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에어쇼 '기막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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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롯데와 에어쇼 '기막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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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때문에…'블랙이글' 서울서 못본다

[일요시사=경제1팀] 오는 10월 '2013 에어쇼'가 열린다. 아찔한 곡예비행이 가을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그런데 장소가 이상하다. 매번 열리던 서울공항이 아니다. 이번엔 청주공항에서 개최된다. 왜 일까. 바로 롯데 때문이다.
지난달 충북도는 '에어쇼' 보도자료를 냈다. 오는 10월25일부터 27일까지 청주공항에서 에어쇼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에어쇼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을 비롯해 세계 10여개국 곡예비행팀이 참여해 기량을 뽐내게 된다.

이런 속사정이…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F-15K, KF-16, T-50, A-10 등의 축하비행도 펼쳐진다. 항공기 70대(50종)와 지대공 미사일 등 무기 410점(25종)이 전시되고, 수송기와 헬기를 타보는 체험 행사도 마련된다.

도 관계자는 "중부권 관문공항으로 성장하는 청주공항을 홍보하기 위해 국제 에어쇼를 유치했다"며 "세계 각국에서 최고 수준의 곡예 비행팀들이 참석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에어쇼는 한국항공협회가 2005년부터 격년제로 개최하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13'의 부대행사. 그전까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서울에어쇼'란 이름으로 이 행사를 열어왔다. 열릴 때마다 2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았다.

그렇다면 왜 에어쇼 장소가 변경된 것일까.

서울공항엔 2개의 활주로(동편·서편)가 있어 에어쇼가 열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현재 서울공항이 동편 활주로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소가 청주공항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서울공항은 2007년부터 서편 활주로 공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후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공항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공사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롯데가 갑자기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를 공사한다고 나섰다. 비행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군에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을 3도 트는 공사를 해주는 조건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는 송파구에 위치한 높이 555m에 123층의 초고층건물이다. 2014년 5월 저층동 공사가 마무리되고, 2016년 12월 최종 완공될 예정이다.

제2롯데월드와 서울공항 활주로와의 거리가 5.5㎞에 불과해 비행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가 제시한 게 '활주로 방향 3도 변경'공사였다. 물론 롯데가 공사비용을 부담한다. 동편 활주로 공사는 2011년 9월 시작됐고, 올해 7월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서울공항 활주로 공사 조건으로 건축허가
일정 밀려 10월 에어쇼 청주공항서 열려

자연스럽게 서편 활주로 공사는 동편 활주로 공사 이후로 미뤄졌다. 서울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기 위해선 2개의 활주로가 동시에 공사를 하지 못한다. 공군은 오는 10월 서편 활주로 공사를 시작해 2015년 8월 끝낼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제2롯데월드 공사로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 공사를 우선 해야만 했고, 서편 활주로 공사는 뒤로 연기됐다. 이로 인해 에어쇼도 서울공항에서 개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가 행사가 한 기업 때문에 불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어쇼를 개최하는 협회는 "에어쇼가 청주공항에서 열리는 것과 서울공항의 활주로 공사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한 항공 전문가는 "에어쇼 장소가 변경된 것은 서울공항 활주로 공사 때문으로, 이는 결국 제2롯데월드 건설 때문"이라며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를 3도 변경하더라도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서울에어쇼는 안전상 이유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는 에어쇼와 전시회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열려 시너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행사는 퍼블릭 데이(에어쇼)와 비즈니스 데이(전시회)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 에어쇼는 청주공항, 전시회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다.

킨텍스에서 청주공항까지의 거리는 162㎞, 소요 시간은 약 2시간30분. 서울공항에서 열릴 땐 동편 활주로에서 에어쇼를, 서편 활주로에서 전시회를 개최해 효과적이었다. 일례로 경남도청은 2007년 사천공항과 항공박물관을 내세워 에어쇼 유치에 나섰지만, 에어쇼와 전시회를 따로 하는 것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물먹은 적이 있다.

업계에선 항공우주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에어쇼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아직은 초기 단계다. 그만큼 홍보가 중요하고, 해외업체에게 물량을 따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역할을 에어쇼가 맡고 있다.

"완공해도 문제"

에어쇼는 세계 각국의 항공·방산업체가 모이는 비즈니스의 장을 만들어 준다. 국익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 2011년 31개국 314개사가 참가한 서울공항 에어쇼에서 국내 업체의 수주액은 약 6억5000만 달러(7332억원)로 조사됐다. 수주 상담액은 무려 100억 달러(11조3100억원)에 이른다. 2009년과 비교하면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반인이 관람하는 '흥행성'도 무시 못 한다. 에어쇼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행사다. 이는 수주 실적과도 연결된다.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참가하는 업체수가 늘기 때문이다. 에어쇼와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가 다르다면 이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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