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한전 사장 사퇴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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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 한전 사장 사퇴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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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타의?…측근도 모른 씁쓸한 퇴장

[일요시사=경제팀] '현대맨'이자 'MB의 남자'인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쓸쓸히 퇴장한다. 해외출장을 앞두고 지난 4일 측근들조차 모르게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기 절반도 못 채우고 사표를 꺼낸 내막은 뭘까.

김중겸 한전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6일 "김 사장이 홍석우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사의 표명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해외출장을 앞두고 지난 4일 측근들조차 모르게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사장은 6일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집행 이사회에 참석을 위해 모로코로 출장을 떠나기 직전까지 정상적으로 대면 보고를 받았으며 자신의 신상에 대해 어떠한 사전 언질도 없었다.

반기들다 '깨갱'

지난해 9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2014년 9월까지다. 임기가 2년여 남아 있음에도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요금을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설, 과거 근무 기업에서의 비리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MB 낙하산'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김 사장이 경북 상주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데다가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 주택영업본부장을 지내고 현대건설 사장까지 역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안으로 현 정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 적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두 자릿수 이상의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을 벌여왔다. 한전 이사회는 지난 1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전기요금 인상을 의결했고, 지난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올렸다. 올해도 1차로 13.1%의 인상을 요구했지만 반려되자 오히려 더 높은 16.8%의 인상안을 제출했다. 정부가 제시한 4∼5%의 인상 가이드라인을 거부한 것이다.

양측 간의 신경전은 정부의 권고에 따라 지난 8월 최종 전기료 인상 요율이 4.9%로 결정되며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김 사장에 대한 정부의 앙금은 커질대로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지난 8월29일 한전은 전력거래소가 전력구매 비용을 잘못 계산해 적자 구조가 악화됐다며 발전 자회사에 지급하는 전력구매 대금을 자체 감액하고 손배 소송을 제기키로 결정했었다. 같은 공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가뜩이나 전기료 인상 문제로 김 사장과 감정이 좋지 않았던 정부는 곧바로 "한전이 제기하는 소송이나 전력대금 감액 조치가 전력시장 운영에 지장을 줄 경우 강력 제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통해 제동을 걸었고 경질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기료 인상 두고 정부와 기싸움서 백기
일각선 검찰 4대강 비리수사 부담 분석도

또 2013세계에너지총회 회장직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지난달 열린 D-365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는 전력가격이 거의 현실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가 국정감사에서 호된 꾸지람을 듣는 등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3년 연속 이어진 한전의 적자도 김 사장의 사임을 예상케 했다. 한전은 지난달까지 2조1000억원 정도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한수원의 위조부품 납품 사건이 터지면서 원전 가동이 추가 중단됨에 따라 적자규모가 6400억원 더 늘어난 2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김 사장은 올해 초부터 해외 부사장과 국내 부사장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올해마저 한전이 적자를 기록하면 해외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본격화되고 있는 검찰의 4대강 비리의혹 수사가 김 사장의 사의 표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 3개 단체는 "현대건설이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구조를 이용해 하청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한강 6공구에서만 5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당시 현대건설 사장인 김 사장을 포함해 관계자 12명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 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박순철)에 배당,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임기를 채우는 것은 물론 오래 버티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부담감이 가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사표는 수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김 사장의 사표 수리를 전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 후임자 물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후속 사장을 바로 앉히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전 이사회 절차상 사장 재임명에는 최소 45일이 걸린다. 대선은 한 달 남짓 남았을 뿐이다. 대선 전 후임 사장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한전은 사장 공백으로 인해 최대 현안인 경영 적자 감축과 전기요금 재인상은 한동안 갈 곳을 잃고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공백 가시화

또 영광 5·6호기 가동 중단 등 올 동계전력수급 비상상황에서 전력그룹 수장이 퇴진함으로써 전력수급 불안감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예비전력이 안정기준인 400만kW 근방에 머물고 있어 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밀려오면 전력수급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한전 전직원은 벌써부터 머리를 싸매고 있다. 수장을 잃은 한전이 중심을 잃지 않고 현 경영공백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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