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법조 스캔들’ 추적변호사와 판사 룸살롱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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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운대 ‘법조 스캔들’ 추적변호사와 판사 룸살롱에 왜?

일요시사 0 899 0 0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한 법무법인이 부산고등법원 판사를 상대로 룸살롱 접대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일요시사>는 대표변호사 중 한 명이 당시 부산고법 판사와 해운대구에 위치한 모 룸살롱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 제공자는 이러한 접대 문화가 지역 법조계에 만연해있다고 귀띔했다. <일요시사>는 부산에 드리운 사법 비리를 파헤쳤다.

 

 

 

법무법인A는 부산을 대표하는 대형 로펌 중 하나다. 법인이 설립된 후 지역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맡아 해결해왔다. 지역 사람들에 따르면 해당 로펌은 전직 부산고법·지법 판사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해 승률이 높다. 특히 A의 대표변호사 중 한 명인 B변호사는 수임료가 높지만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향판 출신 다수 

그가 맡으면 성공

 

부산서 거주 중인 한 사업가는 “B변호사가 (돈을) 많이 달라고는 한다”면서도 “안 되는 걸 풀어낸다. 진짜 어려운 것도 해결한다. 아는 사람이 돈 빌려줬던 게 이상하게 사기로 넘어간 적이 있는데 합의를 이끌어내더라. 꼭 성공시켜야 하는 건 B변호사에게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B변호사는 울산의 한 중견기업 항소심을 맡아 1심 판결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당시 1심은 울산지법서 진행됐다. 소액주주들은 해당 기업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가 된 기업 측은 사건을 서울에 있는 ‘법무법인 새빛’에게 맡겼다. 

 

새빛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하며 차기 대권주자로 각광받던 시기였다. 

 

울산에 위치한 기업이 울산지법서 진행되는 재판을 굳이 서울의 새빛에게 맡긴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업 측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울산지법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서 패한 것이다. 기업 측은 1심 판결이 난 그달 부산고법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고법은 C부장판사를 2심 재판장으로 결정했다. 기업 측은 1심을 맡은 새빛을 교체하기로 결정, 법무법인A 소속 B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다고 알렸다.

 

부산 법조인 가는

단골 룸살롱 있다

 

변호인 교체 소식을 들은 소액주주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B변호사가 가진 인맥이 재판 결과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B변호사와 C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 동기로 오랜 기간 부산 법조계에서 함께 활동하던 사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소액주주들은 2심 재판이 편파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한 소액주주는 “두 차례 변론이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상대방 측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대로는 재판서 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선택한 방법은 재판 기피 신청이었다. “재판을 계속 진행해봤자 결과는 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43조(당사자의 기피권)에 ‘당사자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액주주 측 변호사도 자신에게 일정부분 리스크가 있는 기피 신청을 막지 않았다. 단지 실제 기피 신청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3차 변론이 열렸다. 소액주주 측은 여전히 재판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된다고 느꼈다. 화가 난 소액주주 측 변호사는 법정서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퇴장했다고 한다.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부산고법은 15일 이내에 인용(재판장 변경) 또는 기각(재판 속개)을 선택해 당사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소액주주 측으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도 (부산고법에서는) 아무런 액션이 없었다”고 소액주주는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부산 대형로펌 접대 정황 녹취록 입수

서울대 법대 동기…평소 아삼륙 파악

 

수상하다고 느낀 소액주주 중 일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B변호사와 C부장판사 간 유착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정황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소문하던 중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한 고급 한정식당에 두 사람이 자주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변호사와 C부장판사는 물론 D변호사도 단골이라는 것이다. D변호사는 B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A 소속으로 부산고법·지법에서 판사를 지낸 후배다. 

 

이에 해당 식당 사장과 친분이 있던 한 소액주주는 B변호사와 C부장판사의 관계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식당 사장은 D변호사를 통해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전해 듣고 그 내용을 부탁한 소액주주에게 털어놨다.

 

“D변호사에게 은근슬쩍 물어봤더니 B변호사와 C부장판사는 ‘아삼륙(둘도 없이 친한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더라. 진짜 아삼륙이라더라. 자신(D변호사)도 B변호사와 친하지만 한양대 출신이라 같이 서울대를 나온 두 사람(B변호사·C부장판사)이 굉장히 친하다고 말했다. ‘사건 이런 건 B변호사랑 붙으면 성공한다’고도 알려줬다.”

 

식당 주인은 D변호사로부터 확인한 내용뿐 아니라 직접 보고 들은 내용도 소액주주에게 전했다. 그중 두 사람이 룸살롱을 함께 다닌다는 내용도 포함돼있었다.

 

“(우리 식당에) 단체로 와서 잘 가는 데가 따로 있다. 변호사님하고 판사님들만 가는 데다.” 해당 식당과 룸살롱은 장산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지척거리다.

 

갑자기 재배당

뭘 숨기려 했나

 

식당 주인은 B변호사와 룸살롱 마담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B변호사는 먼저 룸살롱에서 술 한 잔하고 우리 식당서 식사하고 마담 집으로 갔다. 자주 갔다. 마담을 처음 봤을 때 키가 커다라니 아파트 짓고 하면 거기 모델하는 줄 알았다. 그런 줄 알았더니 결혼도 안 하고 그걸(룸살롱) 경영하고 있더라.”

 

B변호사는 마담을 식당 주인이 다니는 모임에 넣어주라고 추천도 했다고 한다. “내가 하는 모임이 있다. (한날은) B변호사님이 꼭 한명을 추천해서 (모임에) 넣겠다고 그랬는데 걔(마담)가 맞더라. 변호사님이 추천한다는데 안 된다고 말할 필요가 없어서 내버려뒀다. 그 룸살롱에 한 번씩 가면 그 계통(법조인)이 많이 와 있었다.”

 

 

 

소액주주는 식당 주인의 말을 녹취, 자신의 변호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녹취록을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변호인은 녹취록 공개를 한사코 말렸다. 녹취록 공개를 주장한 소액주주는 “우리 변호사가 미안해하면서도 B변호사가 서울대 선배라 공개되면 자기도 죽는다고 막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안으로 해당 내용을 적시한 진정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이 감사에 나서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감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액주주는 혹시나 싶어 한 번 더 대법원 측에 진정서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술 마시면 마담 집으로”

 

시간을 끌던 부산고법은 사건을 재배당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소액주주들은 드디어 부산고법으로부터 재판장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그해 법원 정기 인사가 있었는데 소액주주들은 C부장판사가 그때 전보 발령이 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재판장 교체는 C부장판사의 전보 발령 때문이 아닌 다른 부로 재배당 된 결과였다. 당시 부산고법의 결정에 대해 “기피 신청을 받아주자니 문제가 되고 안 받아주자니 진정서 내용이 심상치 않으니 조용히 재배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액주주 측은 해석했다.

 

2심서 재판장이 바뀌었지만 소액주주 측은 패배했다. 

 

부산고법은 “신주발행은 기업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정관이 정한대로 이루어졌으므로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려야만 할 정도로 시급한 경영상 필요가 신주 발행 당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울산지법의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이 떨어졌다.

 

소액주주 측은 아직도 판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전형적인 향판(특정 고등법원 관할 안에서만 근무한 법관)들의 비리다. 판결이라는 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증거가 나와 판결이 바뀌었다고 하면 수긍한다. 그런데 당시 새로운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의혹 전면 반박

“사실이 아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일요시사>는 B변호사에게 직접 물었다. ‘C부장판사와 가까운 사이냐’는 질문에 그는 “단순히 대학 동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주 드나들었다는 룸살롱과 마담의 존재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C부장판사와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드나들었다는 녹취록에 대해서는 “그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이해관계에 맞춰서 얘기를 하는 모양”이라며 “택도 없는 소리다.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문제적 인물

 

B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A 소속인 D변호사가 과거 골프·성접대 등 향응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고법의 판사였던 D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의 형사피고인으로부터 15차례 골프접대를 받는가 하면, 피고인의 변호인과 룸살롱도 함께 간 것으로 드러났다. 스캔들이 터진 후 D변호사는 법관을 그만두고 법무법인A서 일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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