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안홍철 딜레마’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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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안홍철 딜레마’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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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사퇴 안 시키는 이유는 ‘친박 후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상한 공기업이 있다. 수익을 장담할 수 없음에도 스포츠구단에 투자를 감행한다. 비밀유지계약을 우선 원칙으로 해야 함에도 이를 어겼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논란이 되자 직원 30여명을 상대로 내부사찰에 들어갔다. 전방위 사퇴 압박에도 사장은 1년 넘게 버티고 있다.

한국투자공사(이하 KIC)는 최근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로부터 감사원 감사를 청구 받았다. ‘LA다저스’와 ‘맨체스터 시티’ 등 해외 스포츠구단에 대한 투자 적절성, 그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비밀유지계약 위반 여부, 그리고 내부사찰 의혹 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여·야로부터 꾸준히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안홍철 사장이 있다.

부실투자 의혹

사퇴압박은 지난 1년 동안 지속돼 왔다. 특히 야권은 “당장 사퇴해야 된다”며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도화선은 안 사장이 개인 SNS에 남긴 글에서 시작했다.

안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후보 대선캠프에서 활동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선후보였던 문재인을 비방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2012년 1월부터 ‘독다방DJ’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며 “노무현은 종북하수인” “이완용보다 더 나쁜 사람이 노무현과 문재인 일당” 등 최근 인터넷에서 나올 법한 원색적 비방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안홍철이 2013년 12월부터 KIC사장에 임명되자 야권은 ‘보이콧’을 선언했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재위는 ‘반쪽 상임위’로 운영돼 왔다.

여권에서도 안 사장 사퇴에 발 벗고 나섰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안 사장 거취 문제를) 내가 책임지고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쪽짜리로 전락한 기재위 정상화를 위해서다. 여·야가 모두 안 사장의 사퇴를 목소리 높여 말하고 있다.

또한 안 사장은 KIC사장 선임을 앞두고 정치인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JTBC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안 사장은 유정복 인천시장·서병수 부산시장에게 1월부터 5월까지 각각 500만원,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는 2006년부터 7년 동안 총 2000여만원의 후원금을 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모두 친박계 인사들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LA다저스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의혹들이 불거져 사퇴 요구는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KIC는 2015년부터 스포츠구단에 대한 대대적인 대체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국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 해외 스포츠구단에 대한 투자 적절성 문제다. KIC는 미국 프로야구단 중 하나인 LA다저스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단으로 잘 알려진 맨체스터 시티의 지분 일부를 소유하기 위한 투자를 추진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유명구단인 만큼 가치가 높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KIC가 일반 사기업이 아닌 ‘국부펀드’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외환유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단히 위험한 투자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입 거친 ‘독다방DJ’ “노무현은 종북빨갱이”
KIC사장 되니 본격 해외투자 “세금 어디로?”

왜 스포츠구단이냐는 질문에도 KIC와 안 사장은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 업계는 구조상 수익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방송 중계권료, 관련 상품판매 수익 등 국내에 비해 다각적 수익구조가 갖춰진 해외 구단이더라도 재무적 위험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스포츠구단의 구조적 특징이다.

즉 연간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투자의 대표상품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대체투자로 부동산 등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투자를 밀어붙이는 안 사장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KIC는 자신만만하다. 안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약 과정에서 지분을 ‘누적 우선주’ 형태로 확보해 최소수익을 보장 받겠다”며 안정적 수익을 자신했다.

두 번째, 계약과정에서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 측은 안 사장이 지난 1월12일 투자에 대한 실무위원회 예비심의가 있기도 전에 다저스 스타디움을 방문, 구단운영을 맡고 있는 구겐하임파트너스 임원진과 만났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안 사장의 이러한 행보가 ‘위탁자산운용세칙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세칙 제16조에 따르면 대체자산 투자는 투자실무위원회의 예비심의, 현지실사, 본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나와 있다. 사전 접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의혹이 제기되자 KIC 측은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규정 위반 사실이 없음을 알렸다. KIC는 안 사장의 출장이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요청에 의한 것이며, 사전에 비밀유지계약이 체결된 상태라 논란이 되는 시점에는 정식투자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으니 사전접촉이 아니라고 밝혔다.

세 번째, 내부사찰 의혹도 제기됐다.

KIC는 지난 4월16일 LA다저스 투자실무위원회 예비심의에 참석한 직원 3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6개월간의 휴대전화 기록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사전 동의와 같은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IC에 대해서는 2015년 사업계획에서 우호적인 기자들을 대상으로 공보활동을 하겠다는 등 잘못된 언론관이 보도된 바 있어 내부통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이를 심각한 인권 및 사생활 침해로 보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만약 사실이라면 명백한 사찰”이라며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IC 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그들은 “통화기록 제출은 임직원의 투자관련 비밀사항 누설 우려에 대한 복무위반 여부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감사실이 실시한 적법한 감사업무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친박 믿고 버티기

야권은 고인(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으로 구설수에 올랐음에도 KIC 사장으로 임명된 점, 위와 같이 KIC 투자에 대한 의혹 등이 있음에도 자진사퇴하지 않는 점 등을 내세워 “뒤에서 봐주기 전에는 힘든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안 사장을 해임하지 않는 것은 박 대통령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인사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는 측면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가까운 선후배 사이로 알려진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안 사장의 사퇴를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사장이 버티는 것은 ‘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근거한 주장도 나왔다. 안 사장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한 번 믿음을 준 사람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사퇴시키지 않으려는 박 대통령의 성향 덕분이란 해석이다. 안 사장은 앞선 내용처럼 ‘대선공신’임과 동시에 7년 가까이 친박계를 후원한 인물이다.

기재위 관계자는 예고된 감사원 감사에 대해 “국회가 주목하는 사안이라 감사원도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본회의 의결 즉시 감사원에서 감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연 감사원이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안 사장을 제대로 감사를 할 수 있을지, 안 사장은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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