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상인 등치는 '부동산 브로커'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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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상인 등치는 '부동산 브로커'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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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잡는 ‘가게 장사’ 주의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젊음의 거리 홍대는 청년상인들이 낭만적인 밥벌이를 꿈꾸고 모인 곳이다. 하지만 낭만은커녕 본전도 못 찾고 임대한 가게에서 쫓겨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게 현실이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물주 때문이다. 그 뒤에는 건물주를 앞세워 가게 장사를 하는 부동산 사장들이 있다. 홍대 일대 만연하는 부동산들의 가게 장사 실태를 공개한다.

“내가 건물주한테 줬던 권리금을 부동산 사장님이 가져갔더라” 상식적으로 권리금은 거래 당사자 사이 주고받은 것이다. 신가람(34)씨에게 일어난 황당한 일이었다. 지난 2012년 11월 신씨는 가게를 차리기 위해 홍대 서교동의 빈 반지하를 얻었다. 신씨는 이 반지하를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90만원, 권리금 1000만원으로 M부동산의 중개로 건물주와 계약했다. 

힘든 밥벌이

M부동산은 “일반 상가보다 월세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2년 계약 이후에도 계속 재계약할 수 있어 오랫동안 장사할 수 있다”며 “건물주에게 줬던 권리금은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받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사를 처음 시작한 신씨는 M부동산의 말을 믿었다.

신씨는 그해 12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개업 6개월만에 M부동산에게 “건물주가 바뀌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처음 신씨는 건물주가 바뀐 게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M부동산은 “새 건물주가 ‘월세가 너무 싸다’며 150만원까지 조정될 것 같다. 그래도 180만원이었던 것을 깎아 준 거다”고 말했다. 또 건물주는 신씨가 외부에 설치한 구조물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신씨는 계약과 다른 부당한 요구라며 모든 것을 거부했다. 새 건물주와 마찰이 시작됐다.

새 건물주가 온 이후 다른 임차인은 높은 월세를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 신씨만 끝까지 버텼다. 결국 새 건물주는 2013년 9월 명도소송(건물주가 임차인에게 건물을 비워달라고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신씨는 1년6개월 공판 끝에 결국 승소했다. 그런데 소송 과정 중 이 모든 것이 M부동산의 계쇡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새 건물주는 이 건물을 사기 전 매매가와 임차인의 싼 월세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자 M부동산은 임차인들의 월세를 올려 맞춰주겠다며 새 건물주를 설득했다. 물론 당시 M부동산은 이런 사실에 대해 임차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새 건물주가 바뀐 것이다.


 


▲ 홍대 앞의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들

새 건물주가 바뀐 이후 마찰이 일어나자 신씨는 전 건물주에게 “권리금까지 줬는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건물만 팔고 나갈 수 있느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권리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신씨는 M부동산을 찾아가 “권리금이 어디 있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M부동산 관계자는 “사장님이 권리금을 갖고 있다”고 시인했다. 신씨는 권리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아직도 M부동산은 돌려주지 않았다. M부동산 사장은 “전 건물주와 신씨가 합의점을 못 찾고 있어서 빚어지는 문제다. 둘이 해결이 안 되면 내가 책임지고 권리금을 다시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신씨 사례는 홍대에서 만연하는 상가 장사의 대표적인 예다. 그 동안 이런 건물주의 부당행위는 '건물주의 탐욕'이라고 불렸지만, 이를 부추기는 것은 부동산 업자들이었다. 홍대 일대 부동산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J씨는 "부동산의 필연적인 생리 때문이다"고 말했다. 

‘부동산 통해 집 보러 갈 때는 건물주와 명함 주고받는 거 아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상도덕이다. 부동산은 건물주와 예비 세입자가 친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개 수수료를 받는 부동산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 친해졌다가 직거래를 해 수수료를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상가 장사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상징적인 이유도 함축하고 있다. 

부동산은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시세보다 월세를 많이 받아 주겠다. 우리 부동산이 건물을 독점으로 중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식으로 건물주에게 접근한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 특히나 홍대처럼 상권이 좋은 곳에서는 더 많은 보증금과 월세를 받을 수 있다. 

 부동산들은 임차인의 재계약도 좋아하지 않는다. 임차인이 자주 바뀌어야 수수료도 더 자주 받을 수 있어서다. 부동산은 임차인들의 계약 기간을 일일이 확인한다. J씨는 “부동산은 5개월 전부터 건물주에게 계약 만료 기간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들은 ‘재계약 거절하면 다음 임차인에게 더 많이 받아주겠다’며 건물주를 꼬드긴다”고 지적했다. 

 
 



▲ 홍대 앞의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들

부동산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입금가’라는 것을 받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입금가 종류로는 권리금 입금가와 건물매매 입금가가 있다. 입금가를 설명하기 앞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건물주가 원하는 권리금이 3000만원이라면 부동산은 건물주에게 어떻게든 3000만원만 손에 쥐여주면 된다. 

건물주-중개업자 짬짜미…홍대 일대 만연
본전도 못찾고 쫓겨나거나 하루하루 버텨

새로운 임차인 입장에서는 건물주가 얼마를 받고 싶은지 알 턱이 없다. 부동산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부동산이 권리금을 얼마를 부풀려도 모른다. J씨는 “한국 특성상 부동산은 흥정할 수 있다. 권리금을 뻥튀기해 생색내며 깎아주면 된다”고 말했다. 

권리금을 부풀린 그 차액을 입금가라고 부른다. 입금가는 고스란히 부동산에게 돌아간다. 여기에는 수수료까지 포함돼 있다. 매매 입금가도 똑같은 원리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위법이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현행법상 0.9%(최대)를 넘을 수 없다. 

입금가는 말 그대로 공짜로 얻은 돈이다. 세금 신고뿐만 아니라 은행거래도 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에서는 이 입금가로 벌어들이는 돈이 상당하다. 이런 생리로 임차인을 쫓아내기 위해 건물주의 소송비까지 부동산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부동산별로 가지각색의 편법이 있다. K부동산 경우 ‘도장 값’ 장사를 한다.재계약 할 때마다 부동산이 건물주 대리인 자격으로 서는 대신 임대차인에게 도장값을 받는다. 도장값을 주지 않으면 재계약을 해주지 않는다.

관행 뭐길래…

피해를 보는 건 청년상인들이다. 특히 홍대에서 장사하는 이들은 대부분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중반이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초짜나 다름없다. 청년 상인은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고 나가야만 하는 줄 아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 부동산업자는 쉽게 청년상인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반면 신씨가 명도소송까지 간 것은 청년상인들 사이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옷가게를 운영 중인 김새롬씨는 “그 동안 건물주와 부동산의 횡포를 당연히 참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신씨는 1인 시위까지 했다. 그걸 보면서 문제의식을 느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판치는 무자격 중개업자

홍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중개업소 중 무자격업자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또 사기죄로 전과 3범이 P부동산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부분 버젓이 부동산 간판을 걸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은 알 수 없다. 마포구청 지적과 관계자는 “무자격 중개업자를 잡는 게 쉽지 않다”며 “파악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속이 오면 대부분 도망간다.”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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