구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지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 부총리는 그동안 본인의 정치인생 마지막 꿈이 국회의장이라는 점을 누차 밝혀왔었기 때문에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강력한 후보자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 장관직 퇴임의 촉매제 역할이 될 수 있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근 황 부총리의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황 부총리는 주중에는 세종시에 업무를 보다가 주말에는 연수구를 찾는 등 지역 활동에 힘을 쏟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한 본인의 선거사무소에서 예배를 드리는 활동도 빠지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의 경우에는 사석에서 측근들에게 20대 총선 출마를 얘기한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짧은 근무기간이 8월 복귀를 가로막는 요소로 지적된다. 지난 3월 취임한 두 사람은 아직 장관이 된 지 4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적어도 6개월 이상 공직에 머물러야 한다는 여론을 생각해 봤을 때 12월 복귀가 예상된다. 단 ‘10개월 장관’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 유기준 장관의 경우 선거구 관리가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12월 복귀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부산 서구가 지역구인 유 장관은 해수부장관이기 때문에 다른 장관들에 비해 지역구 챙기기가 쉽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 장관은 한 달에 한 번 이상씩 부산 서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해양대 특강, 동아고 동문행사 등 주로 공식 일정을 중심으로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황우여·김희정
유기준·유일호
그러나 최근 선거구 재획정 문제가 떠올라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유 장관이 맡고 있는 부산 서구는 인구수 기준에 미달해 재편 예상지역에 포함된 상태다. 따라서 최근 발족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유 장관의 입장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5명의 장관 중 4명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는데 반해 나머지 한 명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최 부총리에게는 힘든 8월이 예상된다. 최근 휴가기간 동안 지역구인 경북 청도를 방문, 민생행보를 보였지만 큰 의미가 없다는 해석이 많다. 최 부총리는 행사 후 “경제부처의 수장으로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투구하다 보니 지역에 자주 오지 못했고 휴가를 이용해 지역구 현안을 챙기겠다”며 취지를 알렸다.
‘초이노믹스’에 발목 잡힌 최경환
12월 복귀? 총선준비는 어떡하나
그렇다면 왜 최 부총리만 유독 대통령 눈치를 보는 것일까. 박근혜정부 내 역할론이 다르기 때문이란 얘기가 지배적이다. 최 부총리는 경제 관련정책 집행에 열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였던 추경예산안이 최근 여·야 합의에 의해 통과되면서 최 부총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최 부총리는 추경이 통과된 직후 “추경예산이 최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여·야의 쟁점사항으로 떠오른 노동개혁 역시 최 부총리의 여의도 복귀를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다. 공식석상에서 최 부총리는 “4대 구조개혁 중 노동개혁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모든 정책역량을 최대한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과의 약속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어느 정권보다 경제성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보니 최 부총리의 역할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최경환의 ‘최’, 경제학을 나타내는 이코노믹스라는 단어를 합쳐 ‘초이노믹스’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경제부문에 있어 박 대통령이 최 부총리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최근 경제인들과 스킨십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최 부총리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와 오찬을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총수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 최 부총리도 참석해 교류를 가졌다.
초이노믹스
반전 이루나
박 대통령이 누차 강조했던 4대 국정핵심구조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을 이끌기 위해서도 최 부총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연속성이 생명과도 같은 개혁추진에서 수장이 빠진다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년 예산안 통과 문제도 걸려있어 최소 법정처리시한인 12월 초까지는 현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분간 최 부총리의 딜레마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가 10월경 결판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복귀시기를 놓고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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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평가 엇갈리는 초이노믹스
최경환표 부동산 정책이 과연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거래량이 지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맞게 됐다며 성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빚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액이 10년 전에 비해 2배가 넘는 500조원에 가까워지고 있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최경환표 부동산정책 ‘성공이냐 실패냐’
새정치민주연합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이끌었다”고 자평한 ‘최경환표’ 부동산정책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위원회 위원들은 갈지자를 보인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전세가가 급등하는 등 과열양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여의도 증권가 쪽에서는 칭찬하는 목소리 일색이다.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최 부총리의 리더십을 칭찬하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서로 정책공조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부동산 등 자산시장 안정 및 활성화를 유도하며 정책의 일치성을 보여줬다”는 주장도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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