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폐지 줍는 노인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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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폐지 줍는 노인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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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7000원 벌다 지금은 2000원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고철 및 폐지 가격이 떨어져 용돈벌이로 소일거리를 하는 어르신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불과 5년 전에 비해 폐지 가격이 3분의1 토막 나면서 노동을 3배나 더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기 불황과 중국 발 철강 공세 속에 폐지 가격이 고철 가격을 앞지르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했다. 

한국환경공단의 재활용 통계에 따르면 재활용품 원자재 단가는 2012년 이후 꾸준히 하락해 최근 최저가를 기록 중에 있다. 고철의 경우 2012년 1㎏당 395원을 호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준 98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압축페트병은 601원에서 298원으로, 철캔은 308원에서 98원으로 떨어지는 등 대체 5년전에 비해 30∼40%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물도 불황한파

용인에 위치한 소규모 고물상의 3일 현재 고철 1kg의 가격은 100원, 폐지의 kg의 가격은 70원을 기록했다. 고철의 경우 4년 전부터 줄곧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폐지의 경우도 100원선을 버티지 못하고 뚝 떨어진 모양새다. 지난해 12월에는 고철 값이 폐지보다 못한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용인의 고물상 업주는 “올 겨울 서울에서는 kg당 30원에 거래된 곳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우리도 당시 kg당 50∼60원 사이로 거래했다”고 말했다.

우선 고철가격의 하락에 대해 시흥의 고물상 업주는 중국 제강업체들의 밀어내기 식 영업방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2014년 급락한 고철스크랩 가격이 원인”이라며 “고철을 수집해 재생하는 비용이 중국산 신제품을 매입하는 비용보다 비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중국산 고철이 밀려들면서 가격경쟁에서 밀린 재생고철도 덩달아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철강수요 자체의 감소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고철은 2000년대 중반 글로벌 원자재 파동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맨홀 뚜껑과 학교 교문까지 뜯어 팔던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다. 서울의 한 고물상 업주는 “지난해 말 고철 값이 너무 떨어져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며 “이번 달 들어 그나마 100원대를 회복해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구리 등 비철도 가격 하락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불과 3∼4년 전만해도 kg당 8000∼9000원 하던 구리는 최근 4000원대로 반 토막 났다. 비철의 일종인 알미늄은 고철에 비해 가볍고 활용도가 높아 7∼8배가량 높게 책정되고 있었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알미늄의 경우 상중하로 나뉘어 각각 1100원, 900원, 600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격은 올해 초 기준으로 지난해 말 기준에 비해 200∼400원가량 떨어진 수치다.

고철과 덩달아 가격이 떨어진 폐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종이로 된 인쇄물의 감소, 지속적인 경기불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전국고물상협회 관계자는 “파지나 고철의 주된 소비원인 건설자재와 재활용품 시장에서 수요 하락에 따라 값이 내려가고 있다”며 “국제 유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일반시민들은 기름값이 떨어졌다며 좋아하지만, 고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의 고물상에서 업주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백발의 할머니가 폐지를 쌓은 유모차를 끌고 고물상으로 들어왔다. 유모차 한가득 높이 쌓아 올린 폐지는 고물상 저울에 45kg을 기록했다. 업주는 유모차 무게 10kg을 제외한 35kg에 대해서 가격을 책정했다. 할머니가 손에 쥔 돈은 단돈 2450원이었다. 할머니에게 몇 시간 동안 폐지를 주운건지 묻자 8시간 동안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답했다.

5년 전인 2011년만 하더라도 폐지 가격은 199원을 기록했다. 이 당시 가격으로 할머니가 가져온 폐지 가격을 책정하면 6965원이 된다. 5년 전에는 지금에 비해 3배 가까이 더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하루 일해서 한 끼 식사 정도가 가능했다면 지금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고철·폐지값 하락…과거 30∼40% 수준
제강·제지소 일방적 가격 통보에 울상

게다가 고철 및 폐지의 가격을 제강소와 제지소에서 책정하는 것도 가격 하락에 한몫했다. 제강·제지소에 의해 책정된 가격으로 kg당 매매가 이루어지고 가격변동은 비정기적으로 고물상에 통보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2012년까지 5년간 골판지 가격을 담합한 아세아제지 등 12개 업체에 과징금 1184억원을 부과했다고 지난 3월1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7년 6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담합을 통해 9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이들은 골판지 원지의 원재료인 폐골판지 가격이 오르면 이에 맞춰 원지 가격의 인상폭과 인상시기를 합의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폐지 가격 결정도 담합해 수시로 폐지 가격을 낮춘 것으로 알려진다. 유통구조상 고철이나 폐지가격은 수출 제강·제지소의 통보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폐지가격의 하락으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줄었냐는 질문에 용인의 고물상 업주는 “폐지 가격이 줄어도 어르신들의 용돈벌이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며 “단가가 줄어든다고 해서 어르신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진 않았다”고 말했다.

 


폐지단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고물상 업주가 당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이유는 업주가 보통 kg당 10원의 마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단가의 변동이 마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가가 떨어지면 고물상 내부에 부피가 큰 폐지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 유통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고물상도 줄어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단가가 줄어든 만큼 돈을 받은 액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타격이 크다. 더욱이 지난 2013년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돼 도심에 있는 고물상이 외곽으로 밀려나 폐지 줍는 노인들은 폐지를 팔아야 할 곳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폐지 줍다 죽는 노인들

손수레 끌고 폐지 줍는 노인들 사망 사고 잇따르고 있다. 폐지 담긴 손수레 끌고 가는 할머니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은 늘 사고 위험을 안고 산다. 지난해 3월 강원도 양구읍 주택가 도로에서 폐지가 담긴 유모차를 끌고 귀가하던 70대 할머니가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차량은 그대로 달아났다.

이 할머니는 수십년간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지난해 9월 새벽 부산 부산진구 골목길에서 폐지를 수집하던 A할머니(80)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가해자 B씨는 내리막길에서 빠른 속력으로 차를 몰다가 앞서가던 택시를 들이받은 뒤 방향을 잃고 할머니를 덮쳤다. 젊은 시절 남편과 사별한 A할머니는 지난 50년간 폐지와 고물 등을 모아 생계를 이어오다 목숨을 잃었다.

A할머니는 폐지 수거로 하루 1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2012년 10월에는 울산 중구의 한 골목길에서 폐지를 줍던 안모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차량은 뺑소니를 내고 도망쳤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나섰지만 3년5개월이 지난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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