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백화점 여직원 자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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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백화점 여직원 자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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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에 목매 점원들 목조르기

[일요시사=경제1팀] 패션·유통 기업인 이랜드가 시끄럽다. 매출 신장을 위해 입점 업체 직원들에게 제품을 강매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데 이어 최근에는 백화점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나눔과 섬김’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운 대표적 기독교기업. 그 뒤에 숨은 ‘악덕 횡포’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이랜드그룹의 NC백화점. 최근 이 백화점 보석매장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여직원 전모(32)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백화점 측이 실시한 ‘모니터 평가’에서 낮은 점수결과를 통보 받은 지 3시간 만이다.

모니터 평가 압박

“내 삶은 여기까지 입니다. 자살입니다. 많이 힘들었고 많이 참았습니다. 엄마 아빠 우리 00씨에겐 미안하지만 여기까지 입니다. 참고 또 참아보려고 했지만 더 이상 일 때문에 힘든 상황을 버텨내기 힘드네요. 이런 생명하나 죽는거 쉽겠지만 더 이상 백화점 일 하고 싶지 않아요.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전씨가 남긴 유서 내용이다. 전씨의 유족과 동료 등은 사실상 횡포에 가까운 백화점 내의 근무환경이 전씨를 극단적 상황으로 내몬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씨의 측근은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동생(전씨)이 백화점 일을 혼자 도맡아 하며 많이 힘들어했다. 행사가 있는 날이면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1시, 12시까지 일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며 “늘 모니터 평가에 신경 쓰며 어떤 고객에게는 시계를 60번까지 채워준 적도 있었단다”라고 전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3시간 전. 백화점 측은 얼마 전 실시했던 서비스 모니터 평가의 점수를 통보했고, 전씨는 ‘성의 없는 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기준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니터 평가란 백화점 측에서 고용한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비밀 모니터링 요원)’가 고객으로 가장해 판매 직원들의 서비스 상태 등을 점검하는 제도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백화점에서 할당 받은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 하며 점원의 복장과 표정, 상품 정보 전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NC백화점의 평가 항목은 직원의 메이크업, 두발, 인사 자세, 고객의 요구 파악 등 약 90개 문항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NC백화점의 한 직원은 “내부모니터는 매주 월요일마다 결과가 나오며 외부모니터는 3개월에 한 번씩 전 브랜드, 전 직원이 숫자로 인권을 평가받는 체계”라며 “단발머리, 묶음머리, 검정끈, 염색은 갈색2호, 흰색 셔츠, 귀걸이 금지, 결혼반지를 제외한 모든 액세서리 금지 등 억지스러운 평가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만약 이들이 실시한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될 경우, 사유서를 쓰고 특별 교육을 받았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심한 경우 강제 해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루 15시간 ‘살인근무’…제품 강매도
과도한 평가·징계 “툭하면 강제 해고”

한 직원은 “모니터 점수가 안 좋으면 근무시간 외에 글자 토시하나 틀리지 않을 때까지 보는 시험이 1시간씩 있으며 매주 월, 금요일마다 출근시간보다 1시간씩 일찍 나와 미소연습, 인사연습을 한다”며 “최근에는 판매사 인증관리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각 매장마다 외부 모니터 평가점수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 매출관리 노트와 고객관리 노트를 강압적으로 만들어서 검사받아야 하며 VCR촬영이라고 각 매장마다 촬영기를 세워 현장검사까지 받아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이 직원은 “4가지 항목을 올해 안에 완벽하게 통과하지 못하면 판매사 인증을 못 받아 매니저를 강제 교체한다”며 “지난해 이미 스포츠층, 아웃도어층은 알바 직원부터 주부들까지 싹 다 잘려나갔다. 하루아침에 인터뷰 면접에 탈락했다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직원들이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매출과 관련해서도 이 백화점 직원들은 상당수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이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오후 2∼6시는 손님이 많은 이른바 ‘집중근무’ 시간인데, 이 시간에는 매장을 절대 비우면 안 돼 화장실도 못 간다”면서 “만약 저 시간에 체크되는 직원들은 당일 7시 반에서 8시 반까지 1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며 개인사정이 있어 당일교육을 못 받으면 3일 교육으로 연장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기독교 행사도 강제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기독교 이념 아래 세워진 이랜드 측에서 진행하는 NCC 쏭페스티벌에 종교에 상관없이 참여해 연습과 찬양을 의무적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불참 시 패널티 등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한다.

한 직원은 “이랜드의 축제에 자리가 비어있지 않도록 특정업체 직원들인 우리들이 평소 출근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자리를 매꿔줘야 한다”며 “자리를 채워줌과 동시에 예배 몇일 전부터 브랜드당 한명씩 의무적으로 ‘특송’이라 하는 노래와 율동을 예배시간동안 그들 앞에서 해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기독교 생활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거나 강제로 끌려가 연습과 찬양을 할 때면 지점장들과 층장들 앞에서 재롱잔치를 하는 기분”이라며 “대체 의미 없는 활동을 왜 하는 건지 이해가 안간다”고 털어놨다.

이랜드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원들의 불편을 적극 개선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모니터링 평가제도는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평가 기준이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다른 회사에 비해 타이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집중근무시간과 관련해서는 “판매사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지만 시행과정에서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고, 강제적 기독교 행사에 대해서도 “불참시 불이익은 없었으며, 강요도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적 스트레스

사실 백화점 매장 판매직원들의 ‘남모를 눈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근무하던 한 파견 직원도 매출 및 파트리더(백화점 내 각 팀 담당자)의 압박에 못 이겨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역시 자살 직전 백화점 직원들이 모여 있는 SNS에 “대리님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드리고 저 힘들어서 떠납니다”라는 문자를 유서처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에게 무조건 굴복하고 백화점에겐 매출 압박을 받는 만년 ‘을’ 판매직원들. 이번 기회를 통해 이들의 자유와 백화점의 잘못된 관행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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