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MB훈장 숨기는 총수들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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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MB훈장 숨기는 총수들 사연

일요시사 0 941 0 0

"개나 소나 다 받는 그까이꺼 뭐∼"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 총수들이 훈장을 받았다. 한둘이 아니다. 떼거지로 가슴에 달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쉬쉬'한다. 옛날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문의 영광이라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훈장을 받고도 냉가슴을 앓고 있는 총수들의 속사정을 알아봤다.

행정안전부가 2012년 서훈자 명단을 공개했다. 처음이다. 그전까지 공개하지 않다가 상훈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클릭해보면 낯설지 않은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다. MB정부가 2012년 1년 동안 훈포장을 수여한 사람은 모두 1만2601명. 여기엔 이재오, 주호영, 김해진, 현인택, 김하중, 한덕수, 정운찬, 김대식, 이상직, 권철현, 박정하 등 MB 측근들이 포함돼 있다.

국가행사 유치 공로

특히 재벌 총수들도 훈장을 받았다.

'이건희, 정몽구, 최태원, 구본무, 조양호, 이석채….'

그 일가도 눈에 띈다.

'김재열, 정의선….'

이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이유는 비슷하다. 국가적인 행사 유치에 힘썼다는 것.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금관문화훈장을, 이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체육훈장맹호장을 받았다. 둘 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앞장섰다는 게 수여한 이유. 이 회장은 1984년 체육훈장맹호장과 1986년 체육훈장청룡장, 1991년 올림픽훈장, 2000년 국민훈장무궁화장 등을 받은 바 있다.

같은 이유로 2005년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상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국민훈장무궁화장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체육훈장거상장을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2여수세계박람회 지원 공로로 국민훈장무궁화장을, 이석채 KT 회장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에 기여한 공로로 체육훈장거상장을 받았다.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문화훈장은 '금관-은관-보관-옥관-화관' 5등급으로 나뉜다. 이건희 회장이 받은 금관문화훈장은 가장 높은 1등급이다.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 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국민훈장은 '무궁화장-모란장-동백장-목련장-석류장' 5등급이 있다. 조양호 회장이 받은 국민훈장무궁화장도 1등급에 속한다.

체육발전에 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체육훈장은 '청룡장-맹호장-거상장-백마장-기린장' 5등급으로 구분된다. 김재열 사장이 받은 체육훈장맹호장은 2등급, 최태원 회장과 구본무 회장, 정의선 부회장, 이석채 회장이 받은 체육훈장거상장은 3등급이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MB 야심작'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기업인도 무더기로 포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1000여명이 넘는다. 태영건설, GS건설, 한화건설, 한라건설, 삼안 등 건설사 임직원이 순차적으로 훈포장을 수상했다. 또 경인아라뱃길 사업에 참여한 삼성, SK, GS 등 대기업 건설사도 포상 받았다.

훈장을 탄 총수들과 그 일가는 가문의 영광이라 잔치를 벌여도 모자라다. 기업들은 수상 홍보에 열을 올려야 정상이다. 기업은 오너 등 경영진이 큰 상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린다. 보도자료를 작성해 '사정사정'해서라도 언론에 기사를 내보내려 애를 쓴다.

그런데 하나같이 '쉬쉬'하는 분위기. 훈장을 받고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는 후문까지 들린다. 왜 일까. 기업들에 알아보니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었다.

큰 잔치 벌여도 모자랄 판에 '쉬쉬' 분위기
너무 남발해 의미 없어…반정부 여론 부담도

훈포장의 종류가 많은데다 너무 남발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희소성이 없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상 대상자 선정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모 기업 관계자는 "나라에 기여한 공적이 인정돼 포상을 받은 사실은 충분히 자랑할 거리다. 하지만 너무 마구 뿌리는 경향이 있다"며 "1년 동안 1만2600명에 훈장을 줬다면 하루 평균 34개씩 수여한 꼴이다. 이중 한 사람일 뿐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어이없어 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다소 격한 표현으로 수상 남발을 꼬집었다. 그는 "개나 소나 다 떼거지로 받는 상을 뭐 하러 기를 쓰고 알리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오너가 해외에서 훈장을 받았을 때엔 언론에 내기 위해 기자들에게 부탁할 정도였다. 그런데 국내 훈장은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반정부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실제 일부 기업은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한 기업 홍보 직원은 "MB정부가 잘 했으면 몰라도 전반적인 국민들의 평가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각 기업들은 MB정부 수혜기업이란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안달이다. 이 와중에 훈장까지 받았다고 떠들다간 괜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기업 직원은 "MB정부 훈장을 받은 게 뭐 자랑이라고 광고할 일 있냐. 안 그래도 MB정부 들어 잘 나갔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어 부담스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미 도마 위에 오른 수상도 있다. 단지 4대강 사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훈포장을 받은 건설사들이다. 당장 정당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생겼다.

김관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의 부당한 포상을 강하게 질타했다. 또 문제가 있는 사람의 서훈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가 국토해양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총 3차례에 걸쳐 4대강에 참여한 공무원, 유관기관·건설업체 관련자 등 총 1152명에게 포상했다.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 포상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물 확보나 홍수 예방 등의 문제 해소하고 방치됐던 수변공간을 자전거길·캠핑장 등 문화·여가레저공간으로 바꿨다"며 "특히 OECD에서 녹색성장으로 인정받아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고 포상 이유를 밝혔다.

4대강 포상 도마에

그러나 당시 사업비만 22조원에 달하는 4대강 사업은 끝나지 않은 상황. '샴페인을 미리 터뜨렸다'는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게다가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 결과 건설사들의 담합과 그동안 제기됐던 안전성, 수질관리 등 부실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공사가 완공되기도 전에 포상한 수훈자 중엔 담합사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며 "상훈법에 따라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수여한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수여한 서훈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그 뿐이었다. 4대강 입찰 담합자들에게 수여된 포상은 그대로 그들 품에 안겨있는 상태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입길 오른 'MB 셀프훈장'>

임기 중 결정, 임기 후 수여?

역대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관례적으로 대한민국이 부여하는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다. 이른바 '셀프훈장'. 이 훈장은 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전·현직 우방국 원수 및 배우자에게 수여할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퇴임 직전인 2008년 1월 이 훈장을 받았다.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집안 잔치 하냐"고 비꼬았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이 훈장을 받을까. 청와대는 훈장 수여 여부와 그 시기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이 좋지 않아서다. 일각에선 수여 결정은 임기 중에, 수여식은 임기 후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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