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향한 지독한 충정 '현대판 생육신'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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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향한 지독한 충정 '현대판 생육신' 대해부

일요시사 0 834 0 0

해바라기 같은 충정 뒤에 정치적 노림수?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미 퇴임했지만 여전히 '친이(친이명박)'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현대판 생육신'이다. 새로운 권력이 나타나면 대부분 새로운 권력을 따라 줄을 서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주군만을 바라보고 있다. 해바라기 같은 이들의 충정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한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박정희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인사를 만났는데 그 전직 장관이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며 "아버지의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 가는 현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몸값 오른 친이
생육신 이유 있다?

박 대통령이 겪은 일화는 권력을 좇는 이들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권력을 좇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새로운 권력 앞에 줄을 서고 과거 권력에 대해서는 깎아 내리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2013년 대한민국 정치권에는 '현대판 생육신'이 나타나 눈길을 끈다. 생육신(生六臣)이란 단종이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자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죽은 사육신과 대비하여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끝까지 단종에 대한 절개를 지킨 6명의 신하들을 지칭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미 퇴임하고 없지만 여전히 '친이' 'MB(이명박)의 남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정치권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6명의 정치인. 홍준표, 이재오, 조해진, 심재철, 이상득, 원세훈이 그들이다.

우선 친이계로서 가장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경우는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5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미국 워싱턴에 머물 때에는 함께 워싱턴에서 생활을 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평소 이 전 대통령을 '형님'이라 불렀고,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도 '형수'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대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홍 지사는 최근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비판여론이 일자 이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홍 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4대강 보로 인해 강물의 수량이 많아져 과거보다 녹조가 줄었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지 않습니까?"라며 "경남에 수도권처럼 비가 왔다면 녹조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하는 친이계
이명박 향한 충정? 정치적 포석?

홍 지사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2008년 12월 말 야당 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한 채 4대강사업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는 2011년 9월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책상에 앉아 욕질만 해대는 야당과는 달리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말로 잘한 공사였다"며 "참 잘된, 친환경적인 공사인데도 불구하고 3년간 비난해 온 야당은 무슨 말을 할지 거꾸로 걱정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또 진주의료원 폐업 처리과정에서는 "내가 친박이었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라며 현 정권과 날을 세운 바 있다.

홍 지사 못지않게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을 자랑하는 이도 있다. 바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다. 이 의원은 '친이계의 좌장'으로까지 불린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멘토그룹인 '6인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 의원에 대해 한나라당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오에 대한 MB의 속정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바꾸기 어려울 만큼 깊고 짙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가장 큰 공신은 사실 이재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의원 역시 최근 정부의 4대강 감사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반기를 들고 있다. 이 의원은 '4대강 전도사'를 자처하며 여러 차례 자전거로 4대강 탐방을 나서기도 했다.

4대강 집단반발
자기방어?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역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충정은 여전하다. 조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권이 바뀌었는데 친이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이 전 대통령과는 인생 최고의 인연이다. 남들의 시선, 정치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지만 설령 그런 부담이 있다 해도 그보다 몇 배로 자랑스러운 인연"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과거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를 보좌하던 조 의원은 이 총재가 2002년 대선에서 패배 한 후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그때 조 의원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이 이 전 대통령이었다. 2005년 서울시 정무보좌관으로 합류한 조 의원은 이후 청계천 복원과 서울 버스체계 개편 등 굵직한 사업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역시 최근 정부의 4대강 감사 등 주요현안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을 적극 방어하고 있는 생육신 중 한명이다. 그는 현재 유일한 친이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이 전 대통령과의 사진을 빼고 미래권력인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데 공을 들일 때도 그는 묵묵히 이 전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켰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박근혜당이 되어버린 새누리당에 친이계 의원은 이재오, 심재철 두 명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심 의원은 지난 집중호우 기간 연일 '4대강 효과'를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잇따른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인근 홍수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주장이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이 전 대통령을 지키는데 헌신하는 생육신이 있는가 하면 감옥행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이 전 대통령을 몸 바쳐 지키는 이들도 있다. 바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전 부의장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이다.

이 전 부의장과 이 대통령 형제의 유별난 우애는 유명하다. 이 전 부의장은 지난해 7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대표로부터 6억원가량을 수수한 혐의와 자신이 사장으로 재직했던 코오롱그룹에서 자문료 형식으로 1억5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일정상 충분히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전 의원 본인이 동생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항소를 결정하고 스스로 특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29일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특사를 강행했다.

최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역시 온몸으로 이 전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는 인물이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대표적인 'MB맨'으로 통하며 정보ㆍ권력기관의 최고 정점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두터운 친분
절대적 충성

원 전 원장은 1973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 내무부 사무관 등을 거쳐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이력의 절반에 가까운 기간을 서울시에서 근무했다. 이때만 해도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MB맨'으로 통하게 된 것은 2002년 서울시장으로 선출된 이명박 당시 시장을 부시장으로 보좌하면서부터다.

이 인연으로 원 전 원장은 2008년 MB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선임돼 일약 정권실세로 떠올랐다. 다음해인 2009년에는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국정원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원 전 원장은 이후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국정원장의 자리를 지켰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시기 노무현정부 때 사라졌던 국정원장 독대도 부활시켜 원 전 원장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

정치 문외한이던 원 전 원장이 이토록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충성심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원 전 원장에 대해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연상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안기부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장 전 안기부장은 5공 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5공 정권이 끝난 뒤 수차례 구속되면서도 끝까지 전 전 대통령을 지켜냈다.

정치권에선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설사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의 실제 배후라고 하더라도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사건과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알고 보니 순수한 생육신은 없다?
친이 꼬리표, 오히려 이득 될 수도

그렇다면 과거권력을 등지고 미래권력을 향해 줄서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정치권 인사들이 현대판 생육신을 자처하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다.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실제 생육신이 그랬던 것처럼 주군에 대한 '충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판 생육신으로 지칭되는 이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텁다. 일부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을 '은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에 대한 충정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이미 정치권으로 돌아오기 힘든 이 전 부의장이나 원 전 원장의 경우라면 몰라도 현재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겐 좀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이들이 '친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현 정권과 대립하고 있는 것은 이 전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함이라기보단 '자기방어'적 성격이 더 짙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현재 정치권에 있는 이들은 현 정권이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4대강 사업에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설령 직접 연관은 없더라도 4대강 사업이 이명박정부의 간판격인 사업이었던 만큼 친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들이라면 정치적으로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친이계 결집
정치권 태풍

또 이들이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가 친이계의 결집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친이계는 이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인 지난 18대 국회에서 실세로 군림했던 이들로 당연히 모두 재선 이상이다. 현재 상임위에서 위원장이나 간사 등을 맡고 있는 이들도 많다. 소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은 별로 없다. 19대 총선을 거치며 새누리당이 '박근혜당'으로 변모한 까닭이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 친이계의 몸값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특히 친이계가 집단적으로 청와대에 반기를 들 경우 여야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까지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와 친박계가 오히려 친이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는 실정이다. 결국 이들이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친이라는 꼬리표를 자랑스럽게 달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심재철 최고위원이 본회의장 누드사진 파문에도 최고위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유일한 친이계 최고위원'이라는 상징성 덕분이었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판 생육신은 과거 생육신의 순수했던 충정과는 다르게 여러 복잡한 정치적 이해가 얽혀있다는 분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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