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고양이 잡아먹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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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입양한 고양이 잡아먹은 사연

일요시사 0 1252 0 0

믿고 보냈는데 탕으로 ‘후루룩’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입양한 고양이와 7년 동안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를 부모에게 보내 삶아 잡아먹게 한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사실이 충격적이기만 하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2013년 1월 길고양이 ‘진이’는 사람한테 맞아 다리가 크게 부러졌다. 평소 길고양이의 먹이를 챙겨주던 A씨가 너덜너덜한 진이의 다리를 발견하고 곧바로 수술시켰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진이는 다리에 철심을 박아야 했다. A씨는 임시보호엄마와 함께 1년 가까이 진이를 재활치료까지 시키며 애지중지 보호했다.

닭잡듯 잡아

2013년 12월 A씨는 봉사단체에서 지인을 통해 알게 된 B씨에게 진이를 입양 보냈다. B씨는 고양이 ‘콩이’를 5년 동안 기르고 있는 애묘인이었다. B씨는 자신의 일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로운 콩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 진이를 입양해 키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A씨는 고양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으며 진이를 B씨에게 보냈다. 

A씨는 입양계약서까지 작성하며 보내는 순간까지 진이를 꼼꼼히 챙겼다. 이후 A씨는 B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라온 진이의 사진을 보고 잘 있으리라 믿었다.

올해 3월19일 A씨는 B씨가 결혼한다는 소식과 B씨가 키우고 있던 고양이 두 마리를 부모 집에 보냈다는 소식을 듣는다. A씨는 입양 계약서에 위반한 내용이라며 B씨에게 고양이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고양이가 친정집에 잘 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말을 번복하며 “사실 고양이가 지금 친정집에 없다. 알아보는 중”이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A씨는 이런 점이 의심스러워 직접 B씨의 가게를 찾아갔다. 고양이를 보낸 부모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B씨는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나중에 알려준다는 말만 반복하며 알려주지 않았다. A씨는 6시간 동안 끈질기게 추궁한 끝에 B씨에게 부모 주소를 받아냈다. A씨는 그날 저녁 8시에 B씨 부모가 거주하고 있는 경북 영주로 향했다. 

동물 사랑하는 애묘인인 줄 알았는데…
어머니가 ‘몸에 좋다’ 말 듣고 몸보신

어머니 C씨는 A씨를 만나주려고 하지 않았다. A씨가 “입양 계약서 위반 문제로 고소한다”는 사실을 밝힌 뒤에야 만날 수 있었다. C씨는 1시간 이상 고양이가 여기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결국 고양이 두 마리를 잡아먹었다고 실토했다. 

C씨는 “고양이가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집에서 약(고양이탕)을 해먹었다”고 말했다. A씨는 “어떻게 잡아먹었느냐”라는 질문에 C씨는 “평소에 닭 잡듯이 집에서 산 채로 잡았다”며 “통째로 삶아 먹었다”고 말했다. C씨는 자신이 직접 집에서 고양이를 삶아 고양이탕을 해먹은 것이었다.  

 



믿기지 않았던 A씨는 자신이 입양 보낸 고양이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양이 몸에서 철심이 나왔느냐” 물었다. C씨는 다리에서 철심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사연이 있는 고양이인지 몰라서 그랬다. 이미 세상에 없는 애들이니 잊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A씨는 “고양이를 잡아먹은 부모보다 B씨의 태연함에 더 화가 난다”며 “7년 가까이 키운 고양이와 입양한 고양이를 부모가 잡아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죄책감이 없어보였다”고 말했다. 기자는 B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는 B씨가 입양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계약서 위반으로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B씨가 계약상 위반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제1항이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경우 즉시 원 보호자에게 알린다. 유기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이어 제3항 ‘절대 고양이를 구타하지 않으며 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B씨는 이미 이 두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다. 유기와 구타를 넘어 입양 보낸 고양이가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통째로 삶아 먹었다”

제6항 ‘어떠한 이유든 입양자의 사정으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게 될 경우 절대 보호소나 개인에게 보내서는 아니 된다. 반드시 입양 보낸 당사자에게 돌려보내야 한다’ B씨는 입양했던 고양이를 당사자인 A씨에게 보내지 않고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부모에게 보냈다. 제7항 ‘책임후원비는 어떠한 이유로든 반환하지 않는다’라고 나와 있지만 B씨는 책임후원비 3만원조차 보내지 않았다. A씨는 “처음에는 그 돈으로 고양이들과 맛있는 것을 사서 드시라는 생각으로 눈 감았다”고 말했다.

동물 애호가들은 대략적으로 입양 시나리오가 몇 가지 있다고 전했다. 잘 키우거나, 키우기 힘들어 돌려보내거나, 유기, 판매, 폭행 등이 있다. 아주 심하면 죽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애호가 김씨는 “이번 사건은 한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라며 “입양 동물을 잡아먹은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아직도 우리나라는 동물에 대한 의식 수준이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너무 소름 돋는다.”  

박람회에 방문한 시민들의 반응이다. 지난 27일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이하 고보협)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 세텍 전시장에서 열린 ‘2015년 대한민국 펫 산업 박람회’ 입구에서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박선미 고보협 대표는 “이번에 잡아먹힌 진이가 수술할 당시 고보협에서 수술비 20%를 지원했다”며 “가해자 B씨는 고보협에서 정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입양했지만 그 내용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전혀 미안하다는 말이나 반성의 기미도 없어보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생명이 구조가 되고 1년 동안 재활치료를 하며 많은 사람의 응원 속에서 입양을 갔던 아이가 너무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며 “제대로 된 동물법이 절실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아직도 검사나 판사들이 동물에 대한 의식 수준이 낮다고 주장하며,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여전히 몇몇 사람은 ‘잡아먹을 수 있잖아요’라고 말한다.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B씨를 계약서 위반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동물법으로 하나의 판례를 남기는 게 목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입양을 보낸 보호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음 아고라>에는 이 사건에 대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이 글이 올라 온지 3일 만에 현재까지 약 1만여 명의 누리꾼이 서명을 했다. 누리꾼은 이번 사건에 대해 “반드시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를 가하는 사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실형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건수는 2002년 1명에서 2008년 50명, 2011년 113명으로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형이 내려진 사례는 징역 6월을 선고받은 2건에 불과하다.

법적 처벌은?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계약서가 형사적으로 효력은 없다. 하지만 민사로는 효력이 있다”며 “아직 입양한 동물을 죽여 처벌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문제는 단순히 동물 학대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거가 없으니깐 죽였을지라도 말을 바꾸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C씨가 철심을 발견했거나, 정황상 드러난 사실 등 간접적 증거를 내세워 가해자들의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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