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특수학교 논란 ‘오해와 진실’정말 집값이 떨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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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특수학교 논란 ‘오해와 진실’정말 집값이 떨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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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서구에 장애학생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문제를 두고 불거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장애학생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읍소했고, 일부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굽히히 않고 있다. 급기야 주민설명회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울먹였다.

 

 

 

지난달 21일 이낙연 총리는 제13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서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를 필요한 만큼 지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를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리의 발언은 한 장의 사진서 비롯됐다. 

 

장애학생의 학부모가 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강당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5일 서울 탑산초등학교서 강서 특수학교를 둘러싼 주민토론회가 있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는 무릎을 꿇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특수학교를 기피시설 혹은 혐오시설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해당 학부모의 행동을 ‘쇼’라고 치부하는 주민들도 더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릎 꿇은 엄마

 

이처럼 강서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일부 주민들의 반발은 상당한 수준이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미 특수학교가 있는데 하나를 더 짓는 건 억울하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땅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서울에는 30곳의 특수학교가 있다. 그중 종로구와 강북구에 4곳, 강동구 3곳, 강남·동작·관악·구로·노원구에 2곳씩 있다. 특수학교가 혐오시설로 분류돼 집값·땅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지난달 8일 YTN 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보는 시선에 대해 “특수학교는 결코 혐오시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언론이 특수학교를 혐오시설, 기피시설 등으로 표현하면서 주민들이 학습한 것 같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일부 주민 반발에 난항

한방병원 무산에 불만?

 

조 교수는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특수학교가 들어선 곳의 집값이 떨어진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며 “부산교육청서 조사한 결과 실제 특수학교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인접 지역 집값과 땅값은 크게 차이가 없다. 오히려 특수학교가 들어선 곳에 집값이 오른 사례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서 특수학교를 짓기로 한 공진초등학교 부지와 맞닿은 마곡동, 내발산동, 공항동 등의 집값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상승했다. 특히 학교 설립 부지를 포함하고 있는 마곡동의 경우 2013년에 비해 지난달 아파트 매매가가 2배 가까이 올랐다.

 

특수학교 설립이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도 있다. 서울 마포구 소재 특수학교인 우진학교는 2000년 설립 당시 주민들과 갈등이 상당했다. 하지만 학교 편의시설을 지역에 개방하면서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집값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밀알학교도 비슷한 경우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밀알학교 역시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학교 건축 공사 당시 일부 주민들이 몽둥이를 들고 위협하는 바람에 기공식이 중단될 정도였다. 그만큼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이 학교의 장애학생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는 일도 많아졌다.

 

조 교수는 강서 특수학교 논란을 두고 “일부 주민들 마음에 두 가지 기대가 중첩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국립 한방병원이 들어와 의료 특구 등으로 지정되면 지역 이미지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집값이나 땅값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는 것. 

 

이런 상황서 특수학교를 짓는다고 하니 한방병원을 설치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됐다고 생각해 불만이 2중으로 쌓여있다는 설명이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집값 하락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방병원 조성을 계획했던 부지가 다른 시설로 바뀌었기 때문에 문제제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특수학교라서가 아니라 한방병원 외에 무슨 시설이 들어와도 반대 입장을 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서 특수학교 논란은 장애학생 학부모와 주민 간의 갈등을 넘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조 교육감과 김 의원은 공진초 부지에 무엇을 세우느냐를 두고 갑론을박 중이다. 

 

김 의원은 한방병원을, 조 교육감은 특수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조 교육감이 공진초 폐교 부지 대신 마곡단지 대체 부지에 특수학교를 짓기로 해놓고 막판 변심으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지난달 19일 입장문을 통해 “특수학교 설립은 처음부터 조 교육감의 의지에 달린 문제였다”며 “주민들과 특수학교 학부모 간 대립구도만 만들어놓고 당국은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설립 이후 부동산값 오르기도

마포·강남은 긍정적 효과 발생

 

반면 조 교육감은 학교 용지에는 학교만 지을 수 있기 때문에 한방병원이 들어올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학교용지에 한방병원을 지을 수 있다는 건 김성태 의원이 만든 가공의 희망”이라고 딱 잘라 지적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특수학교 건립을 추진 중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교육청은 특수학교가 없는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지가 좁으면 꼭 필요한 시설만 갖춘 미니 특수학교로 조성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일반학교에도 특수학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립 특수학교 신설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서 조 교육감은 “강서 특수학교 설립 과정서 시민들이 뜨거운 지지를 보내줬다”며 “아직 많이 부족한 특수교육 시설을 계속 확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중랑·동대문·성동·용산·영등포·양천·금천·중구 등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중랑구는 202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설립이 추진 중이지만 3년 넘게 후보지 선정 작업만 벌이고 있다. 교육청은 특수학교 설립을 시급한 자치구부터 순차적으로 짓겠다는 입장이다.

 

화합이 우선

 

논란의 무게 추는 특수학교 설립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한방병원 관련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이후 병원 설립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사업 타당성 검토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한 수준일 뿐 건립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행위는 헌법의 평등정신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 교육감은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 지역주민과 화합하면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접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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