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수양딸 사기사건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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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수양딸 사기사건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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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돕자더니…야금야금 30억 ‘꿀꺽’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수양딸 김모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미군기지 내 투자 사업을 빌미로 지인들에게 투자금을 받은 후 사업을 무기한 지연시키는 등 총 30억대의 사기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찰조사에서 드러난 피해금일 뿐 실제로는 100억대에 이른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0일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2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 그의 얼굴에 먹칠한 수양딸 김모씨의 뻔뻔한 사기사건이 드러났다. 김씨는 2009년부터 지인 윤모씨와 합심해 3년간 개인 사업가 3명에게 8차례 걸쳐 총 3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받은 후 사업을 무기한 지연시키는 사기행각을 벌였다. 피해자 가운데 1명은 투자자 7∼8명이 100억대의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어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인 끌어들여
계획적 사기행각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황 전 비서의 생존 당시 피해자 차모씨 등 3명으로부터 각각 21억원·5억원·6억원을 가로챘다. 김씨는 재력가 3명에게 용산 미군기지 내 육류납품, 고철처리, 매점운영 등 각종 용역 사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한데 이어 미국으로부터 미군기지 내 100여 개에 달하는 거대 수익사업을 탈북자 사업을 위해 위탁받았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투자자금 횡령을 목적으로 피해자들을 꾀어내기 위해 언급한 녹취록을 피해자들 중 1명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기행각에 대한 증거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김씨가 황 전 비서의 수양딸이라는 점과 미 8군 중장 비서를 사칭한 모 중년여성이 사업을 보증하자 신뢰를 갖고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3명 가운데 2명은 과거 황 전 비서의 강연을 듣고 줄곧 존경심을 가졌던 사업가들이었고, 나머지 1명은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의 직원이 소개한 사람이었다. 김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재력가 3명은 김씨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은 후 마음 놓고 투자했지만 김씨 등의 사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투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자들이 미군부대에 찾아가 사업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씨 일행의 계획적인 사기행각이 탄로 났다.

미군 사업 빌미로 투자금 32억원 가로챈 혐의
투자자 100억원 피해 주장…수사 확대 불가피

경찰은 이번 사건을 황 전 비서의 대외적 신뢰와 지명도를 이용,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운 집단 사기극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황장엽이란 이름만 보고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 황 전 비서가 생전에 이 사업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미 8군 중장 비서를 사칭 했던 중년여성도 미 육군 범죄수사대 조사 결과 미군 부대에서 일한 적도 없는 여성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의 투자금은 김씨 아들의 법무법인 계좌와 미 8군 중장 비서를 사칭한 공범의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
항간에서는 김씨가 회사를 아들 명의로 신청한 것은 엄연히 탈북자를 위한 사업인데 황장엽 수양딸이 직접 사업을 하면 외부에서 좋지 않은 눈초리로 보는 게 뻔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공범 윤씨는 김씨와 10년 지기로 알려져 있으며 김씨의 사건이 보도되기 전 이미 어디론가 잠적한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며 단지 지연되고 있을 뿐 사기는 아니다”라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의 해명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경찰의 지속된 추궁 끝에 김씨가 실체 불분명한 유령사업을 진행했던 사실이 낱낱이 드러난 것. 김씨의 얄팍한 변명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처럼 날아가 버렸다.

결국 김씨는 지난 17일 차씨 등 3명에게 투자를 권유, 3년간 3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남부지법 박강준 영장전담판사는 “혐의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씨는 누구?
신분 설왕설래

그렇다면 김씨는 누구일까.
김씨는 1997년 황 전 비서의 망명을 중개했다. 이후 황 전 비서가 별세한 2010년 10월까지 무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황 전 비서의 곁을 지킨 유일한 법적 가족이다. 워낙 베일에 싸여진 인물이라 항간에서는 김씨를 두고 ‘김철호 전 명성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다’ ‘북파공작원이다’등 말들이 많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김씨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장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정보기관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난 단지 기독교인으로서 북한 선교의 사명을 갖고 활동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모교에서 영문과 교수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황 전 비서가 망명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당시엔 김 전 대통령에게 황 전 비서의 친서를 수차례 전달하며 중개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씨와 황 전 비서와 인연이 시작된 것은 1995년 중국 신양에서 처음 대면했을 즈음이다. 김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황 전 비서가 자신을 처음 본 후 ‘남한에 이렇게 정직한 여자가 있느냐’고 언급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김씨는 1998년 12월 황 전 비서의 호적에 이름을 올렸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아버지와 딸’보다는 ‘동지’에 더 가까웠다. 김씨는 황 전 비서를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 대표로 활동했다. 이때부터 황 전 비서의 안전가옥에도 자주 들렀다. 둘은 인연을 맺은 후 사소한 것부터 기밀적인 부분까지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피보다 진한 교감을 했다.

특히 황 전 비서는 망명 이후 김씨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기 전까지 “내가 심리적 안정이 안 되니 부녀의 연을 맺자. 한 가족으로 묶어주는 것이 내게 안정을 준다”며 간곡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 대한 신뢰와 애착이 컸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황장엽 이름만 믿고 거액 베팅”
철저한 사전 계획 세운  사기극

일각에선 황 전 비서의 망명 중개를 시작으로 세상을 등지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꿋꿋하게 곁을 지킨 김씨에 대해 ‘황 전 비서가 남긴 거액의 유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김씨에 대한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지만 측근들은 황 전 비서가 타계한 직후까지도 김씨를 대가 없이 황 전 비서의 곁을 지켜왔던 지고지순한 수양딸로 인식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황 전 비서의 별세 직후 두 얼굴을 드러냈다. “아버지의 재산을 돌려달라”며 살아생전 황 전 비서의 의식주 문제 등을 돌본 엄모씨를 상대로 9억원대의 재산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

김씨는 소장에서 “황 전 비서는 지난 2001년 10억여원이 들어있던 자신의 통장을 해지했고 그 중 9억원을 엄씨에게 전달했다. 황 전 비서로부터 9억원을 건네받은 엄씨는 그 돈으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토지와 건물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황 전 비서가 남한의 경제사정에 어두웠던 점, 사회적 지위나 인지도 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대상자로 섣불리 나서기 곤란한 입장이었던 점을 미루어 자신을 돌봐준 엄씨에게 대신 계약을 체결하도록 맡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부동산 구입당시 엄씨는 매매대금을 지불할 만한 능력을 갖지 못했다. 수상한 것은 엄씨가 계약한 해당 부동산의 잔금 지급 하루 전에 9억원이 들어있는 황 전 비서의 예금계좌 2개가 해약된 점이다. 평소 큰돈을 사용하지 않던 아버지가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엄씨 측에 거액을 지급한 것이 분명하다”며 “구입한 부동산의 소유권은 엄씨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매매대금은 부당하게 취득한 이득이므로 엄씨 명의로 돼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토지와 건물의 실소유자는 아버지”라고 강조했다.

숨겨왔던 욕망
드디어 드러내

그런데 이 소송에서 제기된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왜 엄씨가 그토록 황 전 비서 곁을 오랫동안 지켰으며 ‘둘이 과연 아무 사이도 아니었을까’라는 것이다. 하다못해 수양딸인 김씨보다 은밀한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떠돌면서 각종 매체는 숱한 취재 끝에 엄씨가 황 전 비서의 사실혼 관계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황 전 비서보다 38세 연하인 엄씨는 측근에서 그를 돌보며 사실상 황 전 비서의 비서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수년간 같이 생활했던 엄씨와 황 전 비서 사이에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아들은 아버지인 황 전 비서를 쏙 빼닮아 평소 황 전 비서가 늦둥이 아들 엄군을 무척 귀여워했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엄씨는 입국 후 국가정보원 측이 추천한 비서 후보들 가운데 황 전 비서가 직접 선택한 여성으로 현재 아들과 함께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황 전 비서의 호적에는 황 전 비서의 부인과 아들이 올라있지 않아 아들의 성은 ‘황’이 아니라 어머니의 성을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1997년 망명 중개…이듬해 호적에 입적
사실혼 부인에 작고 후 9억대 재산 소송

황 전 비서가 사망하기 전 자신의 재산을 수양딸 김씨에게 상속하고 그 중 일부를 엄씨와 그의 아들에게 분배할 것을 부탁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엄씨 측근은 한 언론에 “황 전 비서의 상속인은 수양딸이다. 황 전 비서는 사후 자신의 재산을 일단 수양딸에게 넘긴 뒤, 자신의 어린 아들과 부인에게 분배토록 약정서 같은 것을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언론에서는 황 전 비서가 남긴 상당한 유산으로 인한 수양딸과 사실혼 관계의 부인 간 분쟁 가능성도 제기했다. 황 전 비서의 사망 장소인 안전가옥이 국가재산이 아닌 개인소유지라는 말도 나왔기 때문에 재산싸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남한에 남겨진 가족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황 전 비서의 스캔들에 대해선 “국정원 내 안가에서는 모든 게 통제가 된다. 24시간 관리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어른의 명예를 실추시키려고 악의적으로 유포한 것이다. 만약 아들이 정말 있다면 우리에게는 돌볼 책임이 있다. 어른을 부검할 때 구강 내 점막을 떼어놓았다. 언제라도 유전자 감식을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4월 엄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결국 김씨가 엄씨와 그의 아들의 존재를 끝까지 부인한 진짜 이유는 ‘황장엽 체면 세워주기’가 아닌 ‘거액 유산 혼자 먹기’가 된 셈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황 전 비서가 엄씨에게 토지를 명의신탁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사실상 부부로 지낸 엄씨에게 재산을 증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남의 것 탐하다
망신살 뻗쳐

엄씨를 상대로 낸 9억원대 재산반환 소송과 아버지의 이름값을 빌려 재력가들을 상대로 벌인 30억대 사기행각. 분수에 맞지 않는 끝없는 욕심이 결국 파국을 불러왔다.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오랜 시간동안 고인을 모셔왔다고 자부한 김씨는 돈 한 푼 없이 청렴결백하게 살아온 아버지를 함부로 모함하지 말라고 했다. 그랬던 그가 쇠고랑을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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