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중도사퇴로 본 감사원-피감기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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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 중도사퇴로 본 감사원-피감기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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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감사결과에 반발 '감사원은 동네북'

[일요시사=정치팀] 양건 전 감사원장이 지난달 26일 이임식을 갖고 돌연 사퇴했다. 임기를 무려 1년7개월여나 남겨둔 시점이었다. 한편 양 전 원장의 갑작스런 사퇴 이면엔 피감기관들과의 갈등이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그동안 '코드감사'를 해온 것일까? 아니면 피감기관들의 괜한 트집이었을까? <일요시사>가 역대 감사원과 피감기관들 간의 갈등을 살펴봤다.

양건 전 감사원장이 지난달 26일 이임식에서 쏟아낸 발언들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A4용지 한장 분량의 이임사를 직접 준비해 낭독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이임사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외풍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자신의 재임기간 감사업무나 인사 등에 관해 정치적 외풍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양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유임됐다.

정치 외풍

감사원은 지난 2011년 1월 1차 4대강 감사 때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된 두 차례 감사에서는 입찰비리와 설계부실, 대운하사업을 염두에 둔 사업이라는 등의 문제점을 발표하고 나서 코드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감사원은 그동안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감기관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왔다. 그렇다면 감사원은 정말 코드감사를 해온 것일까? 아니면 피감기관들의 무리한 반발이었을까?

올해 들어 감사원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곳은 바로 인천광역시다. 인천시와 감사원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나 대립각을 세웠다. 감사원은 공정한 감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인천시는 '트집잡기'를 위한 감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첫 번째는 지난 4월 발표된 인천대 옛 본관과 부지 매각 감사다. 감사원은 인천시가 감정가인 947억원보다 316억원이 싼 631억원에 인천대 옛 본관과 부지를 매각했다며 관계자 징계 또는 주의 요청을 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방치된 부지를 원가에 팔려면 매수자를 찾을 수 없다"면서 "이런 사정을 충분히 밝혔음에도 감사원이 귀를 닫고 탁상보고서를 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두 번째 갈등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차량운행 시스템 감사다. 당시 감사원은 시가 차량운행 시스템을 5535억원에 살 수 있음에도 6142억원에 구입, 606억원의 예산을 낭비해 이용객 불편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인천시 도시철도본부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인천시 도시철도본부는 "감사원이 제시한 기준차량보다 크기나 성능 면에서 월등히 우수한 물건을 구입했기 때문에 단가가 비싼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도시철도 2호선 차량을 비싸게 구입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지난달 21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결과로 시가 인천아시아경기대회경기장을 지으면서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려고 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계약서와 다른 값싼 중국산 설비가 경기장에 납품됐고,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는 정관 등을 어기며 사람을 뽑았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아시아게임 준비와 관련, 감사원은 인천시에 무려 18건에 시정·주의·통보 조치를 내렸다.

감사결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반발
실적 쌓기, 코드감사 의혹도 여전

그러나 인천시는 이번에도 18건 모두 조목조목 소명자료를 내는 등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인천시가 반발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시의 반박자료 내용은 사실상 감사원의 감사내용을 인정하면서 향후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가 주된 내용"이라며 인천시를 비판했다. 감사원과 갈등을 빚은 지자체는 인천시뿐만이 아니다.

대구광역시는 감사원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감사 결과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교통수요 조작, 차량형식 불법변경, 차량선정 특혜 등을 이유로 대구 도시철도 3호선에 대해 '총체적 비리'라는 중증 진단을 내렸다. 감사원은 아울러 대구시가 철도 차량기지 입지를 선정하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재해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조차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감사결과에 반박하는 보도문을 내는 등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부처들도 감사원 지적에 반발하고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식경제부는 감사원이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이 국민 세금 16조원을 투자해 해외자원개발에 나섰지만 생산한 석유와 가스가 국내에는 전혀 도입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과도한 저장·수송비용 때문에 중앙아시아와 남미 등 해외에서 생산된 석유·가스가 국내에 도입되지는 못했지만 이들 지역에서 생산된 석유·가스가 포함돼 자주개발률이 높아지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아도 자원공급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반발했다.

특히 양 전 원장의 직접적인 사퇴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부부처와 감사원의 갈등은 심각했다. 감사결과에 대해 해당부처가 즉각 반박한 데 이어 감사원 역시 재차 해명에 나서 대립이 심화됐다. 감사원은 지난 1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2차 감사에서 "입찰비리 등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서 부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환경부와 국토부는 1단계 감사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고서는 2단계 감사에서 갑자기 말을 바꿨다며 감사원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4대강 사업 관련 1단계 감사와 2단계 감사는 감사대상과 감사중점이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0년 실시한 1단계 감사는 4대강 사업 초기단계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기 위한 사전 예방적 감사로 사업대상 선정 등 사업 세부계획, 재원관리 등에 대해 이뤄졌으며 2단계 감사는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주요 시설물의 안전성, 수질오염 및 유지관리 방법의 적정성 등에 대해 이뤄졌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이 문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취임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불안한 감사원

한편 감사원이 이처럼 피감기관과 번번이 갈등을 겪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우선 피감기관들은 감사원이 실적을 쌓기 위해 억지스러운 결과를 내놓거나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감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감사원 측은 공정한 감사를 위해 전문가들로 인력을 구성해 감사를 진행했음에도 피감기관들이 일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억지주장으로 감사원의 지적에 반발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감사원이 그동안 진짜 코드감사를 해온 것인지 피감기관들의 괜한 트집인지 명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 된다면 그 신뢰성과 중립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양 전 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감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신임 감사원장은 누구?

감사원장 장기공백 우려

박근혜 대통령은 후임 감사원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임으로는 안대희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하더라도 국회 청문회 일정을 잡는 게 쉽지 않아 감사원장 장기공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야의 격한 대치로 인해 정기국회 정상개회가 불투명한 가운데 민주당이 양 전 원장의 돌연 사퇴와 즉각적인 청와대의 수리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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