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나눠쓴 스님들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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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세상> 혈세 나눠쓴 스님들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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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염불보다 잿밥에…국가보조금 꿀꺽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 사찰의 전 주지와 전 종무실장 등이 정부보조금을 빼돌려 자신의 이익을 챙긴 것이 밝혀져 법의 철퇴를 맞았다. 사찰에 지원되는 정부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셈. 사찰 측과 건설업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검은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8일 대전지검 공주지청은 충남 공주 마곡사의 전 주지 A(61)씨와 전 종무실장 B(46)씨 등 2명을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또 건설업체 대표 C(54)씨 등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마곡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산하에 80개 사찰을 말사로 두고 있는 국내 대표적 사찰 가운데 하나다.

눈먼 돈 슬쩍

이들은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템플스테이 전용관 건립과정에서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정부보조금 30억원 중 수억원을 횡령했다. 템플스테이 전용관은 5218㎡ 부지에 건축면적 647.10㎡ 규모로 2013년 2월 착공됐다. 전용관에는 강당과 수행관 등의 시설도 포함돼 있다. 사찰 측은 또 보조금을 받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건립대금의 10%(3억원)을 건설업체에 떠넘겼다.

건설업체는 대신 내준 부담금을 메우기 위해 공사대금을 부풀렸다. 아예 사용하지도 않거나 일부만 사용한 자재는 물론, 과다계상한 인건비를 담은 서류를 만들어 정부에 제출한 뒤 보조금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는 A씨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3억8000만원을 상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이 돈을 측근의 주지선거운동에 사용하는 등 뒷돈도 챙겼다. 검찰은 마곡사 외에도 소규모 사찰 10여곳에서 유사한 사례를 확인했지만, 보조금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사찰 책임자들을 기소유예했다. 마곡사 등 사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국가보조금 사업에서 사찰 측이 10% 부담금만 선납하면 손쉽게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 사업의 부실화를 막고 책임시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선납금의 출처를 따지지 않는다. 건설업체와 사찰이 말만 맞추면 억대의 나랏돈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사찰과 업체가 짜고 이를 악용하면 얼마든지 입맛대로 돈을 주무를 수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이런 문제가 마곡사나 일부 사찰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에서 비슷한 비리 정보나 제보가 나오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충남지역 한 사찰 관계자는 “템플스테이와 관련해 여러 안 좋은 소문이 나돌았는데 실제 사실로 드러나 충격”이라며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순수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명한 사찰 주지 수억원 횡령 적발
공사대금 부풀리는 수법으로 빼돌려

사찰의 국고보조금 횡령 및 부정수급 문제는 2005년 전남 모 사찰 주지의 국고보조금 편취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면서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당시 조계종은 ‘국고보조금 사업 진행 시 유의사항 및 정산 지침’을 세우고 전국 교구본사 및 관람료 사찰 등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지만, 쉽사리 근절되지 않았다.

2007년 모 교구본사 주지스님이 국고보조금 편취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또 다른 사찰에서도 주지스님이 국고보조금 횡령 등으로 구속됐다.

비교적 최근인 2014년에도 경남 소재의 한 사찰이 문화재 보수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체가 자부담금을 대납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 적발됐으며, 2015년에도 경북의 모 사찰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해 문제가 야기됐다. 조계종은 이를 계기로 국고보조금 활용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조계종의 조치는 앞으로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에 따른 부정한 관행들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조계종은 지난달 29일, 논평을 내고 “국민들과 불자 여러분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해당 사안과 관련해 감사국 등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 마곡사 현지에서 조사활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또 “향후 조사결과를 토대로 관련자들에 대한 종헌·종법상의 의법조치와 더불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대책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체 국고문화재의 60% 이상을 보유한 불교계는 문화재 보존·관리 및 전통문화 활성화를 목적으로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만큼, 국고보조금 관련 문제가 한번 불거질 때마다 불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불교가 문화재 보존·관리 및 전통문화 활성화 등을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국고보조금은 연간 700억원 이상이다. 2012년 519억여원, 2013년 701억여원, 2014년 723억여원으로 매해 증가 추세를 보인다. 전체 국가문화재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예산이 책정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투명한 집행으로 신뢰를 구축할 책임은 불교계에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선거자금으로 사용

조계종 관계자는 “마곡사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이를 계기로 향후 국고보조금으로 인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방침”이라며 “특히 사찰 재정 투명화 노력과 더불어 국고보조금 지원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점검·구축하는 등 다각도의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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