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국민의힘 단두대 매치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의 싸움이 끝날 줄 모른다. 서로 총질만 해대느라 애꿎은 시간만 흘러간다. 집권여당으로써 민생 챙기기에 여념이 없어야 할 시기에 모두 자기 살길만 궁리하고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승자를 결정짓고 가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모양새다.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국민의힘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어느덧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준석 전 대표가 물러난 뒤 내부에서는 비대위 체제로 전향을 계속 시도해왔다. 그를 완전히 배제하려는 움직임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은 신의 한 수가 돼 국민의힘 비대위가 한 차례 폭파됐다.
지면 끝
결국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상임 전국위원회를 열고 새로운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상당했다. 법원 가처분 결과를 받아들고 나서도 절차적 하자를 수정하고, 비대위 체제를 다시 띄웠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홍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다졌다. 양측은 여기서 물러나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인지한 모양새다.
새롭게 의결한 개정안의 핵심은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 시 비상 상황 요건으로 충족한다는 것이다. 앞선 비대위 전환을 두고 법원은 “비상 상황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완벽한 비대위 출범을 준비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던 것.
국민의힘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이유는 비대위 설치에 정당성도 함께 부여하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이 밖에 비대위원 15명 가운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포함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또 비대위 출범 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은 자동으로 상실된다.
비대위원장의 사고로 궐위가 생기면 원내대표, 최다선 의원, 연장자 순으로 비대위원장의 직무대행이 가능하다.
비대위를 둘러싸고 초·재선 의원과 중진 의원 간 대립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당내 중진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당내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현재 지도부가 그대로 있는 한 무능한 공백 상태와 갈등이 장기화된다”며 “이대로 가면 파국은 예정돼있다”고 직격했다.
법원이 이 전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을 또다시 인용할 경우 상당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도 국민의힘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 비대위에는 사법부 리스크가 큰 걸림돌이다. 두 번째 비대위 출범을 앞두고, 이 전 대표 측은 전국위원회 개최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는 ‘개싸움’
비대위 운명 법원 손에…승자는?
벌써 세 번째 가처분 신청이다. 이 전 대표가 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권성동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반드시 비대위 체제를 성공시켜야 한다.
현 지도부는 가처분 인용 가능성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전직 비대위원들도 모두 사퇴하는 수를 뒀다. 추석 전 비대위를 급히 출범시킨 이유도 빠른 안정화를 꾀하기 위함이었다.
만일 비대위 체제가 실패로 돌아가면 당내 모든 책임이 권 원내대표에게 돌아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세력이 결별해야 한다는 여론이 70%를 넘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잠깐 상승 조짐을 보였지만 국민의힘 내홍이 계속되자 최근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이번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핵심 지지층까지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TK(대구·경북)와 이념 성향별 보수층, 고령층 등 핵심 지지층에서 국정 수행 긍정 평가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권 원내대표도 당 내홍이 국정 동력에 타격을 주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반드시 당내 혼란을 종결지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번 비대위는 현 지도부의 사실상 마지막 시도다. 이미 대통령실에서는 여의도 라인을 대거 숙청 작업에 들어갔다. 권 원내대표와 함께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측근도 대거 잘려 나갔다.
비대위 체제가 재차 실패로 돌아갈 경우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의 손을 놓는 게 당연해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비대위 구성 채비가 완료되자 이 전 대표는 “반헌법적 월권”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지금의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위험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윤리위 징계 이후 이 전 대표는 장외서 필사적으로 세력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현재까지는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여론이 기운 형국이다. 가처분 인용을 통해 한 차례 승리를 거뒀지만 이 전 대표도 경찰 소환 통보 등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전 대표는 변호사에게 해당 사건을 위임했고, 오는 16일 출석 예정이다.
비단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몇몇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양두구육” 등의 발언을 두고 윤리위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달 말로 예정돼있는 윤리위 전체회의도 여권 내홍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이 전 대표가 추가 징계를 받게 된다면 사실상 대표로 컴백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탓이다.
추가 가처분도 변수다. 세 번째 가처분 심문은 14일로 예정돼있다. 정치권에서는 결과에 따라 더 큰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겨도…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알력 다툼만 행사하느라 무엇이 중요한지 양쪽 다 모르고 있다”며 “여당의 사명은 국정 동력의 확보”라며 “반성도 쇄신도 없는 당은 쇠퇴하게 돼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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