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콘크리트 시신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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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콘크리트 시신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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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시체통에 시멘트 붓고 바다 풍덩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조폭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콘크리트 시체 유기. 주로 조직의 배신자를 처벌할 때 사용하는 수법으로 그려진다. 이런 일들은 과연 실제로도 일어날까? 얼마 전 화장실 콘크리트 밑에서 백골 시신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때 지난 콘크리트 시체 유기 사건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콘크리트 관련 사건들. 그 실상을 파헤쳐 본다.

인천의 한 공장 화장실 콘크리트 바닥 밑에서 백골의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된 시신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사건이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백골 시신에서 유전자(DNA)를 검출해 DNA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한 결과 일치하는 정보가 없다는 결과를 지난달 23일 경찰에 전달했다. 

화장실 바닥에 
백골시신 발견

백골 시신은 지난 4월28일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한 공장의 외부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 콘크리트 바닥 40㎝ 아래에서 공사 도중 발견됐다. 누워있는 모습으로 나이나 성별을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백골화된 상태였다. 시신에선 두개골 함몰이나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고 독극물 검사에서도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경찰은 사인이나 사망 시기 등을 밝혀내지 못했다. 

소규모 공장 밀집 지역에 있는 3층짜리 이 건물과 화장실은 모두 26년 전 처음 지어졌으며 지난해 12월부터 비어 있었다. 경찰은 백골 시신의 DNA 정보를 확보된 실종자 DNA와 대조하고 공장 관계자에 대한 탐문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출된 시신 DNA를 경찰이 보유한 실종자 DNA 정보와 계속 대조해볼 방침”이라며 “이 근방에는 외국인 근로자도 많이 거주하는 만큼 피해자가 외국인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영화에서만 보던 콘크리트 시체 유기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2008년 7월 전북 군산시 만경강 하구에서 여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의 목에는 4kg짜리 콘크리트 벽돌이 달려 있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그해 12월, 경북 고령군의 한 저수지에서는 또 다른 여자의 시신과 함께 10kg에 달하는 돌덩이가 들어있는 가방이 발견되기도 했다. 두 남자에게 살해당한 여성들의 경우 발견된 시기에 차이가 많이 났다. 

여름에 살해된 후 만경강에 던져진 시신은 3일 후 발견됐지만, 한겨울 저수지 속에 던져진 시신은 6개월 후인 이듬해 5월 초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 차는 있었지만 여자의 몸에 달아 놓은 돌덩이는 부력을 이기지 못했다.

각지 속속 발견되는 오래된 사체들 
완전 범죄 노리고…혹시 조폭들이?

여자 택시기사를 성폭행하고 나서 살해한 군산의 살인범(당시 34세)은 각각 택시와 여성의 몸에 지문과 DNA를 남김으로써, 동거녀를 살해한 고령의 살인범(38)은 범행 후 숨어 지내다 검거됐다. 두 사람은 희생자들의 시신이 떠오르고 나서 열흘도 채 되지 않아 검거됐다. 

돌덩이보다 튼튼하고 단단한 도구로 좀 더 치밀한 준비를 했던 사람도 있다.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국내 유기징역형으로는 법정최고형인 30년형을 받은 대학교수 강모(53)씨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교수 부인 살인사건’. 강씨는 계획대로 내연녀 최모(50)씨와 범행을 저지른 뒤 사망한 부인의 몸에 쇠사슬 2개를 칭칭 감았다. 쇠사슬이 풀릴 것을 걱정했는지 쇠고리로 줄을 엮은 그는 부인 박모(50)씨의 시신을 대형 등산용 가방 속에 넣었다. 

가방 속 시신은 부산 사하구 을숙도대교 위에서 강물에 던져졌다. 경찰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강 교수가 이곳에 시신을 던지면 해류를 따라 시신이 바다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계산했다”면서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점도 이 다리를 유기장소로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기에 강씨의 계산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사건 초기부터 실종이 아닌 ‘시체 없는 살인사건’으로 판단한 경찰은 이례적으로 헬기 6대에 2800명의 인력, 수색견까지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부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언젠간 걸린다
떠오르기 마련

이에 강씨는 경찰서를 찾아 “왜 아내를 찾아주지 않느냐. 경찰 수사가 이렇게 진전이 없을 수 있냐”고 항의하는 뻔뻔함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후 실종 50일째 되던 날 부인의 시신은 봉사활동차 해안가를 치우러 나온 고등학생들에게 발견됐다.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해 내연녀를 등장시키고 CCTV가 없는 곳을 고르는 동선을 짜는 등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운 컴퓨터공학 교수는 그렇게 꼬리가 잡혔다.

금전 문제로 살인을 저지르고 콘크리트에 시체를 매장한 사건들도 있다. 2012년 8월 필리핀에서 실종됐던 40대 한국인 재력가가 암매장돼 숨진 채 발견됐다. 살해 용의자는 모두 한국인들로 돈을 노리고 납치해 범행을 저질렀다. 사업차 필리핀으로 출국한 정모(41)씨는 갑자기 연락이 끊겼고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했다. 정씨는 보름 만에 필리핀 마닐라 근교의 한 주택가 마당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필리핀 경찰과의 공조로 현지에서 붙잡힌 용의자 3명은 모두 한국인. 그들은 구덩이를 파고 뒷마당에 사람을 던져 넣고 콘크리트를 위에 덮고 그 위에 흙을 덮었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김모(33)씨 등 3명은 필리핀 카지노에서 억대의 돈을 잃자 평소 알고 지내던 정씨를 차량으로 납치해 목 졸라 살해했다.

정씨의 집 금고에서 2700여만원을 빼앗은 이들은 시신을 버리기 위해 주택 한 채를 임대한 뒤, 마당에 정씨를 암매장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필리핀 경찰과 공조해 정씨의 통화내역을 분석했고 실종 직전 정씨가 용의자들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덜미를 잡혔다.

2012년 11월에는 단란주점 인수 문제로 다투다 주점을 넘긴 70대 노인을 살해한 후 콘크리트로 암매장한 4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도 있었다. 44살 박모씨는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에 있는 자신의 단란주점에서 주점을 넘긴 송모(78)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송씨를 밀쳐 넘어뜨렸다. 이어 송씨의 목을 밟아 정신을 잃게 한 다음 주방에 있던 호스로 목을 감아 살해했다. 박씨는 범행 후 시신을 가방에 담아 8일간 주점 다용도실에 숨겨놓고 버젓이 영업을 했다. 

박씨는 시신을 나무상자(가로 113㎝, 세로 40㎝, 높이 80㎝)에 담은 뒤 방수공사를 한다며 업자를 불러 단란주점 홀 벽에 콘크리트를 발라 유기, 완전범죄를 꾀했다. 공사를 한 작업자들은 박씨의 지시에 따라 작업했을 뿐 시신이 담긴 상자였는지 몰랐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박씨는 시신을 나무상자에 옮겨 담은 뒤 실리콘을 발라 밀봉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씨는 송씨로부터 단란주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잔금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박씨의 행적과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추적하던 중 석연치 않은 점을 확인하고 박씨를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콘크리트 시체 매설은 대개 조폭 관련 도시 전설에서 가장 많은 예로 등장한다. 미디어에선 마피아와 일본 야쿠자들을 중심으로 ‘콘크리트 신발’이 애용되며 한국영화 <짝패>에서도 이범수가 비밀누설한 청년회장을 처리할 때도 이렇게 호수에 수장했다.

그 외에도 <신세계>에서는 사람을 처리할 때 입안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고 드럼통에 콘크리트와 함께 메워 넣어서 바다에 던져버리는 장면이 그려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를 사용해도 완전범죄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미제사건으로?
궁금증 증폭

사람 시체를 콘크리트 안에 넣으면 내부에서 시체가 썩으면서 빈 공간이 늘어나고 이 공간을 부패하며 생성된 가스가 채워나간다. 시간이 더 경과되면 가스의 압력으로 시체가 벽을 깨고 튀어나오고 바닥이 함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으로 튀어나오지 않더라도 약간의 금만 가도 그 사이로 시체 썩는 냄새가 풍긴다. 

미국의 한 연구진이 사람이 아닌 돼지 시체로 실험한 적이 있다. 지하에 땅을 파고 그 안에 돼지를 넣고 콘크리트를 부어버렸는데 시간이 경과해 콘크리트 위로 냄새가 새어나와 ‘이건 도저히 모를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것을 바보나 생각할 만한 시체 은폐법이라고 일축했다. 

콘크리트 더미에 매달거나 신체 일부를 굳힌 다음 수장하는 것은 위와 달리 가스와 냄새가 샐 염려도 없고 사람이 보거나 접근하기 힘든 물속이란 이점으로 호수나 저수지 등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다만 국내에선 편의상 혹은 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콘크리트가 아닌 차량째 수장시키는 일이 빈번한데 실제로 2006년에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사전에 빠져나가지 못하게 배우자에게 약을 먹이고 승용차째 수장한 일이 유명하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란다. 시신이 완벽하게 사라져 준다면 자신의 죄를 숨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살인범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세상과는 격리된 어딘가에 시신을 꼭꼭 숨기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택하는 방법이 수장이다.

하지만 물에 숨긴 시신은 떠오르기 마련이다. 시신이 떠오르는 것은 신체 조직을 이루는 기초 물질들이 부패하면서 가스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공기를 불어 넣은 튜브가 물 밖으로 떠오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헌상으로는 몸을 이루는 기초물질이 가스로 변할 때 각 조직의 부피는 최대 22.4배까지 팽창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죽은 사람은 물에 빠지면 처음에는 가라앉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몸속 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신체 조직이 부패해 가스가 만들어지면 부력을 갖는다. 단 시신이 언제 물 위로 떠오를지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입수 당시 시신의 부패 정도, 몸무게나 키는 물론이고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패하며 나오는 가스에 균열
전문가 “바보나 할 은폐 수법”

시신이 빠진 곳이 호수인지 강물인지, 바닷물인지에 따라서도 시신이 떠오르기까지 시간이 달라진다. 모든 조건이 같다는 전제에서 시신이 떠오르는 순서는 호수, 강, 바다 순이다. 고여 있는 물에서는 박테리아 증식이 빠르지만 염분이 많은 바닷물에서는 박테리아 증식이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수온이다. 여름철에 물에 빠진 시신은 2∼3일이면 모습을 드러내지만, 비슷한 조건에서 겨울에 빠진 시신은 몇주 또는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떠오른 시신은 한없이 물 위를 떠다니지는 않는다. 튜브에 구멍을 내는 듯한 또 다른 변수가 존재하는 탓이다. 선박의 프로펠러나 갈매기, 바다생물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파열 등 훼손이 가해지면 시신은 다시 가라앉게 된다.

국민안전처의 ‘최근 5년간 해경본부 변사자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년 바다에서 발견되는 변사체의 수는 평균 751구. 그중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체는 89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총 3757구의 시신이 해상에서 발견됐다.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로 발견된 시신은 445구, 신원이 확인된 경우 타살 또는 타살 의혹이 있는 사인불명의 시신은 215구였다. 

신발에 시멘트
매달아 수장도

이렇게 시신을 발견한다 해도 부패된 시신을 가지고는 신원파악조차 힘들어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다. 경찰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시체 유기 방법이 치밀해지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하며 “빠른 신고와 적극적인 제보만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으니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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