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속에 푹 빠진 여의도 '新인맥도' 만들기
파랑새 날리는 “우린, 친구아이가”
한동안 미니홈피를 모르면 따돌림을 당하고 블로그를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듯 최근 여의도는 트위터에 푹 빠졌다. 한나라당이 ‘국민과의 소통’을 이유로 트위터에 공식 계정을 개설, ‘트위터 한나라당’을 만들었을 정도다. ‘트위터 정치’를 즐기는 정치인들도 수십, 수백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트위터 속 정치인들의 친분관계나 서로간의 관심 정도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트위터로 인해 변화된 여의도의 신 인맥도를 따라가 봤다.
국회의원들 여야 넘어 트위터로 ‘친구’ 만들기
정진석·원희룡·노회찬 트위터선 ‘마당발’
여의도에 불고 있는 트위터 열풍이 인맥 지형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사실 트위터가 정치권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몇몇 정치인들로부터 시작된 ‘트위터 정치’가 각광을 받게 된 데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트위터의 영향력이 발휘되면서 트위터 활용법을 익히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 9일 ‘트위터 한나라당’ 창당식에서는 의원들의 ‘트위터 사랑’이 빛을 발했다. 당 지도부가 약속이나 한 듯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트위터 한나라당’에 축하인사를 남긴 것. 의원들의 멘션(트위터 글)에 네티즌들도 실시간으로 답했다.
트위터 인맥 생겨나
이처럼 트위터가 여의도 정치권 깊숙이 들어오면서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신 인맥도’가 그려지고 있다. 현재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은 200여 명에 이른다. 18대 현역 정치인들과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로 당선된 이들이다. 전직 국회의원과 청와대 관계자들, 장·차관들까지 더해지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보통 정치인 트위터는 자신을 ‘따라다니는(팔로워·follow)’ 이들은 많지만 본인이 ‘따라다니는(팔로잉·following)’ 수는 적은 게 특징이다. 서로 ‘따라다니면서 주고받는’ 맞팔로우(맞팔)를 하는 이들도 적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트위터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많이는 아니더라도 ‘맞팔’을 하는 이들이 차츰 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결 다음날인 지난 6월30일 “안녕하십니까, 박근혜입니다. 저도 이제 트위터를 시작합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말로 트위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후 팔로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최근 4만명을 넘어섰다. 정치인들 중에서도 60여 명이 그의 글을 읽기 위해 팔로우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 중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친박계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 등과만 맞팔을 하고 있다. 유시민 전 장관도 ‘낯’을 가린다. 50여 명의 정치인이 그의 글을 읽고 있지만 맞팔을 해서 글을 읽은 상대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정도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김문수 경기지사와 노회찬 대표와만 맞팔하고 있다. 반면 맞팔을 통해 인맥을 넓게 하려는 이들도 있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 정세균·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의원, 한명숙 전 총리 등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정진석 정무수석을 시작으로 원희룡 사무총장, 진영·정옥임 의원, 노회찬 대표 등과, 김문수 지사는 정진석 정무수석, 오세훈 서울시장, 차명진 의원,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 대표 등과 맞팔하고 있다.
이 중 심 전 대표와는 노동운동 동지였으며 중신을 서주기도 한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정진석 정무수석, 김형오 국회의장, 노회찬 대표 등 자신을 팔로우 한 65명의 정치인 중 대부분인 60명과 맞팔을 했고, 정세균 전 대표도 한명숙 전 총리,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노회찬 대표 등 38명의 정치인 팔로우 중 30명과 맞팔하고 있다. 정 의원과 정 전 대표는 서로 맞팔하는 사이기도 하다.
지난 7일 트위터 계정을 만든 손학규 전 대표는 자신을 팔로우 한 정치인들과 대부분 맞팔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정세균 전 대표, 정동영·천정배 의원,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민주당 인사들을 맞팔 대상으로 삼았다. 이처럼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여당끼리, 야당끼리, 개인적인 관심과 친분을 바탕으로 맞팔을 하고 있지만 정진석 정무수석, 원희룡 사무총장, 노회찬 대표 등은 여야를 넘나들며 ‘마당발’을 넓히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정치인들의 ‘소통법’이다. 서로 다른 트위터 인맥 관리법만큼 글 쓰는 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트위터에 자주 글을 올리지는 않지만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 꼭 소회를 적는 편이다. 박 전 대표는 “트위터를 시작한 후 시간을 내서 남겨주신 글들을 읽다보면 여러분의 마음을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소통 방식도 제각각
원희룡 사무총장은 하루에도 몇 차례나 자신의 일상을 전하고 인증샷을 올리는 등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곱슬머리로 파마한 사진이나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은 물론 한나라당 연찬회 뒤풀이 자리에서 안상수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이 러브샷을 하는 사진도 인증샷에 첨부했다.
김문수 지사나 정동영 의원은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김 지사는 “현장 곳곳을 항상 돌아다니며 일한다”면서 “트위터로 사진도 찍어 보내고, 소통도 바로바로 할 수 있어 안성맞춤이다. 특히 젊은이들과 소통에 가장 효과적이다. 칸막이 없이, 바로바로, 생생하게, 걸림 없이 소통케 하는 강력한 친구 아닐까”라고 말했다. 유시민 전 장관이나 정세균 전 대표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이나 정치 현안에 대한 생각을 올리면서 ‘비평가’혹은 ‘시사 해설자’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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