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 반격’ 노리는 재벌가 공주들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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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 반격’ 노리는 재벌가 공주들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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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한명” 무서운 딸들의 전쟁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에선 아들이 곧 기업을 잇는다는 가부장적 공식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 조금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딸들은 늘 아들보다 못한 자리에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재계는 지금 ‘딸들 전성시대’다. 누구의 남매, 누구의 아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는 딸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男부럽지 않은 파워를 자랑하는 재계 실세 딸들. 그들의 활약상과 특징을 짚어봤다.

매년 연말·연초 인사 시즌이 되면 ‘재벌가 황태자’들의 승진이 관심거리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독 재계 딸들의 약진이 거세다. 삼성그룹의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제일기획에서 에버랜드로 적을 옮기며 언니와의 경쟁을 예고했고, 대상그룹의 임상민 부본부장(부장급)은 기획관리본부를 총괄하는 임원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이밖에 한진과 오리온, 농심의 오너 딸들도 ‘공주경영’에 돌입, 딸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딸들 전진배치
우먼파워 과시

시작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끊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 부사장은 지난 2002년 7월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 2010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2013 연말 인사에 에버랜드 사장으로 올라섰다. 지난 9월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된데 따른 것이다.

이 사장은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나온 패션 전문가로 2002년 제일모직에 부장으로 입사해 쭉 패션·광고 계통에서 일해 왔다.

제일모직 패션연구소에 몸담으며 여성복라인 개편과 유명 디자이너 영입 등을 추진했고, 단순한 패션 비즈니스를 넘어서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복합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예술과의 통합 작업을 시도했다.

지난 2012년에는 글로벌 SPA(제조일괄화의류)에 맞서 새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출시하고 럭셔리 편집숍인 10꼬르소꼬모 개점과 ‘띠어리’와 ‘토리버치’, ‘이세이미야케’에 더불어 이탈리아 콜롬보백까지 인수해 뛰어난 추진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사장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서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아웃도어 사업진출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기반을 마련해왔다고 평가했다.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통합 이관 이후 제일모직은 소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더불어 이 사장은 패션부문의 제 2의 도약을 견인해야 하는 짐을 떠맡았다. 또 제일기획의 경영전략부문장도 겸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보폭을 넓혀야 하는 역할도 맡게 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사진 오른쪽)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사진 오른쪽)
이 사장이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눈길을 끄는 장면도 연출됐다. 에버랜드에 두 자매가 모인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 사장의 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에버랜드 경영전략 사장을 맡고 있다. 한 회사 안에서 이들 자매의 ‘경영 경쟁’도 지켜볼만 하다.

딸딸이 집
3세경영 본격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부장이 최근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진에 합류했다. 임 상무는 지난해 10월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급)으로 복귀한 후 경영전반에 관한 업무들을 하나씩 익혀왔다.

지난해에는 장녀인 임세령씨가 식품사업총괄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로 임명됐었다. 1년간 식품사업총괄 부문에서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해 왔다.

임 상무도 이번 승진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해 기존의 기획관리본부 산하 전략기획팀을 강화해 본부로 승격한 신설 조직이다.

안살림 역할 넘어 경영인 자리매김
연말 승진으로 후계구도 속속 편입

임 상무는 2003년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미국 뉴욕에 위치한 파슨 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2009년 8월 대상 프로세서 이노베이션(PI)본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전략기획팀에서 기획실무를 담당하고, 2010년 8월부터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업계는 앞으로 대상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상무는 ‘딸딸이 아빠인’ 임 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몰아줘 실질적으로 차기 후계자가 된 상태에서 경영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월 7일 기준 임 상무는 대상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지분을 37.42%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언니인 임세령 상무가 19.9%로, 임 상무보다 먼저 임원이 됐지만, 지주사 지분은 동생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임 상무의 나이가 33세에 불과한 만큼 차기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톡톡 튀는 마케팅
실적 가시화

한진그룹의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도 연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상무에 임명된 지 꼭 1년 만이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로, 언니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그룹 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후 2005년 9월 LG애드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3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입사 2년 만에 부장급으로 초고속 승진해 주목받았다.

조 전무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2010년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TV광고-뉴질랜드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팀장이었던 조 전무는 뉴질랜드에서 진행한 TV광고 촬영에 동행했다가 현장에서 즉석 캐스팅돼 광고에 출연했다. 당초 현지인 모델을 쓸 예정이었으나 “한국인이 좋겠다”는 촬영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직접 번지점프에 몸을 던진 것. 이 밖에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 ‘지금 나는 호주에 있다’, ‘유럽 귀를 기울이면’ 등 히트한 대한항공 TV CF의 대부분이 모두 조 전무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8년 출범 때부터 진에어에 몸담았던 조 전무는 진에어의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세계 항공사 최초로 청바지차림 승무원이 기내 서비스를 제공한 게 대표적. 일부 국내선을 10번 이용하면 1번은 무료로 탈 수 있는 ‘나비포인트’ 제도와 e스포츠 마케팅도 조 전무의 아이디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8월에는 해외 여행 전문 매체 ‘스마트 트래블’이 집계한 아시아 LCC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도 선임되면서 한진그룹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공주경영 YES!
경영 참여? NO!

이 밖에도 잘나가는 재계 딸들은 많다. ‘리틀 이명희’라 불리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씨는 지난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외동딸인 채은정씨도 애경산업내에서 화장품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9년부터 부사장 직함을 달고 오너 경영인으로써 보폭을 넓히면서 2006년부터 생활·항공부문장을 맡고 있는 남편 안용찬 부회장과 ‘부부경영’ 체제를 다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딸들도 각각 직함을 갖고 있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다. 다만 이들은 주요 경영 현황을 보고받는 수준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가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보필하며 ‘모녀파워’를 일궈가고 있는 정지이 현대U&I 전무도 있다. 1977년생인 정 전무는 지난 2004년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6년에 상무로, 2007년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식품업계에도 ‘공주경영’은 만연하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장녀 경후씨가 계열사를 옮겨 가며 일을 배우고 있다. 그는 현재 CJ오쇼핑에서 언더웨어팀 상품기획 담당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과장은 지난 2011년 7월 대리로 CJ 기획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며, 그해 12월 CJ에듀케이션즈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3월 과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장이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일을 배워 조만간 주력사인 CJ제일제당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대상…언니와 동생 경쟁
LG·GS·LS 딸들은 경영 참여 ‘NO!’

분유업체인 매일유업 김정완 회장의 장녀인 윤지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회사 유아용품 업체인 제로투세븐에 대리로 입사해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녀인 경선씨는 아직 정식 입사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주요 회의나 행사에 참석하며 경영현장 분위기를 익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장녀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의 두딸인 박혜성·혜정씨도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반면 경영과는 전혀 무관하게 지내는 재벌가 딸들도 있다. LG와 GS, LS가 딸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엄격한 유교적 가풍 때문에 경영수업을 받는 딸이 단 1명도 없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4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손녀는 무려 12명이나 된다. 하지만 두 딸은 물론이고 12명의 손녀 중 LG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딸과 손녀들은 전부 전업주부이거나 학생들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의 장녀 연경씨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결혼했으며 차녀 연수양은 서양화가를 꿈꾸는 여고생이다.

LG그룹에서 갈라져 나간 GS, LS그룹에서도 딸들의 경영참여는 전무하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독립해서 만든 LS그룹의 3세들 중에는 딸이 12명이나 되지만 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GS 허창수 회장의 딸인 윤영 씨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딸인 지영 씨도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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