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②최순영의 신동아그룹

한국뉴스


 

<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②최순영의 신동아그룹

일요시사 0 2124 0 0

빚쟁이 빈털터리가 뭔 돈으로 해외여행?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신동아그룹의 모기업은 이북출신의 창업자 고 최성모가 1953년에 세운 조선제분(현 동아원)이다. 최성모는 조선제분을 바탕으로 계열사를 급속도로 확장했고 60년대 '밀가루 재벌'이라 불리기도 했다.

'신동아그룹'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최성모 창업주보다는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63년 성균관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마대를 생산, 판매하는 '동명마방'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지만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무역 욕심 버렸다면
신동아 살았을까?

3년 후 '제일포장'이라는 두 번째 회사를 설립했으나 역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두 번의 실패를 꺾은 최 회장은 68년 7월 아버지 최성모 창업주의 권유로 동아제분 상무로 신동아에 합류했다. 69년 신동아그룹이 대한생명보험을 인수, 최 회장은 선친의 뒤를 이어 76년 대한생명 대표이사 겸 신동아그룹 회장으로 취임,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최 회장은 선친 재산을 바탕으로 국내 생명보험업계 '빅3' 중 하나인 대한생명과 함께 신동아화재를 키워내고 85년 당시 동양 최고 높이의 빌딩 63빌딩을 완공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86년에는 대한생명 자산규모 1조원을 돌파했고 88년에는 영업점 1000점의 기록을 세웠다. 91년 말 기준 신동아그룹에는 보험업체인 대한생명보험, 손해보험업체인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서비스·관광 업체인 대생기업, 부동산관리 및 임대 업체인 대생개발, 제분·원양어업 업체인 동아제분, 금융업체인 대생상호신용금고, 태홍산업, 에이에이인터내셔널 등의 계열사가 있었다.

그러나 최 회장은 96년 수출대행 업체인 신아원을 통해 무역업에 손을 댔다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수천억 추징금 "돈 없다" 버티면서 잦은 외유 
체납액도 무려 36억…2008년 특사로 자유의 몸

최 회장은 96년 5월부터 97년 6월까지 미국에 유령회사 '스티브영'을 차린 뒤 선하증권 등을 허위로 작성, 국내 4개 은행으로부터 수출금융 등의 명목으로 1억8500여만달러를 대출받아 편취하고 이중 1억6500여만달러를 미국계 은행 등의 예금계좌로 송금,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99년 2월11일 검찰에 구속됐다. 신동아그룹 돈줄 노릇을 하던 대한생명은 100% 정부 소유 기업이 됐고 최 회장이 보유하던 관련 회사 주식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최 회장은 경영권마저 잃었다.

같은 해 5월에는 최 회장의 돈을 받은 이정보·이수휴 전 보험감독원장과 홍두표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잇따라 구속돼 '최순영 리스트'의 존재를 놓고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 최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관련된 '옷 로비 사건'은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특별검사제도가 도입되게 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특검제 도입시킨
'옷 로비 사건'

옷 로비 사건은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최 전 회장을 구명하기 위해 이씨가 고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을 선물한 것을 말한다.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99년 5월24일 이씨가 김태정 검찰총장의 아내 연정희씨에게 고급 옷을 선물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부터다. 그 사실을 언론에 밝힌 인물이 이씨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씨는 경위서를 통해 당시 검찰총장 부인 등이 고가의 옷을 사면서 자신에게 옷 값을 대신 지불하도록 압력을 가했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사흘 뒤 연씨가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하면서 검찰은 수사에 전격 착수했다.

수사 5일 만에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쳤다. 8월23일 3개 지상파 방송과 YTN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열린 청문회에서 옷 로비 혐의에 관련된 사람들, 강남 고급 옷가게인 '라스포사' 주인 등을 끈질기게 추궁했지만 이렇다 할 증거나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최순영 전 회장은 같은 해 10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2005년 1월에 다시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2006년 7월 최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1574억원을 확정 판결했고, 9월 최 전 회장은 건강 악화로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8·15 광복절 특사로 형 집행이 면제됐다.

형 집행은 면제됐지만 1574억원의 추징금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다. 더욱이 최 전 회장은 신동아그룹 계열사 신아원의 김종은 전 회장과 함께 1964억원의 추징금을 추가로 공동 납부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 전 회장은 최 전 회장이 1996년 국내 4개 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8000만달러 가운데 1억6000만달러를 미국으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최 전 회장은 자기 자신을 '빈털터리'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3월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 의해 봉인됐던 최 전 회장의 개인 대여금고도 확인결과 ‘텅’ 비어 있었다. 연말마다 공개되는 전국 고액 체납자 명단에도 최 전 회장은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35억8500만원을 체납해 체납자 중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호화생활 영위
돈 어디서 났나

이와 관련 최 전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추징금 체납액을 내고 싶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회사를 되찾으면 국가에 내야 할 추징금을 반드시 낼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부인이 원장인 기독교선교횃불재단 명의의 양재동 고급빌라에 살면서 수시로 해외를 드나드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서 '돈'이 난 걸까?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을 종합하면 최 전 회장과 부인 이씨는 현재 온누리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2008년 말 기준 등록 교인이 6만명이 넘고 서빙고동 본당뿐 아니라 서울 양재, 경기 부천·수원·남양주·평택, 인천, 대전에 지부를 두고 18개에 달하는 해외 교회도 열었을 만큼 교세가 대단하다.

남편은 '깡통'찼는데 부인은 재단 원장
'옷로비'주역 이형자씨 부동산 소유 의혹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는 최 전 회장과 동서지간이다. 하 목사의 부인 이형기씨가 최 전 회장의 부인 이씨와 자매지간인 것. 최 전 회장은 대한생명의 대표이사와 횃불재단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을 당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대한생명 이사회 사전 승인 없이 회사 자금 213억원을 횃불재단에 무단으로 기부했다. 이는 상법 제398조(이사의 자기거래금지)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대한생명이 횃불재단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횃불재단은 대한생명에 지연이자 포함 총 479억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나와 분할 상환 됐지만 이미 온누리교회는 신동아그룹의 후원에 힘입어 전국 주요 요지에 지부를 건설하고 서울 양재동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도 세운 뒤였다. 기독교위성방송인 SGNTV와 두란노서원, 월간지 <빛과 소금>을 발행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기부한 돈에 대해 "그 돈은 하나님께 드리는 십일조 개념으로 기부한 돈"이라고 밝히며 그룹의 이윤을 개인 십일조로 사용한 것을 인정했다.

최 전 회장은 학교재단에도 터전을 쌓았다. 1980년대 초반 신동아학원을 세우고 1984년 전주대학교를 인수한 최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을 겸직하던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역시 대한생명 이사회 사전 승인 없이 회사 자금 231억원을 신동아학원에 무단으로 기부했다.

미리 키운 온누리가
최 회장 먹여 살리나

지난 2008년에는 이씨가 '한국판 비벌리힐스'라고 불리는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수십억원대의 고급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 전 회장이 자진 납부한 추징금은 전무하다. 2003년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최 전 회장이 홍콩의 한 은행에 버젓이 자신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해 예치해놓은 미화 266만달러(당시 약 30억)를 환수한 바 있고 2009년 검찰이 최 전 회장이 MVP창업투자에 투자한 7억1500만원어치의 주식을 추징한 게 전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