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입양아 학대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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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스토리> 울산 입양아 학대사건 전말

일요시사 0 1137 0 0
▲ 브리핑하는 울산경찰청 <사진=뉴시스>

3세 아이 데려가 스트레스 풀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 입양아가 양모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양모는 쇠파이프를 들고 입양아를 마구 내리쳤다. 심지어 고추를 탄 물을 먹이기까지 했다. 고작 25개월 된 여아에게 한 짓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허술한 입양심사와 사후 관리 문제도 수면위로 올랐다. 양부모는 서류를 위조해 입양을 받았다. 세 자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입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입양한 두 살배기 딸을 마구 학대해 숨지게 한 인면수심의 양모에게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했다. 지난 4일 울산지방경찰청은 전모(25개월·여)양을 숨지게 한 양모 김모(46)씨를 수사한 결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전모가 드러났다며 이처럼 밝혔다.

지원금 노리고? 

김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1시께 울산시 중구의 자신의 집에서 전양이 콘센트에 젓가락으로 장난을 치자 75mm짜리 철제 쇠파이프(행거지지대)로 전양의 머리와 팔, 다리 등을 30분간 때렸다. 또 매운 고추를 잘라서 물에 탄 뒤 강제로 마시게 하고, 샤워기로 찬물을 틀어 얼굴과 온몸에 뿌렸다. 전양은 양모 김씨가 자신을 폭행하는 것을 피하려다가 문과 방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튿날 오전 3시께 전양에게서 열이 나자 김씨는 좌약을 넣은 후 방치했다. 7시간 뒤 전양의 몸이 차가워지고 호흡이 고르지 못했지만 김씨는 스마트폰으로 멍을 지우는 방법을 검색했을 뿐 전양을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김씨는 26일 오후 3시35분께 119에 신고했다. 전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진 상태였다.

전양의 사인은 ‘외상성 경막하 출열’이었다. 부검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해 머리뼈 속에 있는 경막 아래에서 피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김씨가 전양의 머리를 때렸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의 학대는 상습적이었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친딸의 중학교 무용발표회에서 전양이 무대에 올라가 뛰어 다니고, 집으로 돌아와 닭고기를 먹던 중 침을 흘리자 손으로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숨지기 바로 이틀 전이었다. 경찰이 김씨 주변인들을 조사한 결과 지난 7월부터 김씨 집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9월에는 울고 있는 전양에게 김씨가 고함을 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씨는 또 자신의 몸 쪽으로 품었던 전양을 바닥에 강하게 던지면서 “쟤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집에 들어오고 난 후부터 재수가 없다. 자녀 3명이면 지원금이 나온다던데 돈도 얼마 나오지 않더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훈육 차원에서 아이를 플라스틱 자로 5∼6차례 때렸을 뿐”이라며 다른 범행을 부인했다. 인근 주민들은 전양을 똑소리 나는 귀여운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김씨는 현재 별거 중인 남편과 함께 지난해 12월 전양을 입양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입양 이유를 “아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게 친딸과 아들이 있지만 이들에 대한 학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과시욕이 심했고, 사치를 일삼았다는 주민들의 진술도 나왔다. 외출 시 늘 화려한 옷을 입고 지역 봉사활동을 다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양모가 25개월 여아 상습폭행해 사망
쇠파이프로 때리고 매운 고춧물 먹여

경찰은 “연약하고 저항할 힘이 없는 아이를 지속적으로 폭행한 것은 사망할 것을 알면서도 학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지난해 12월 전양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조건에 충족하고자 부동산임대차계약서 등을 위조한 사실을 확인,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도 적용키로 했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별거중인 김씨의 남편 전모(50)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씨가 전양의 친권자인 양아버지로서 보호, 양육, 치료, 교육 등의 의무를 어기고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도시가스가 끊기고 단전·단수가 되도록 방치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전양이 어떻게 입양기관에 보내졌고, 친부모가 누구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는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느슨한 입양 절차와 심사가 도마에 올랐다. 김씨가 전양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위조한 서류를 관련 기관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입양은 ▲입양을 원하는 부모의 신청과 서류 제출 ▲입양부부 가정조사 ▲가정법원의 입양허가 ▲입양아 인도와 사후관리 등 크게 4단계로 진행된다.

신청과 서류 제출 단계에서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기본서류와 함께 재산과 직업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이어 예고 방문과 불시 방문 등 최소 2회 이상의 가정조사가 이루어진다. 여기까지 아무 문제가 없으면 법원의 허가가 떨어진다. 입양 이후에도 부모와 입양아의 상호 적응상태 관찰 등 사후관리를 받아야 한다.

김씨 부부는 올해 1월 입양을 신청하면서 부동산임대계약서와 재직증명서 등을 함께 제출했다. 그러나 이 서류들은 모두 김씨가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주택,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사무실, 한때 운영한 식당 등 3곳의 임대계약서를 냈는데 모두 계약금액을 고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은 실제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인데 서류상으로는 ‘전세 3500만원’으로 고쳤다. 사무실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이지만 ‘전세 5000만원’으로, 식당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이지만 ‘전세 6000만원’으로 각각 바꿨다. 김씨가 위조한 계약서만 보면 부동산 임대보증금만 총 1억4500만원에 달한다. 표면적으로는 상당한 자산가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김씨의 살림살이는 달랐다. 주택 월세가 약 10개월이나 밀렸고, 도시가스비나 전기료가 수개월 연체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또 현재 울산의 한 무용협회에 소속돼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처럼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다. 이 역시 수년 전 서류를 위조해 만든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현행법은 입양 부모의 자격조건으로 ‘양자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재산이 있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김씨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서류를 위조했고, 지난 6월 법원으로부터 입양허가를 받았다.

제도 맹점 드러나

입양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김씨 부부가 별거 중이었다는 사실도 논란이다. 김씨가 전양 등 3명의 자녀와 집에서 살고, 남편은 사무실에서 생활해왔다. 왕래는 했지만 화목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김씨 부부는 이런 사실을 숨겼다. 경찰은 입양절차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범죄 의도를 확인할 수 없어 혐의적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공개입양’은 부모 자산이나 직업 등을 주위에 확인할 수 있어 입양 절차의 신뢰성이 확보되지만, ‘비공개입양’의 경우 비밀 유지가 최우선 조건이어서 검증과 심사가 비교적 허술하다는 단점이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칠곡계모 사건은?

여덟 살 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칠곡 계모’에게 열두 살 된 언니를 학대한 혐의가 추가돼 징역 15년이 구형됐다.

지난 3일 대구지검은 대구지법 제21형사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임모(36)씨에 대해 강요와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친부 김모(38)씨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칠곡계모사건은 지난해 8월 경북 칠곡군에서 계모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 김양이 복통을 호소한 뒤 병원에 실려와 그대로 숨지면서 알려지게 됐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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