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자녀 이혼’양가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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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통계]‘자녀 이혼’양가 반응은?

일요시사 0 1211 0 0

시댁은 “참아라”…처가는 “망할놈”

[일요시사=사회팀] 백년가약을 맺는다는 말은 이제 다 옛말이다. 부부 100쌍당 1쌍이 이혼하는 실정이니 말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혼식이 있는가 하면 이혼전문신문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부부가 이혼을 결심했을 때 시가와 처가는 각각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식의 이혼에 대한 양가의 상반된 반응을 알아봤다. 

“얘야, 애를 봐서도 그냥 참고 살면 안 되겠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칠려고.”

“망할 자식 같은 이라고…. 남의 귀한 딸 데려다가 마음고생, 몸 고생 실컷 시키고 과부 신세 만들어 놓다니.”

결혼은 비단 당사자들의 일 뿐만 아니라 집안끼리의 일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당사자들과 양가 부모의 합의를 거쳐 오랜 시간동안 심사숙고해 이뤄낸 결혼인 만큼 이혼 또한 쉬운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누구 하나 귀하지 않은 자식 없다지만 부부가 이혼을 결심했을 때 양가는 극히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피해의식이 강한 여성의 부모, 즉 처가는 사위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반면 결혼실패의 책임을 막중하게 지고 있는 시댁어른의 경우 며느리와 사돈 측을 설득하는 등 양가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시가 “만류”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와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공동으로 돌싱(돌아온 싱글의 준말)남녀 542명을 대상으로 ‘이혼할 때 배우자 가족의 반응’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응답자의 43.5%가 ‘처가 측에서 비난했다’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만류했다’(32.5%) ‘사죄했다’(21.8%) ‘후련하게 생각했다’(2.2%)가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 응답자는 3명 중 2명 꼴인 66.1%가 ‘시댁에서 만류했다’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후련하게 생각했다’(16.6%)가 ‘만류했다’ 다음으로 높았고 ‘비난했다’(10.7%) ‘사죄했다’(6.6%) 등의 순으로 답했다.

그렇다면 왜 양가의 반응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과거와는 달리 여성인권이 급성장하면서 남녀평등 사회구조가 만들어진 데에 있다. 과거의 기혼여성들은 남편이 치명적인 과오를 저지른다 할지라도 훗날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며 참고 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 기혼여성의 대다수는 자식만 보고 살기에는 한 번 뿐인 자신의 삶이 아깝다는 생각에 남편의 과오를 알고도 무조건 참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여긴다.

돌싱녀 양모(36세)씨는 “술과 습관적 외도를 일삼아온 전 남편과 이혼했을 때 시댁에서 거의 빌다시피 나를 설득했었다. 당시 전 남편이 하도 잘못한 게 많아서 그런지 날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셨던 시댁 어른들이 그때만큼은 자세를 낮추더라”며 “아무래도 시댁에서는 양육권 문제가 제일 컸던 게 아닌지 싶다. 여차하면 포기하고 참고 살아볼까도 했는데, 나중에는 욕설과 폭행으로 이어져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혼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돌싱녀 이모(33)씨도 “남편의 구타가 이혼결심의 큰 이유였다. 연이은 사업실패에 술로 보내는 날이 잦아지면서 주폭으로 돌변해버렸다. 3년간 연애하고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날이 갈수록 강도가 세지는 폭력은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며 “부모님께서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던 결혼 네 멋대로 하다 이게 무슨 꼴이냐’고 질책하시면서도 ‘오히려 잘 됐다. 당장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찾으라’고 다독여주셨다”고 회상했다.

“사위 비난…며느리 설득” 입장 크게 엇갈려
결혼실패 책임 남편에…과오 치명적인 영향

반면 남성 오모(41)씨는 “요즘은 고부갈등보다 장서갈등이 이혼사유 1위라고 하지 않나? 결혼생활 내내 처가의 심한 간섭으로 고통받았다. 이혼은 내가 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되레 처가 경제적 사유 등으로 이혼을 요구하더라”며 “아이들 생각해서 이혼만은 참아달라고 처가 식구들을 설득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고 당시의 고충을 털어놨다.

온리-유의 손동규 명품재혼위원장은 “결혼생활 중 여성의 잘못은 크게 부각되지 않으나 남성의 과오는 부정행위나 경제력 상실, 폭행 등과 같이 부부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여성 측에서 이혼을 먼저 제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시부모는 만류하고 처가식구는 사위를 질타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우자와 이혼할 때 자녀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서도 남녀 간의 응답이 크게 엇갈렸다. 남성은 절반 이상인 51.0%가 ‘무덤덤했다’, 즉 이혼을 하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한데 이어 ‘만류했다’(40.4%)가 뒤따랐으나, 여성은 ‘만류했다’는 응답자가 52.2%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고 ‘무덤덤했다’(31.9%)가 그 뒤를 이은 것. 그 외 ‘빨리 헤어지라고 재촉했다’고 답한 비중은 각각 남성 8.6%, 여성 15.9%로 드러났다.

비에나래의 이경 명품매칭실장은 “일반적으로 자녀들은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혼 후 동거하는 사례가 많다”며 “그러나 경제력 측면에서 여성들이 열세에 있기 때문에 현실을 감안하여 자녀들이 어머니의 이혼을 만류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문결과를 풀이했다. 

설문결과 중 특기할 사항은 자녀들이 부모의 이혼에 대해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거나 오히려 재촉하는 비중이 남 59.6%, 여 47.8%의 확률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혼이 증가하면서 여성 측의 무조건 참고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줄어든 게 양가 부모들 뿐 아니라 자녀의 반응을 묻는 조사결과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처가 “옹호”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결혼율과 이혼율이 정비례에 가깝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황혼이혼까지 급증하면서 이혼율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이혼은 단순히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 외에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지난달 초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비롯한 처가식구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한 남성이 구속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가하면 모 연예인은 전 남편과 이혼을 할 때 자신의 아이가 소변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혼은 당사자들을 막론하고도 주위 사람들에게 큰 정신적 피해를 안겨준다. 이혼을 앞둔 부부는 충동적인 감정에 휩싸여 이혼을 결심하기 전에 상처받을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고, 배우자와 충분히 대화를 가진 후 합의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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