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기는’ 이대 노점상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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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기는’ 이대 노점상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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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 완장 차고 무소불위 전횡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장사하는 동안엔 보호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가 다 빠졌어요. 김 지부장이 날 괴롭히니까 주변 상인들도 덩달아 날 무시하고 피했어요. 함께 장사하는 아내가 ‘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지 이제야 알았다’고 하더군요.”

지난 1일 만난 이화여대 앞 노점상 A씨는 지난 2년간의 피해 사실을 조목조목 말했다. 그는 “법의 사각지대라 피해를 봐도 다들 쉬쉬한다”며 “미움을 사거나 새 얼굴이 들어오면 구청에 집중 단속하라고 언질한다. 기분 맞춰주고 돈을 주면 ‘구청에 회원이니까 단속하지 말라’고 보호해 준다”고도 했다.

피해액 5000만원

A씨는 사업에 실패하고 2013년 10월부터 이대특화지구에서 노점상을 시작했다. 장사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인 다음해 1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4개월간 영업정지를 받았다. 김모씨라는 사람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김씨는 그에게 장사품목에 대한 권리금을 요구했다. A씨는 권리금 명목으로 200만원, 회비 명목으로 71만원 등 총 271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해당 단체의 회비는 월 4만원이었고 정작 회원 가입도 시켜주지 않았다.

그 후로도 3차례에 걸쳐 단속을 당해 벌금을 내거나 영업정지를 당했다. 그때마다 마차수리비와 벌금(8만원), 집게차 비용, 재료비 등을 포함해 50만원가량의 손해가 반복됐다. A씨는 자신이 타 노점상과 달리 4번이나 단속 대상이 된 것이 김씨의 신고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마차를 찾으러 김씨와 함께 구청에 들어갔을 때 김씨가 구청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회원이 아닌 노점상을 단속하라고 약도까지 그려가면서 알려주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에 보면 김씨가 지목한 상인들은 여지 없이 계고장을 받고 벌금을 물었다. 김씨는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노점상인들에게 그런 식으로 불이익을 줬다. 또 다른 노점상은 “벌금 액수와 영업정지 기간을 조율하는 것도 봤다”고 밝혔다.

김씨는 오래 장사한 사람들에겐 비교적 친절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상인들에겐 단속을 막아준다거나 구청 직원들에게 식사 대접을 해야 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30만∼271만원까지 갈취했다. 이외에도 B씨에게 품목을 고정하는 대가로 250만원, C씨에게 200만원 등 회비 유용을 포함해 총 5000만원(민주노점상전국연합 집계)의 피해 정황이 확인됐다.

주변의 한 노점상은 A씨에게 ‘안주머니에 100만원을 넣고 있다가 만나면 주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A씨와 일주일에 1∼2회가량 함께 식사를 하고 식대를 지불하지 않았다. 김씨는 육회와 고기만 즐겼기 때문에 식사 때마다 10만원가량이 들었다.  A씨는 “가족을 지키고 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사람을 같은 노점상이 괴롭혔다”며 “들어와서 오히려 더 빚을 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밖에도 자기에게 돈을 지불하고 기술을 배우라고 강권하거나 매출을 묻고 다니며 압박한 피해 사례도 확인됐다.

김씨도 현재 이대특화지구에서 거리음식 노점상을 운영 중이다. 피해자들과 같은 노점상인인 김씨가 상인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것은 무슨 연유일까.

기자가 만난 상인들은 모두 입을 모아 “같은 노점상끼리 이런 권력을 누리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구청과 연계돼 있어 보호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구청 측이 김씨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행사하도록 내버려 두면서 노점상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초부터 서대문구청은 이대특화지구 재정비계획을 세우고 노점 이전사업(일명 박스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 구청 측은 대로변의 노점 전체를 대현문화공원 안쪽 골목에 ‘ㄷ’자 형태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이대가 유커들 사이에서 관광명소이지만 노점상 때문에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라며 “이전을 하면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고 박스도 구청예산으로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 측은 지난해부터 간담회를 2차례 열고 해당 사업을 홍보 중이지만 상인 중 3분의 2가량은 박스사업에 불신을 드러내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 대로변에서도 매출이 떨어지는데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매출이 더 줄어들 것을 염려하기 때문.

사실상 노점상인들은 거리 미관 개선과 통행권 확보를 명분으로 대로변에 흩어져 있는 현 노점상들을 정리해 좁은 골목에 밀어 넣는다는 발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신촌 연세로에서 동일한 성격의 노점 박스화 사업을 실시했으나 사업의 효과는 미미하고 신촌을 떠난 상인이 많았다. 구청의 ‘실적 위주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해당 사업에 김씨가 노점상들을 상대로 홍보하고 의견을 수렴해 구청에 전달하는 등의 역할을 하면서 구청 쪽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전언이다. 구청 역시 그를 보호하고 힘을 실어준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상인들에게 “이전을 하면 전기와 수도를 공급받고 더 좋아진다”면서 “협조를 안 하면 포클레인으로 찍어서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회비 명목으로 이대특화지구 노점상들에게 금품을 갈취한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지부장이었던 강모씨가 구속돼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총무였던 김씨를 비롯해 나머지 간부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후 김씨가 지부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노점상이 노점상 협박·갈취
관할구청 측과 연계 의혹도

현재 이대 노점상인들은 ‘시민과 상생하는 이대노점상대책위’를 만들어 노점상을 갈취·협박하는 가해자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1000여명의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3월 중순, 대책위를 주축으로 인근 15개 대학 학생회, 청년 · 노동 · 시민단체 등이 연대해 서대문경찰서에 공동고발을 할 예정이다. 고발장 접수 후 경찰청과 서대문구청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 수사를 촉구하고, 구청 내에 내부감사 등을 두어 이번 사건을 다룰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식품위생법과 도로법상 노점은 관리청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고 점용료를 내면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도로법상 점용허가를 지자체에 일임하고 있기 때문에 노점이 점용허가를 받으려면 구청의 허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로행정은 도시미관 개선, 보행자 편의, 노점상 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유지돼 왔다. 조례의 제정 목적이 대부분 노점의 엄격한 관리와 감축에 무게를 두고 있고, 노점 합법화를 위한 조례 제정은 실태조사 및 엄격한 관리규정을 만드는 과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대문구청의 경우 관련 조례 자체가 없기 때문에 노점상은 여전히 불법인 채로 남아 있다. 그러나 노점은 실업, 빈곤, 사업 실패 등에 따른 생계유지 수단으로, 사회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정부가 도시미관, 건설행정, 법질서, 공권력 확립에만 초점을 두고 정책을 수립·유지해가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김씨는 <일요시사>에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경찰에 가서 다 말하겠다. 장부를 보여줄 수도 있다. 회비를 3만원씩 걷어서 회원들의 경조사비에 썼다”며 “한쪽 말만 듣고 보도하지 말아 달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갈취 정황에 대해 “그런 것을 전혀 몰랐다”면서 “개인적으로 하고 다니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일일이 알겠나”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단속 대상을 구청에 일일이 지적해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유죄가 확인되면 소통 창구를 바꿀 수도 있냐”는 질문엔 “물론이다”라면서도 “아직 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 않나? 김씨에게 들어보니 고발을 하면 무고로 고소하겠다고 하더라. 소속이 다른 노점상들이 나와서 실태조사에 응하고 구청과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사욕이 아닌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청마다 노점상 관련 조례가 제각각이고,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노점상의 특성상 이런 사례가 빈발한다는 점이다.

민주노점상 전국연합 산하 서부지역 노점상 연합 이경민 조직부장은 “노점상을 갈취하는 이도 있고 이것을 묵인하는 이도 있고 지위 상승의 도구로 이용하는 이도 있다”라며 “이것이 해결되기 위해선 공무원이 노점상을 지위상승의 도구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노점상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의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그래야 시민 보행권, 노점상 세금 부과에 대한 문제도 같이 해결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밉보이면 보복

이 조직부장은 또 “김무성 의원이 정책발표회 당시에 노점상경제 규모가 3조원이 넘는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며 “노점상도 우리 경제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노점상이 스스로 개혁하기 위해선 정화작용도 필요하다. 노점상이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양지로 나와서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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